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교육부가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대한민국 수립과정 내용./뉴스1 © News1
보수진영은 '국가의 완성' 차원에서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현한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1919년 3·1 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사를 부정하고 뉴라이트계열이 주장하는 '건국절' 주장을 수용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정부수립'으로 표현하는 것과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떤 함의가 있는 것인지 양측의 입장을 정리해봤다.
◇"대한민국 정통성 강조…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교육부가 28일 공개한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구성됨으로써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 수립됐다(1948.8.15)'로 기술했다. 기존 검정교과서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이라는 표현에서 '정부'라는 단어를 뺀 것이다.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임을 명확히 서술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했다는 것이다.
강규형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19년 수립된 임시정부 역시 시대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이 시기를 실제적인 건국의 해로 볼 수는 없다"며 "1919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면 1941년에 건국강령을 발표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지난 8월 조선일보에 '1948년 건국이라 하지 못할 이유 없다'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한 바 있다.
강 교수는 이어 "실제적 건국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영토, 국민, 주권 등 국가의 3요소가 갖춰져야 하는데 1919년 임시정부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1948년 건국에 대해 비난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체제를 인정하기 싫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라이트 건국절 주장 수용…독립운동역사 부정"
진보 역사학계 인사들은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한 것은 사실상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을 교과서에 반영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1948년을 8월15일을 건국 원년의 해로 보는 것은 1919년 3·1운동과 상해 임시정부 수립 이후의 독립운동역사를 모두 부정하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전 검정교과서에서 1948년에 관해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혼용해서 사용했지만 당시에는 학문적인 논쟁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948년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보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었고 건국절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는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단어가 큰 함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표현한 것은 정부수립에 참여한 친일인사를 건국의 주역으로 탈바꿈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이지원 한국역사연구회장(대림대 교수)은 "2005년부터 뉴라이트에서 건국절 주장을 내세웠고 국정교과서에 '1948년 대한민국 수립'으로 반영한 것"이라며 "1948년 이전 30여년의 독립운동역사를 없애고 건국에 참여한 사람만이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것처럼 강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2002년 발행된 국정교과서에서도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이라는 말을 역사적 용어로 사용했다"며 "이미 10여년 전에 정부와 학계가 모두 합의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