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수로왕릉 숭모재에서 참봉 도임식이 열리고 있다.

19일 수로왕릉 합동 임명 행사
김효구·김기영·허성원 씨 신임

지난 19일 오전 11시 수로왕릉에서 숭선전, 숭안전, 후릉을 관리하고 제사를 준비하는 참봉 3명의 합동 도임식(到任式)이 열렸다. 도임식은 원래 지방의 관리가 근무지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행사다.
　
참봉은 조선시대에 있었던 종9품 벼슬이다. 종친부, 소격서, 혜민서, 전옥서와 각 능, 전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수로왕릉에는 원래 참봉이 없었다. 김해부사였던 허전이 수로왕과 허왕후의 신위를 모시는 재실당호를 숭선전으로 정하도록 고종에게 진언을 올리면서 숭선전을 관리하는 전참봉이 임명됐다. 이후 가락국 2~9대 왕과 왕후의 신위를 모시는 숭안전, 수로왕릉을 뜻하는 납릉, 수로왕비릉을 뜻하는 후릉에도 참봉이 필요하다는 후손들의 의견에 따라 참봉 3명이 더 늘어났다. 참봉은 능 벌초, 시설 보수를 하거나, 매달 음력 초하루와 보름에 능과 전을 돌며 분향례를 지내는 역할도 맡는다.
　
과거에는 왕이 참봉을 임명했지만 지금은 가락종친회의 추천과 종무회의를 거쳐 선정한다. 참봉의 임기는 3년이다. 이번에 숭선전, 숭안전, 후릉 참봉의 임기가 끝나 새 참봉 3명을 함께 임명하는 합동 도임식이 열린 것이다. 새로 참봉 자리에 앉은 사람은 참봉 가운데 가장 직급이 높은 숭선전의 김효구, 숭안전의 김기영, 후릉의 허성원 참봉이었다.
　
수로왕릉에는 이날 오전부터 유림, 가락종친회 회원들과 세 참봉의 가족들이 모였다. 김효구 참봉은 자주색 예복을, 김기영, 허성원 참봉은 청색 예복을 입고 앉았다. 가슴에는 벼슬아치가 임금을 알현할 때 손에 쥐는 나무 홀을 꽂았다. 참봉 옆에는 부인들이 색동 대례복을 입고 곱게 족두리를 쓴 채 자리를 잡았다.
　
수로왕과 허왕후의 무덤을 관리하는 중요한 업무를 맡게 된 참봉들을 축하하기 위한 인사말이 이어졌다. 허성곤 김해시장은 "수로왕릉과 수로왕비릉은 김해의 자랑이며, 국가 사적이자 경남도 지정문화재다. 가락 종친을 대표해 후손들에게 귀감이 되는 참봉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명절 때처럼 알록달록 예쁜 한복을 입은 손자, 손녀 들이 참봉으로 도임한 할아버지에게 준비해 온 꽃다발을 선물로 건넸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환한 미소로 박수를 보냈다. 종친회의 어르신, 유림 들에게 참봉의 가족을 소개하는 이색 순서도 있었다. "장남입니다.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막내딸과 사위입니다. 자녀를 낳고도 여전히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집안의 큰 어르신들 앞에 선 가족들은 공손히 손을 모으고 인사했다.
　
이날 도임한 김효구 참봉은 "숭선전 참봉은 너무 중요한 자리이기에 영광스러우면서 두렵기도 하다. 앞으로 숭선전과 왕릉이 종친 뿐 아니라 전 국민이 모두 찾는 역사의 현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