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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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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함과 예술적 가치가 함께 깃들다...왕골로 짓는 삶의 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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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v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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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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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풀로 빚어낸 아름다움
예로부터 화문석(물들인 왕골로 꽃무늬 등을 짠 돗자리)으로 명성이 자자한 강화도는 완초 공예가 유독 발전한 고장이다. 짚공예가 벼농사의 부산물인 짚이나 보릿 대를 엮어 만드는 반면, 완초 공예는 완초(莞草), 즉 왕골이라고도 부르는 풀을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왕골은 짚보다 한층 더 부드럽고 촉감이 좋으며 윤기가 있어요. 한결 아름답고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지요.”
짚으로는 주로 가마니나 멍석, 이엉 등을 만들지만, 왕골은 이보다 한층 고급스러운 소재로서 화문석을 엮거나 바구니, 방석, 합, 동고리, 장신구와 같은 소품에 적당 하다. 짚공예품이 대개는 투박하고 서민적인 느낌이 강한 것에 비해, 왕골은 씨줄과 날줄을 엮어 가며 아름다운 꽃과 학, 문자 등의 문양을 짜 넣을 수 있어 표현이 한층 다양하다.
왕골은 방동사니과 1년생 풀로 키는 약 2m이며 주로 논이나 습지에서 자란다. 본래 완초 공예에서는 야생의 들판에서 자란 풀만 사용하다가 어느 때부터인가 벼농사처 럼 모판을 만들어 논에 심고 재배해 오고 있다. 이상재 선생이 나고 자란 강화지역은 국내에서 가장 우수한 왕골이 생산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이곳의 기후조건이 왕 골의 생육에 적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빠짐이 쉽지 않고 유기물량이 과다해 벼농사에 맞지 않는 조건은 그 대안으로서 왕골 농사를 짓게 했다. 이는 나라님께도 올릴 만큼 우수한 완초 공예품을 생산하게 된 배경이다.
보통 8월에 수확하는 왕골은 줄기 단면이 삼각형이다. 그 줄기의 겉껍질을 벗겨 손질하면 화문석과 방석 등을 만들 수 있다. 섬유질로 된 줄기 속은 끈과 제지의 원료 로 쓰기도 한다. 벼농사보다 비교적 수월한 것으로 알려진 왕골 농사지만, 다 자란 풀을 베어 말리고 색을 입혀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키기까지는 상당한 인내와 정성이 필요하다.
굵고 가는 줄기마다 각기 다른 쓰임새
마른풀 향기가 은은한 작업실에는 완초 공예품들이 칸칸이 진열되어 있다. 색색이 화려한 꽃무늬 바구니에서 서류함, 폐백단지 등은 들판에서 자란 풀줄기로 엮어 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만큼 정교하고 아름답다.
방 한쪽에는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왕골 다발들이 세워져 있다. 아직 손질되지 않은 원재료, 마른 왕골 더미다. 왕골은 뿌리와 이삭부위를 제외한 줄기 전체를 다 사용 한다. 이상재 선생은 ‘풀 베다가 말려서 엮고 하는’ 아주 단순한 작업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실은 하나의 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재료를 다듬고 분류하는 과정은 분 주하고도 세밀하게 진행된다.
“손으로 딱 쥐어 보면 이놈이 뭐가 될지를 알지요. 굵은 것은 주로 화문석이 되고, 가는 것은 내가 주로 만드는 바구니나 장식물들이 돼요.”
기계로 일정하게 뽑아낸 것이 아니다 보니 ‘가늘다’고 분류된 것들도 굵기가 조금씩 다르다. 하나의 풀줄기라도 밑동에서 위로 갈수록 가늘어진다. 장인은 그중에 좀 더 굵은 것은 바구니의 밑면을 엮는 용도로, 가는 것은 몸체로, 이보다 더 가늘게 쪼갠 것들은 세밀한 무늬 제작용으로 구분해 둔다.
이보다 앞서 왕골은 수확한 이후 ‘바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초록빛 풀색이 옅은 황토색으로, 다시 깨끗한 흰색 섬유가 되도록 하는 탈색과정이다.
“수확한 왕골을 물에 푹 담갔다가 말리면 색이 하얗게 바래요. 볕 좋은 날 사나흘 정도면 되죠. 염색할 거라면 7일은 말려야 완전 탈색이 되고요. 요즘은 약품을 써서 반나절 만에 탈색한다고들 하는데, 전 그렇게는 안 합니다. 그러면 금방 끊어져서 못 쓰거든요.”
그는 좋은 왕골을 얻기 위해서는 재배할 때부터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곧게 자랄 수 있도록 살피고, 풀줄기끼리 부딪치면 뻘겋게 얼룩이 지니 이 또한 잘 들여다봐야 우수한 품질의 왕골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세월 따라 그윽해지는 빛깔에 반하다
바구니를 만들기 위해 진분홍색의 가는 줄기를 꼬고 엮을 때마다 장인의 한 손은 연신 물그릇 위를 오간다.
“마른풀이니까 뻣뻣하고 부러질 것 같아도, 이렇게 물을 축여주면 한결 부드럽고 질겨지지요. 장정이 와서 잡아당겨도 끄떡없어요.”
사람의 손으로 하는 것이니 때론 성에 안 차는 물건이 나올 때도 있지만, 완성된 작품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뿌듯함과 대견함을 느낀다는 장인. 볼수록 친근감이 들고 정겨운 것이 완초 공예의 최대 장점이라 말한다. 안타깝게도 현대인들의 생활이 변화하면서 완초 공예는 점차 일상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과 나일론 같은 물 질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기품과 삶의 향기가 완초에 담겨 있었다.
습기와 곰팡이 등에 약한 자연의 산물이니 영원할 수는 없다. 내구성 면에서만 본다면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화학제품들에 비해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선명하게 물 들인 무늬들도 햇볕에 닿는 동안 조금씩 변색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약점이다. 그러나 “직접 물에 담그지 않는 한 수십 년이 흘러도 끄떡없이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 완초 공 예”라 강조한다.
시렁에 얹혀놓았던 바구니 하나를 내렸다. 그가 30년 전 엮었다는 물건이다. 색은 날아가 옅어지고, 희고 깨끗하던 몸체에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앉았지만, 윤이 나도록 반들반들한 바구니는 오히려 오래된 정취로 빛나 보인다. 자연과 장인의 솜씨, 그 위에 시간의 무늬까지 엮은 특별한 아름다움이다.
글‧김수연 사진‧안지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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