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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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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리고 이웃과의 공존, '제주해녀(잠녀)문화의 현대적 가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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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v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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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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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 어로법, 살아있는 공동체의 힘
해녀들의 어로법인 ‘물질’은 원초적이고 원시적인 어로 형태일 뿐만 아니라 유구한 역사를 지닌 문화이며, 그 안에는 여성들의 해양세계관과 공동체적 생활방식 이 깃들어 있다. 시대적 변천에도 불구하고 명맥을 이어 온 전통적 어로법은 해녀들을 통해 현대사회의 메커니즘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이것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조선 시대와 일제강점기, 그리고 오늘날 해녀의 물질은 그 모두가 같은 어로법을 구사하지만, 존재방식은 동일하지 않았다. 중세의 부역꾼에서 일제강점기의 저임금 해산물 채취자, 그리고 오늘날 수산업 종사자로서 이들의 사회적 위치는 각각 다르다. 하지만 어로법은 지속되어 왔다.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잡는 낮은 생산성은 대량생산이 가능한 현대산업 사회에서 우매하고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잡을 해산물(자원)이 줄어들면 소득도 줄고 결국 자신의 생계가 위협받는 평범한 이치 때문이다. 이처럼 자명한 사실을 그들이 실제 생활방식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게 놀라운 것이다. 바다라는 공유지를 이용하는 형평성의 조율, 무분별한 남획을 피하고 시장가격도 고려하 는 어로전략, 동료들과 경쟁하면서도 이뤄지는 협업, 상호 중층적으로 엮인 사회관계와 호혜적 분배의 일상, 바다를 향해 존엄성을 나타내는 의례(잠녀굿) 등에서 해녀들은 하 나의 공동체적 생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해녀의 물질이 현대사회에서도 살아있는 전통으로 자리할 수 있는 원천은 이와같은 여성들의 공동체적 삶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문화의 현대성: 미래 시대를 향한 가치의 구현
일반적으로 제주 해녀들의 일과 의례(굿) 등은 제주도의 전통적 여성문화로 널리 알려져 왔다. ‘전통문화’라는 말에는 ‘오래된’ 문화로서의 역사적 가치 외에도, ‘낡은’ 혹은 ‘과거’, ‘옛날’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전통적 어로법이 어떻게 시대를 넘어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을까를 이해하려면 우리의 시선은 해녀들의 생 활로 향해야 한다. 해녀의 어로법이 ‘과거의 낡은’ 것이라 할지라도, 이를 행하는 그들의 문화가 과거의 시간 속에 묶여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어로법은 전통적이나, 해녀들의 생활 속에서 물질이라는 활동은 현대적이다. ‘현대’라는 것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일이라는 당대의 시점이나 혹은 현대 산업사회의 메커니즘을 반영한다는 것만이 아니라, 현 인류가 지향하는 미래 가치를 이들의 문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필자가 제주도 현지에서 연구했던 마을의 경우, 해녀들 은 자신들이 잡는 해산물을 ‘요왕할망’(용왕할머니)이 주는 것으로 여기고 이를 남획하는 것을 금기시했다. 한번은 소라만을 주로 잡던 한 해녀가 전복을 많이 잡아 와서는 기뻐하기보다 오히려 자신에게 닥칠지 모를 불행을 먼저 떠올리며 “나 죽젠 햄신가?”(나 죽으려고 하나?)라고 말했다.
