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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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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키스와 폴 자쿨레가 그린 한복 그 차이는 애정의 깊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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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v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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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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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한 표현, 조선에 대한 진지한 관심
100여년 전 서울의 정월 초하루 풍경. 엄마는 남매를 데리고 광화문으로 나왔다. 너머로 보이는 북악산이 온통 하얗게 얼어붙었다. 예스러운 옷차림과 신문물이 공존하던 그 시절, 아이들은 고운 설빔을 차려입고 당시의 최신 장난감인 고무풍선을 하나씩 차지했다.
정겨운 모습만큼 작품
<정월 초하루 나들이>의 제작 연도가 눈에 띈다. 1921년은 3.1 운동이 일어난 지 2년 후다. 새해를 맞아 광화문은 활기찼을지 몰라도 서대문 형무소에서는 독립운동가들 이 차가운 감옥에서 고초를 겪고 있었을 때이다. 그런데 이 그림 속 분위기는 여유롭고 유쾌하기만 하니 혹시 조선총독부 선전물은 아닌지 의심이 들법도 하며, 작품의 밑바탕에도 일본 우키요에 목판화 양식이 깔려있어 의구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결론 내리기에는 화폭 안 사람들의 삶이 소소한 기쁨에 젖어 있으며, 그들이 입은 한복의 묘사는 기품이 있고 멋스럽다.
<정월 초하루 나들이>는 스코틀랜드 출신 엘리자베스 키스의 작품이다. 그녀는 일본에서 우키요에 다색목판화 기법을 공부한 후 한국을 여러 차례 여행하며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작가는 나뭇짐을 나르는 여성, 훈장과 서당의 학동들, 여성 독립운동가의 꼿꼿하고 위엄 있는 모습을 그려내기도 했다. 그녀의 작품은 한국을 피상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있다.
특히,
<정월 초하루 나들이>는 키스의 시선을 통해 전통과 서구적 근대화가 혼재했던 시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당대의 복식사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 그림 속에 등 장하는 방한모는 이름도 낯선 ‘풍차’와 ‘남바위’이다. 무늬를 넣거나 금박으로 꾸민 비단에 모피로 가장자리를 두르고, 장식 매듭과 술, 호박이나 비취를 꿴 줄로 장식한 아름답고 호화로운 전통모자다. 엄마와 어린 딸이 쓴 것처럼 뺨을 감싸는 ‘볼끼’가 달려있으면 풍차라고 하고 어린 아들이 쓴 것처럼 볼끼가 없으면 남바위라 고 한다. 실물에 가까운 키스의 정교한 묘사는 한국적 멋에 대한 그의 진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자뿐만 아니라, 운혜, 당혜 등으로 불린, 코가 멋들어지게 치켜 올라간 가죽 비단신의 묘사도 더없이 정확하다. 키스는 “가죽 위에 비단을 덧댄 한국 여인들의 신발은 매우 아름다워 장식품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키스는
<한국 신부>에서도 가죽 비단신을 눈에 띄게 놓았다. 멋들어진 코의 묘사가 역시 정확하다. 그 뒤에 있는 병풍의 세밀한 표현 역시 감탄을 자아낸다.
일본색이 강했던 폴 자쿨레의 화폭
일본에서 우키요에 다색목판화 기법을 공부한 프랑스 작가 폴 자쿨레 역시 한국을 여행하며 그림을 선보였고, 이는 키스의 작품과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신부’ 라는 동일한 소재 앞에서는 더욱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현실적인 키스의 신부와 달리 자쿨레의 신부는 요염하다. 신부 판화와 한 쌍을 이루는 신랑 판화를 보면 얼굴이 한국인 같지 않고, 단령(관복)은 입고 있지만 사모 대신 어울리지 않게 깃털 달린 전립을 썼다.
<마음의 폭풍, 서울> 역시 우키요에 미인도의 전형적인 얼굴과 자세를 그대로 가져오고 머리 모양과 옷만 한국식으로 바꿨지만, 그마저도 정확하지 않다. 자쿨레는 일본에 우키요에 공방을 차리고 살았기 때문에 일본색이 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작가의 차이는 결국 ‘한국인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고 애정어린 시선을 가졌는가’에서 생겨났음을 알 수 있다. 동남아시아 풍물 판화로 더욱 유명한 자쿨레에게 한국은 오리엔탈리즘적 흥미를 유발하는 여러 아시아 나라 중 하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반면 키스의 판화에는 한국인에 대한 깊은 관심과 공감이 반영되어 있으며, 실제로 그가 현지에서 한국 모델을 섭외한 일화라든지 지인에게 쓴 편지에서 한국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보면 더욱 정확히 알 수 있다.
글‧문소영(중앙일보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출처:월간 문화재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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