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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구상나무(한라산)

구상나무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한 멸종위기종이다. 아한대성 고산수종으로 현재 덕유산, 지리산, 한라산 등 남부지역 1,000m 이상 고지대에 분포 서식하고 있다.

구상나무는 가문비나무, 좀비나무, 분비나무 등의 고산수종들과 함께 한반도 기후변화의 척도가 되는 ‘기후변화 지표종’이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평균기온 상승이 지속될 경우 타 수종에 비해 분포면적이 급격하게 감소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게 분포하는 한라산 구상나무 군락조차 기후변화에 따른 수세약화 및 소나무, 제주조릿대 등 경쟁식물의 분포영역확대로 인해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국내 구상나무 군락별 유전다양성 분석 결과, 지리산 구상나무의 유전다양성은 0.334로, 덕유산 0.404, 한라산 0.405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유전다양성이 1일 때 종의 유지가 가장 정상적으로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한다. 특히 유전자 소실위험도를 나타내는 고정지수가 0.16으로, 고사가 진행 중인 한라산 군락(0.037)에 비해 무려 4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지리산 구상나무 군락에 대한 특별한 보존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유전자 소실은 물론 최악의 경우 집단 소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지리산이나 덕유산, 한라산 중턱 이상 올라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운치 있는 구상나무가 사라진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안타까울 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 못할 짓을 한 것이다. 그들도 운치 있고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관련 부처에서는 긴급 대처를 세워 구상나무가 우리의 산에서 사라지는 일이 없게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아름다운 구상나무를 문순화 사진작가가 그대로 렌즈에 담았다. 마치 눈이 내려 더욱 운치 있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