과연 어떻게 하면 인간은 자연과 지속적으로 공존할 수 있을까? 바다를 물리적 공간만이 아니라 그들의 집, 조상의 세계로 생각하는 해녀들의 해양세계관에서 우리는 인간의 삶을 자연 속에서 찾고 있는 공존법을 읽을 수 있다. 해녀들의 물질이 전승될 때에는 자연, 그리고 이웃들과 공존하는 지혜가 함께 전승되어야 의미도 있을 것이다. 전 통문화를 시장에 상품화하는 문화산업의 확산은 해녀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시장가격의 불안정으로 인해 상업적 고용노동으로 전환하는 해녀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 도 최근 각지에서 해녀학교가 운영되고 있어 단순히 체험 위주가 아닌, 세대를 이어가며 공존의 문화가 전승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난해 11월 30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제주해녀문화는 우리나라의 19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새로운 변화의 국면을 맞게 되었다. 이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과 회의적인 시각이 공존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떠한 시작도 결과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유네스코 인 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긴 시대를 넘어 공존의 방법을 구현해 온 여성들의 공동체 문화를 보호하고 지속시키기 위해 이 시대를 사는 당대인이 할 수 있는 하나의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제주도 지역사회는 물론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문화재청 등 각계의 활약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중세시대 변방의 섬에서 개발로 육성된 관광지, 그리고 지금은 ‘문화이주민’들의 새로운 정착지로 각광받는 제주도의 변모와 함께 제주해녀(잠녀) 문화도 새로운 시간 속으로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Q.4년이라는 긴 작업. 왜 해녀였는가?
개인적인 이유로 2012년에 가족이 모두 제주에 내려가게 됐다. 사진은 가까이에 있는 것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해왔던 터라 자연스럽게 해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간 해녀는 물질이라는 행위에 국한되어 ‘강인한 여성성’이나 ‘모성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지만, 내가 본 해녀는 훨씬 다양한 코드를 가지고 있었다. 수중 촬영이 많다 보 니 우여곡절이 많았다. 산소통 등 스쿠버다이빙 장비에 사진 장비까지 갖추고 물속에 들어가야 했으니 촬영은커녕 해녀들의 날렵한 움직임을 쫓아가는 것조차 버거웠다. 파도 에 휩쓸려 다치기도 했다. 나중에는 해녀들이 다가와 “내가 어떻게 해주면 사진 찍기 좋겠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가끔 내 아이를 데려가면 안쓰러웠는지 봐주기도 했다.
Q.카메라 안에 담긴, 작가가 발견한 해녀의 또 다른 얼굴?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해녀였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제주에서 해녀들은 지자체가 주관하는 해녀 축제에서 전통 복장을 하고 문화를 전파하는 홍보 대사로 나 선다. 바다에 들어갈때는 건강체조 교육을 받고,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꼼꼼하게 화장도 한다. 그리고 저녁 시간에는 농악과 기타를 배우는 등 취미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또 하나 놀라웠던 것은 그들의 공동체정신이었다. 해녀에게는 물질할 때 서로를 의지하고 지켜주는 팀이 있는데, 물질을 하고 나와 옆 사람이 잡은 양을 보고 많이 잡 은 사람이 얼마 못 잡은 사람에게 나눠준다. 50대 해녀와 80대 해녀가 ‘언니’, ‘동생’ 하며 지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Q.사진 속에서 해녀는 어떤 주제로 담겨 있는가
해녀 특유의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담아냄과 동시에, 해녀가 바다와 함께하는 추상적 이미지를 ‘물옷’과 ‘물숨’이라는 두 가지 테마로 담았다. 물옷은 해녀 각자의 몸에 맞춰 주문 제작한 잠수복인데, 그들에게는 분신이나 다름없다. 물옷은 주인의 몸을 따라 접히고 튀어나오면서 귓바퀴 모양까지도 정확하게 기억해낸다. 또 하나는 물숨이 다. 해녀들이 물질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배우는 일이 물숨을 먹지 않도록 숨의 길이를 조절하는 일이다. 얕은 물을 사이에 두고 수면 에 떠서 숨을 참고 있는 해녀들의 얼굴은 우수에 젖어 보이기도 하고 일그러져 보이기도 한다. 이것이 그들 삶의 결이 아닐까 생각했다.
해녀들은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어둡게 그려졌던 해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보고 싶었다. 역동성과 현대성의 발견이라고 할까 . 내가 만난 해녀들은 젊고, 또 다양한 삶을 즐기면서 사는 사람들이었다.
글‧안미정(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 HK연구교수) 사진‧박정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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