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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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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재사의 산 증인...문화재전문위원 1호 故 정영호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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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v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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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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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우소 문짝이 토암사 석굴 중수 상동문 편액
그날 고인과 나눈 대화 중 무척이나 흥미로웠던 일화는 석굴암 내 유일한 전각인 수광전(壽光殿)에 걸렸던 ‘토함산 석굴 중수 상동문(吐含山石窟重修上棟文) 편액’ 발견 이야기였다. 1924년 일본 학자가 공개한 적이 있는 조선 후기 석굴암 전실(前室) 전각 중수기인 이 상동문은 석굴암 원형과 그 주존불 실체를 둘러싼 논쟁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 자료지만 이후 어느 시점에서 사라졌다가 1963년 황수영 박사가 발견해 현재는 동국대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다.
“당시 우 씨라는 분이 딸 하나를 데리고 작은 가게를 하고 있었어요. 그 가게에 방이 두 개 있었죠. 하루는 제가 황 선생님을 모시고 그곳에서 묵게 되었어요. 다음 날 아침, 해우소에 간 선생님께 신문지를 말아서 갖다 드리려는 찰나, 저를 보신 선생님이 빨리 사진기를 가져오라고 하시는 거예요. 자세히 보니 해우소 문짝이 바로 석굴암 중수 상동문이었어요. 그걸 떼어내 몇 번을 물로 씻었는지 몰라요. 냄새가 얼마나 지독하게 배었는지 아무리 씻어도 없어지지 않더라고요. 추후 어디에 보관하느냐에 따른 문제가 있어 동국대에 소장됐습니다.”
이 편액은 비록 조선 후기 때 사정을 담았지만 정 박사는 “거기에 무량수불(無量壽佛)이 나와요. 그렇다면 뭐겠어요. (석굴암 주존불은) 아미타불이지 않겠어요?”라고 되물었다. 석굴암 본존불은 석가여래인가 아닌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던 와중에 발견된 이 자료는 그런 논쟁에 다시 불을 지른 셈이 됐다.
문화재위원회 경력만 43년의 전문가
1960년 황수영 박사가 중심이 된 고고미술동인회가 출범하자 정영호 박사는 초대 간사로 운영과 잡지 발간을 도맡았다. 이후 단국대와 한국교원대에서 교편을 잡으며 많은 제자를 양성하는 한편 단양 신라 적성비와 중원 고구려비와 같은 각종 굵직한 발견·발굴을 이끌어냈다. 최근까지는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장으로 일했다. 이런 그의 이력에서 이채로운 점은 전문위원과 위원을 합친 문화재위원회 경력이 무려 43년에 달한다는 점이다. ‘아마 내가 최장’일 것이라는 고인은 본인이 문화재전문위원 1호라고 덧붙였다. 그야말로 한국문화재의 산증인이다. 나아가 정 박사는 1964년 한국일보가 시작한 문화재 발굴 프로젝트인 ‘신라삼산오악학술조사사업’에도 초창기부터 마지막까지 깊이 개입했다.
“초기에는 이상백 박사가 단장을 맡으셔서 하시다가 돌아가신후에 동빈 김상기 박사가 이어받으셨어요. 나는 간사로 실무를 챙기고 한국일보와 선생님들의 심부름을 도맡아 했지요.”
이 사업은 무수한 성과를 냈다. 우리가 아는 한국 미술 자료의 상당수가 ‘신라삼산오악학술조사사업’을 통해 발견되었거나, 새롭게 조명받았다. 이 학술조사사업에 대해 누군가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부탁에 “내가 할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라고 답한 정박사. 하지만 그는 미완으로 남긴 채 떠나고 말았다.
한국미술사에 대한 조예도 깊어
고인은 간송미술관이 대표하는 간송 전형필 사단의 일원이었다. “그게 1957년이던가? 종로4가 간송 댁에 드나든 분들로 월탄 박종화, 이상백, 동빈, 황수영, 진홍섭, 김원룡이 계셨어요. 나는 맨 말석에 앉아서 시중들었지요.”
그의 회고에 의하면 ‘개성 삼걸’이라는 말이 이 자리에서 나왔다고 한다.
“간송이 그러셨어요. 우현 고유섭 선생하고 이 분 제자들인 황수영, 진홍섭 선생을 가리켜서 ‘개성 삼걸’이라 부르신 거예요.”
이들과 같은 개성 출신으로 나중에는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한 최순우 선생에 대해서는 “그는 일제강점기에 개성에서 말단 공무원으로 있었지만, 우현 고유섭 선생과는 거의 인연이 없었다”고 한다. 고인이 된 정영호 박사 역시 사람이라 호오(好惡)가 갈린다.
하지만 고인 자체가 한국문화재, 더 좁히면 한국미술의 근현대사라는 사실을 아무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를 빼고 20세기 한국문화재사와 한국미술사를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는 이 분야의 거인이었다. 고인의 단국대 제자인 장준식 충북문화재연구원장은 그의 죽음을 두고는 “도서관 하나가 사라졌다”고 하는데 이것은 정곡을 찌른 말이었다.
글+사진‧김태식(국토문화재연구원 연구위원‧문화재 전문언론인)
출처:월간 문화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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