中 무형문화재 '장인'들의 명품을 한 곳에서, 경성백공방

황순원의 소설 <독 짓는 늙은이>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항아리를 가차 없이 깨뜨려 버리는 옹기장이 송 노인을 통해 '예술가의 정신'과 '장인 정신'을 표현했다. 소설이 '현실을 바탕으로 지어진 허구'라는 사실에 비춰볼 때 예부터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일에 정성을 쏟고 혼신의 힘을 기울였나를 잘 볼 수 있다.

과거 중국도 한국 못지않게 예술과 장인 정신을 중요시했다. 하지만 산업화와 현대화 때문에 이런 무형문화재와 전통공예기술은 점차 사라져 가는 추세다. 이러한 현상을 막고자 중국 정부는 '경성백공방(京城百工房)'이라는 시설을 만들었다.

이곳은 전통문화를 보호하고 전승하기 위해 지어진 곳으로 중국 중요 무형문화재 장인이 작품활동을 하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다. 또 세계관광기구 사무장이 백공방을 방문하고 중국의 '루브르 박물관'이라 극찬할 만큼 장인들의 솜씨나 전시품의 수준이 매우 높다고 평가받는다.

백공방에는 모두 30여 명의 장인이 있는데 이번 취재에서는 실크회화, 옻칠조각, 옥조각, 종이 자르기의 무형문화재 명장을 만나볼 수 있었다.

춘추전국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실크회화의 장인

실크회화는 중국 전통 회화와 염료기술이 절묘하게 조화된 예술이다. 춘추전국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실크회화 기술은 현대에 이르러 속영강(续永康)을 대표로 하는 예술가들에 의해 더욱 발전하게 됐다.

백공방에서 만난 실크회화 장인은 바로 속영강의 딸 속청(续清)씨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그림을 시작한 그녀는 40여 년 동안 작업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대표 장인이다. 긴 작품 활동시간 동안 이룬 업적도 다양하다. 그 중 그녀가 개발한 '모필자수(毛笔刺绣)'란 기법은 붓으로 그린 그림이 마치 자수를 놓은 듯 아름답다.

그녀는 "다른 무형문화재 보다 실용적인 실크회화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며 "앞으로 계속 전통 공예 기술을 보존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교함의 극치, 붉은색이 매혹적인 옻칠조각의 장인

14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북경조칠(北京雕漆)은 칠공예의 일종으로 칠을 반복해서 여러 번 칠한 후에 문양을 새겨 넣는 기법이다. 칠의 경우 일반적으로 50번에서 100번을 칠하며 많은 경우 500번 이상의 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칠의 재료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오는데, 일반적으로 적과 흑색을 많이 사용하며 붉게 칠한 것은 척홍(剔红), 검게 칠한 것은 척묵(剔黑)이라 한다.

백공방에서 조칠 공예 기술을 계승해 나가고 있는 인슈윈(殷秀云)은 국가급 무형문화재 조칠 공예의 대표계승자다. 1967년 북경공예미술학교를 졸업해 현재까지 40여 년 동안 조칠 공예에 종사하고 있다.

또 대학과 협력해 조칠 전공 대학원생을 양성하고 있으며, 기업과 손잡고 조칠 공예를 고급 가구 제품으로 제작하는 등 전통 공예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조각예술, 옥조각 장인

옥 조각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조각예술의 하나이다. 상나라 시대(중국 고대왕조, BC1600~BC1046)에는 이미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았으며, 옥은 제사 도구와 장식품으로 사용됐다.

옥으로 만든 것 중 유명한 것은 진나라 시황제가 화씨지벽(和氏之璧)으로 만든 전국옥새(传国玉玺)를 들 수 있다. 이는 황실과 황제의 권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옥이 중국인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 짐작게 한다.

백공방에서 만난 양보충(杨宝忠) 장인은 40여 년 간 옥 조각 활동을 하는 명장이다. 그는 이곳에서 '옥 조각 교실'을 열고 전통 공예 기술이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가장 중국적인 민속공예, 종이 자르기 장인

중국 종이 자르기는 가위와 칼로 종이 위에 다양한 문양을 새기는 민간예술이다. 종이 자르기의 문양은 중국인의 사회관, 도덕관념, 예술관 등 중국의 풍부한 문화역사를 담고 있다.

30여 년간 종이 자르기 공예업에 종사하고 있는 쉬양(徐阳) 장인은 베이징 1급 민간공예 장인이다. 매우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 중 1000여 개 작품은 <인민일보>, <중국예술신문> 등 중∙외 60여 신문에 소개되었다.

많은 작품 중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채고교(踩高跷)>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가 새롭게 고안한 기법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 기법은 서로 다른 색깔의 종이를 잘라 붙여서 만드는데 가장 많이 겹칠 경우 7개의 층이 생긴다고 한다.

사라져 가던 중국 전통공예는 현재 백공방의 장인들에 의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그들의 창의적인 작품활동과 다양한 기술 개발로 전통공예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 앞으로도 이들의 '장인 정신'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전해지길 기원한다.

※여행Tip

경성백공방(京城白工坊, jīngchéng báigōngfáng, 징청바이공팡)
주소: 东城区光明路乙12号(夕照寺街口)

원문보기
http://boomup.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6/10/201606100211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