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맛집순례… 설 연휴엔 '내 고향 투어'

'뜨겁닭' 투어, 역사·문화 탐방, 7080 테마파크 등 전국 곳곳서 다양한 행사…
'겨울 여행 주간' 맞아 할인혜택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등이 지난 14일부터 진행한 '겨울 여행 주간'이 30일까지 이어진다. 고향집 근처로 한나절 다녀오는 나들이는 경기 불황에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이 겹치면서 움츠러든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강원도의 '닭 맛집 순례'

붉은 닭의 해인 정유년(丁酉年)엔 닭 요리가 어울린다. 춘천엔 닭갈비 식당이 300여곳, 닭갈비 골목은 3곳이나 있다. 빨갛게 양념 된 닭갈비와 떡, 양배추, 우동사리를 철판에 넣고 볶아낸 맛이 매력. 간장과 고추장에 양념한 닭을 구워 먹는 숯불 닭갈비도 중독성이 있다. 태백 물닭갈비는 광산 전성기였던 1970년대 채탄 작업을 마친 후 얼큰한 국물을 즐기던 광부들의 음식이었다. 냉이와 미나리, 쑥갓을 넣고 양념을 더해 자작하게 끓여낸다. 화천 닭볶음탕엔 간과 모래주머니, 허파가 들어가 고소함과 감칠맛이 좋다. 속초 닭강정과 원주 옛날 통닭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강원도는 지역별 명물 닭 요리를 탐방하는 '뜨겁닭' 투어를 마련했다. AI로 위축된 가금류 소비를 늘려보자는 뜻도 담았다.

충남 부여군의 백제문화단지에선 한성(서울)에서 웅진(공주)을 거쳐 사비(부여)로 수도를 옮겼던 백제 시대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329만9000㎡(약 100만평) 터에 왕궁과 사찰, 마을을 재현한 사비성은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근초고왕'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사비궁 옆 능사는 사비로 도읍을 옮긴 성왕(백제 26대 왕)을 기리는 사찰이다. 능사 5층 목탑(높이 38m)은 부여 정림사지 5층 석탑(국보 제9호),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의 양식을 참고해 복원했다. 황산벌 전투에 나섰던 계백 장군의 집, 귀족과 서민층 가옥 17채도 재현되어 있다. 작년에 백제문화단지를 다녀간 관람객은 68만9270명. 2015년에 충남 공주·부여, 전북 익산의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방문객이 늘었다.

전남 순천 낙안읍성 민속마을엔 600년 전 조선 시대의 생활상이 오롯이 담긴 초가 293채가 모여 있다. 문화재보호구역(22만3108㎡)에 주민 200여명이 실제로 생활한다. 연간 방문객은 120만명. 수문장 교대 의식, 국악, 판소리, 사물놀이, 농악, 전통 혼례, 천연 염색, 목공예, 길쌈 등을 경험할 수 있다. 국내 1호 국가 정원인 순천만국가정원에선 다양한 빛 조형물을 선보이는 별빛축제가 열리고 있다.

일제 강점기 경성 시가지 등의 모습을 재현해 영화·드라마·CF 촬영장으로 널리 알려진 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는 1970~1980년대 과거가 펼쳐진다. 인천상륙작전, 밀정, 덕혜옹주 등의 영화가 흥행몰이를 하면서 지난해 50만명이 다녀갔다. 1930~1940년대 시가지와 각종 건물, 청와대는 과거 속으로 걸어 들어간 느낌을 준다. 7080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복고(復古) 페스티벌 '추억 일번지'를 설 연휴(27~30일) 기간 마련했다. 스카이콩콩, 기왓장 격파, 야구공 던지기, 못 박기 등 골목마다 재미있는 놀이가 기다리고 있다. 가래떡 구이, 양은 도시락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먹을거리도 푸짐하다.

옛 국민학교(초등학교) 교실을 둘러보거나 검정 교복과 교련복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7080 음악다방, 수동식 타자기가 있는 신문사 건물엔 복고풍 의상을 입은 연기자들이 돌아다닌다. 연휴 기간엔 3인 이상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윷놀이대회(29일), 복찾기(보물찾기), 스카이콩콩 오래 타기 등의 행사도 열린다.

오지였던 경북 봉화군 소천면은 2014년 12월 산타 마을로 변신하면서 하루 2000여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분천역사는 산타클로스의 집 모양이고, 열차 승강장에서 마을까지 150m 구간은 대형 트리와 산타, 눈사람으로 장식되어 있다. 역 주변에선 눈썰매와 산타 마차를 타보고 모형 얼음집인 이글루를 체험할 수 있다. 다음 달 12일까지 산타 철로 자전거와 눈썰매를 타볼 수 있다. 산타 마을을 지나는 V트레인(백두대간 협곡열차)과 O트레인(중부내륙 관광열차)도 새롭게 단장했다. 분천역에서 강원 태백시 철암역까지 27.7km를 오가는 열차엔 루돌프 사슴과 산타클로스 장식이 달렸다. 승무원도 산타 복장으로 손님을 맞는다.

산으로 둘러싸인 전북 장수군은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장수군 동쪽 신덕산 정상(해발 900m)의 논개 활공장에서는 서풍이 불고, 서쪽 팔공산(1151m) 활공장에선 동풍이 분다. 덕유산 남쪽 자락 봉화산(786m)의 설경(雪景)과 장안산(1237m) 일대 고원에 은빛으로 물든 억새밭을 바라보며 창공을 날다 보면 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의 피로가 씻긴다. 착륙장 인근엔 수영장과 영화관, 승마 체험장 등 다양한 문화·체육 시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