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제 목 |
 |
자주외교의 상징, 한미우호의 요람 |
|
| 글쓴이 |
|
tntv |
등록일 |
|
[2017.01.02] |
|
|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과 ‘주미 전권공사’ 파견
조미수호통상조약(1882년)이 체결된 이듬해 5월, 미국은 서울 정동에 상주공사관을 개설했다. 조선이 서구 열강 중 최초로 통상조약을 체결한 국가가 미국이었다. 고종은 조미조약에 따라 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열강이 조선을 침략했을 시 미국의 개입을 믿었고, 이에 자주독립국이 될 수 있다고 한껏 고무되어 있었다.
고종은 청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주권 행사를 목적으로 1887년 6월 협판내무부사 박정양을 주미 전권공사로 임명했다. 한편, 청은 조선이 본래 자신들의 속국이므로, 전권공사 파견은 속방 체제에 어긋나는 일로 용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종은 파견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이에 청국은 그 대안으로 영약삼단(另約三端)을 내세워 미국 파견을 허락했다. 영약삼단의 내용은 첫째, 조선공사가 미국에 도착하면 먼저 청국공사와 함께 국무부를 방문할 것, 둘째, 각종 모임에 조선공사는 청국공사 뒤를 따를 것, 셋째, 중요한 교섭사무는 먼저 청국공사와 협의한 후 그 지시를 따를 것 등이다.
고종은 박정양 전권공사를 미국에 파견해 주미공사관을 개설함으로써 조선이 청국의 속국이 아닌 자주독립국임을 세계에 천명하고, 세계 외교 중심지 미국 워싱턴 D.C.에서 자주외교를 펼치고자 했다.
2만 5천 달러 거금을 들여 주미공사관 건물 매입
박정양 주미 전권공사 일행은 1888년 1월 워싱턴 D.C.에 도착해 제22대 미국 클리블랜드(Stephen. G. Cleveland) 대통령을 예방하고 국서(國書)를 올렸다. 그리고 피서옥(皮瑞屋)이라고 불리었던 건물을 사무실로 임대하여 최초의 주미공사관을 개설하고 약 1년간 운영한 후, 현재 주미공사관 건물로 옮겨 2년 10개월 정도 사용하다가 1891년 12월 1일 자로 2만 5천 달러를 들여 공식적으로 매입했다. 당시 모습을 알 수 있는 주미공사관 외부 사진을 보면 청국의 연호 대신 독자적인 개국 연호를 사용했고, 건물 옥상에는 태극기를 게양함으로써 조선이 자주독립국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고종은 공사관 건물을 매입한 뒤 조선의 실질적인 자주 독립을 위하여 뉴욕은행으로부터 200만 달러 차관을 도입하여 군비증강에 힘을 쏟는 등 자주외교 활동을 펼치기 위한 거점 공간으로 활용하였다.
항일독립운동의 상징,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주미공사관의 대외적인 외교적 활동과 더불어 당시 내·외부 모습과 구체적인 층별 용도도 흥미롭다. 미국 헌팅턴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을 통해 1893년 공사관 내부 1층과 외부 경관을 알 수 있다. 1층 벽면에 걸린 태극기 상단에는 경복궁 광화문과 육조거리 사진액자가 걸려 있어 조선공사관임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응접실에는 조선 호피가 깔렸고, 당시 유행했던 빅토리아 양식의 가구들과 조선에서 가져간 것으로 보이는 태극을 수놓은 쿠션, 병풍 등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공사관의 구체적인 층별 용도와 물품목록은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된 『주미내거안(駐美來去案)』을 통해 알 수 있다. 우선 1층은 메인홀, 접견실, 객당, 온실, 식당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2층은 공사방, 서재, 사무실, 침실, 3층은 공사(公使) 외 나머지 공관원들이 사용하는 방 3개, 지하층은 보일러실, 당구실, 부엌, 식료품 저장고, 세탁실 등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1층에 정당(正堂)이 있고, 그 방에는 고종황제의 어진(御眞)과 황태자의 예진(睿眞), 그 외 태극기를 모셔놓고 있었다. 이곳에서 임금이 있는 궁궐 쪽을 향해 예를 올렸던 망궐례가 거행됐음을 알 수 있다.
주미공사관은 1897년 대한제국 성립과 함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공사관은 일제에 의해 외교권이 박탈된 1905년까지 약 16년 동안 자주 외교와 국권의 상징물로 자리 매김했다. 1910년 한일 강제병합으로 일제에 의해 국권이 강탈되었음에도 당시 미국 내 항일독립운동가들은 자주독립의 염원을 담아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우편엽서’를 제작하고 사연을 적어 주고받았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건물이 현지에서 항일운동의 상징 건물로 널리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일제에 의해 강탈된 지 102년 만에 대한민국의 품으로 되돌아왔다. 1970년대 학계와 일간지 등을 통해 공사관의 존재가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되었고, 2003년 하와이 이민 100주년을 계기로 미국 동포사회에서 공사관 매입을 위한 모금 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매입의 시작된 것은 2011년 하반기 ‘헤리티지 포럼’에서 공사관 매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2012년 문화재청에서 예산을 확보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일제에 의한 외교권 박탈과 한일 강제병합으로 소유권을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1890년대 워싱턴에 개설되었던 30여 개 공사관 건물 중 지금까지 원형이 보존된 유일한 사례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013년 1월 31일, 문화재청으로부터 주미공사관 관리 및 운영을 위임받아 2017년 상반기 개관을 목표로 민간 기업후원을 받아 보수·복원공사, 전시 물품 구매·제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3년부터 정밀실측, 실시설계, 각종 인허가 절차를 거쳐 1, 2층 공간은 사진과 관련 문서를 토대로 충실하게 복원하고 있다. 지난 4월 2층 벽난로 해체과정 중에 엽서 및 명함, 전시회 초대장, 크리스마스와 신년카드 등이 발견돼 당시 공사관의 활동상을 알아볼 수 있게 됐다. 원형이 일부 훼손된 3층은 전시실로 꾸며, 구한말 자주외교의 상징이자 한미우호의 요람인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102년 만에 다시 찾게 된 과정을 보여주는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글‧한종수(국외소재문화재재단 국제협력실 팀장) 사진‧미국 헌팅턴 도서관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