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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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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보수·정비와 함께한 발자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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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v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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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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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학생으로 첫 출근한 문화재관리국
“1959년 홍익대 건축학과에 입학했지요. 이듬해 4·19혁명이 일어났잖아요. 그때 대학가는 매일 데모였어요. 그래서 그해에 군대에 갔죠. 군대에서 5·16 군사정변을 겪었고, 제대 후 복학해서 학교에 다녔어요. 4학년이 되던 1966년, 정인국 교수님이 한국 건축사를 담당하셨는데, 당시 문화재위원이셨어요. 교수님이 국립민속박물관 설계 당 선작 보완 작업을 하셨죠. 저보고 그걸 도우라고 하셔서 그해 7월부터 여름 방학을 맞아 문화재관리국으로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 학생으로 그가 출근한 곳은 문화재관리국 관리과 영선계. 고궁이나 능 보수·정비를 담당하는 부서였다. 윤 선생은 정인국 교수와 미술가인 변종하 교수 지도로 “도면을 그리고 모형을 만들어 건축 기능과 외형상의 비례 등을 고려해 조형미를 갖추는 데 전력을 했다”고 기억한다. 국립민속박물관 당선작은 강봉진 씨가 대표인 국보건설단이라는 설계사무소가 낸 작품이었다. 당선작을 그대로 시공할 수 없기 때문에 박물관에 맞게 고치는 작업이 진행된 것이다.
윤홍로 선생은 대학을 졸업하고 1967년 2월, 문화재관리국 임시직인 건축수가 되어 다시 국립민속박물관 건설계획 일을 하게 된다. 당시 감독이 장경호 전 국립문화재 연구소장이고, 차석이 고문현 씨였다. 1969년 1월, 제한 공개 특채 형식을 빌려 7급 건축기사보가 된다. 이후 그는 문화재관리국에서 건축서기관과 문화재 보수과장을 지내고 1986년 명예퇴직을 했다.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문화재관리국은 문교부 산하였어요. 서무과와 문화재과, 그리고 관리과 3개 과가 있었고, 능 관리사무소가 따로 있었어요. 문화재관 리국에서 일하기 전까지 저는 한국 건축은 전혀 몰랐어요. 학교에서 가르치지도 않았고, 저도 관심이 없었으니 아는 게 있어야지요. 그런데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면서 고궁을 알게 되고, 우리 건축사에도 나름 눈을 뜨게 되었지요.”
문화재 보수 현장의 감독관으로
관리국 입사 직후인 1968년 아산 현충사 성역화사업 현장 감독관으로 파견된 이래, 1970년대에 들어서는 행주산성과 진주성, 오죽헌, 파주 자운서원, 도산서원, 병산 서원, 세종대왕 유적 정비에 집중했다. 1980년대에는 궁궐이나 행궁, 그리고 사원 유적 정비 복원에 혼신의 힘을 쏟았으니, 우리가 아는 문화재 현장은 거의 다 그의 손때가 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1979~80년, 6개월간의 일본 나라국립문화재연구소 건조물실 연수생활을 통해 또 다른 인생 전기를 마련한다.
“저는 주로 문화재관리국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지만, 문화재연구소에도 있었어요. 저 당시에는 관리국에 있을 때인데, 창산 김정기 박사(연구소장)가 느닷없이 저를 추천하신 거예요. 그래서 제가 창산께 여쭈었어요. ‘아니, 박사님은 왜 저를 뽑으셨어요?’ 그랬더니 딴 말씀 안 하시고는 ‘잔소리 말고 갔다 와’ 하시더라고요.”
이곳에서 윤 선생은 ‘문화재 보수 현장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일, 그리고 내가 하고 싶었으나 그 방법을 몰랐던 일’을 일본 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는 덮어놓고 썩은 전통 부재는 신식 부재로 교체하곤 했지요. 한데 일본에 가서 보니, 그 사람들은 썩은 부재를 땜질해서 재사용하더라고요. 나아가 철저한 기록 정신에 혀를 내둘렀어요. 나라연구소에 사진 인화실까지 별도로 갖추고, 그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수십 년간 같은 일을 하는 점도 부럽기 짝이 없었죠. 우리는 담당자가 자주 바뀌잖아요.”
문화재 발굴 현장에서의 잊지 못할 순간
그는 1971년 7월, 공주 송산리 백제 고분군에서 배수로 공사 중에 무령왕릉이 발견되었을 때, 현장에 출동한 공사감독관이었다. 계속 발굴하자는 현지 학자들의 협박에 도 굴하지 않고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고 문화재관리국에 의한 정식 발굴조사를 있게 한 주인공이다.
1970년대,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을 해체하자고 했을 때는 절대 불가를 밀어붙여 좌절시켰다. 이번 인터뷰에 앞서 현역 시절 문화재 현장과 함께한 선생 본인의 사진 을 달라고 부탁했더니, “저는 없어요. 현장 감독관으로 제가 사진을 찍었지, 제가 찍힌 사진이 없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대신 “내가 관여한 현장 사진을 찾 아보겠다”는 연락이 왔다. 이런 그가 1972년 북한산 비봉 신라 진흥왕 순수비 이송 장면을 담은 사진을 가져왔다.
“순수비에 균열이 발생해 옮기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헬리콥터로 이송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제가 주장해서 둥근 나무에 밧줄로 순수비를 얽어 어깨에 메고 옮기는 목도 운반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파손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인부 20여 명이 그 험준한 비봉 꼭대기로 올라가 미리 준비한 긴 나무에 순수비를 매달아 세검정(洗劍亭)까지 내려온 다음에 차에 실어 경복궁으로 옮겼다. 지 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그는 현재 문화재에 바친 반세기를 되돌아보는 회고록을 집필 중이라 한다.
글‧사진 김태식(국토문화재연구원 연구위원‧문화재 전문언론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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