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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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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답사기]문화역서울284...식민지 역사의 아픔을 넘어 세계도시 서울의 관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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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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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v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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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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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서울역
대한제국과 관련하여 왜곡된 채 뿌리 깊이 각인된 사실 중 하나는 경인철도에 대한 오해다. 철도를 매개로 이 땅에 몰려와 많은 것을 빼앗아 간 식민지배자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 그로 인해 철도는 침략과 수탈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여기에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식민사관이 내재하고 있다.
경인철도는 서구에 문호를 개방하고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의지로 건설되었다. 비록 미국인에게 주었던 철도부설권이 일본인에게 넘어가면서, 경인철도가 침략과 수탈의 도구로 오해받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1882년 인천이 처음으로 서양에 문호를 개방했고, 1900년 경인철도가 건설되면서 인천은 조선이 서양과 만나는 최전선이었다. 경인철도는 대한제국이 서구문화를 수용하는 새로운 방법이자 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대한제국 지우기와 함께 철저하게 잊혔다.
최초의 철도시대를 열었던 대한제국 당시 경인철도의 종착역은 서대문역이었지만 그 역할은 10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한국을 무력으로 장악한 일본이 러일전쟁을 위해 경의철도를 부설(1906)하고, 이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경부철도를 건설하면서 철도의 중심이 서대문역에서 남대문역(현 서울역)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1919년 서대문역이 폐쇄되면서 남대문역이 실질적인 서울의 중앙역으로 자리매김하였고, 1922년에는 남대문역의 이름이 경성역으로 개명되었으며, 1925년 지금의 서울역이 지어졌다.
서울역은 일제 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할은 변화했지만, 서울의 관문 역할을 했기에 많은 사람에게 관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서울역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설계자에 대한 미스터리, 서울역은 도쿄역의 축소판 등 정확하지도 않은 이야기가 사실인 듯 떠돌았다.
서울역의 설계에 얽힌 의문들
서울역은 일제 강점기에 지어졌기에 조선총독부가 지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뜻밖에도 일본의 중국 침략의 전위부대였던 남만주철도 주식회사(이하 ‘만철’)에 의해 지어졌다. 식민지 조선의 철도가 1917년부터 1925년 사이에 만철에 위탁 경영되었는데, 이때 서울역이 지어졌다. 이로 인해 오랫동안 서울역을 설계한 건 축가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에서 도쿄대학 건축과 교수였던 쓰카모토 야스시의 입면스케치가 발견되면서, 미스터리였던 서울역사 설계자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러나 2006년 필자가 (구)서울역사의 원형복원과 문화공간화 사업을 위한 사업에 참여하면서, 일본공학원대학에서 츠카모토 야스시의 유품을 조사할 기회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필자는 (구)서울역사와 쌍둥이라고 할 정도로 똑같은 모습을 가진 스위스의 루체른 역사를 찾아냈고, 츠카모토 교수의 유럽 유학 경험 등을 종합한 결과 (구)서울역사는 만철의 기본설계 평면도를 바탕으로 스위스 루체른역의 입면 디자인을 약간 수정하여 반영했음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붉은벽돌건축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서울역은 오랫동안 도쿄역의 축소판이라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도쿄역과는 디자인의 계보가 전혀 다르다. 서울역은 암스테르담역 디자인에 뿌리를 둔 도쿄역이 아니라,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스위스의 루체른역을 모델로 하고 있다. 그리고 외장도 벽돌이 아닌 타일로 마감돼어 있다. 기능에서는 기차역과 호텔이 겸해 있는 도쿄역과 달리 서울역은 기차역과 호텔 기능이 분리되어 있다. 이는 서울역사의 규모가 도쿄역보다 작은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역사성을 잃지 않은 문화역서울284
문화역서울284가 원형을 회복하고 새롭게 태어나기 전에 서울역에 관한 많은 오해가 풀린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역에 관해 그동안 잘못 알려진 사실은 간략하게나마 (구)서울역사 2층에 소개되어 있다.
2006년 시작된 원형복원과 문화공간화 사업은 2011년에 마무리되었다. 서울역의 원모습을 회복하겠다는 사업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관심이 쏟아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것은 서울역이 기차역의 기능을 회복하여, 일제강점은 물론 경제 개발 그리고 민주화운동 시기의 기억을 담고 있는 장소적 역사성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처음 복원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개조하여 세계적인 명소가 된 파리의 오르세이 미술관과 같은 공간을 만들자는 의견이 미술계를 중심으로 대세를 이룬 적이 있었다. 그러나 파리의 도시구조에서 오래전에 기능을 상실한 폐역이었던 오르세이역과는 달리, 오늘날까지 서울의 중앙역으로서 기능을 갖고 있는 서울역을 미술관으로 만든다는 것은 역사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었다. (구)서울역사는 문화역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과정에서도 언제든지 기차역으로서의 기능회복이 가능하도록 중앙홀을 비워 건축 자체를 경험케 하면서, 문화역 내부를 인위적으로 나눠 별도의 전시공간을 두지 않는 계획이 이루어졌다.
2017년에는 낙후된 중림동 일원을 도심과 연결하는 서울역보행고가가 개통될 예정이다. 고가도로가 보행길로 새롭게 탄생하면 문화역서울284는 명실상부하게 세계 도시로 거듭나는 서울의 관문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이곳을 찾는 이들을 역사 도시의 관문인 숭례문으로 연결해주는 가교를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이후 서울역의 시대적 역할을 언제 어떻게 실천하는가는 우리의 몫이 되었다.
글‧안창모(경기대 대학원 건축설계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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