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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를 품은 여백, 사택(社宅) 마을
부평 ‘삼릉’은 원도심을 대표하는 공간이자 일제 강점기 일본 굴지의 중공업 회사인 미쓰비시 공장의 노동자들이 집단 거주했던 사택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 강압적인 식민지 경영으로 시련과 아픔이 서려있던 곳이다. 삼릉이라는 이름도 ‘미쓰비시’의 한자 발음인 ‘삼릉(三菱)’을 마을의 별칭으로 사용한 것이다.

▲1938년 당시 조성된 히로나카상공 사택 전경 (후에 미쓰비시 사택으로 변경)

삼릉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산실이기도 했다. 인근에 에스캄(ASCOM)이라는 미군부대가 있어 전 세계에서 유행했던 음악을 들을 수 있었고 이 음악들이 한국대중음악의 바탕이 되어 퍼져나갔다. 이곳에는 1950~60년대 한국 대중가요와 문화의 성장 토대가 되었던 음악인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였다. 삼릉마을의 위치는 부평구 부평2동으로 국철 백운역과 부평역, 그리고 인천지하철 동수역 사이다.
‘삼릉 마을’은 태생부터 일본 제국주의의 인적 자원 수탈이라는 아픔을 간직한 곳이지만, 해방 이후에는 다양한 사연을 간직한 많은 이주민들이 터를 잡고 순박하게 삶을 꾸려오던 공간이었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이웃 간의 정이 넘치고, 비좁은 공간이지만 서로 부대끼며 가족 간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던 또 다른 고향 같은 마을인 ‘삼릉(三菱)’. 다양한 역사·문화콘텐츠가 숨겨져 있다.

▲ 1950년대 삼릉 사택의 모습(사진 김재선 제공)

부평역사박물관은 인천의 역사 문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부평 삼릉마을을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역사, 건축, 민속, 사진 분과별로 심도있게 학술조사했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학술조사서를 발간했고 전시회를 열어 삼릉마을을 재조명하는 자리를 갖는다. 전시는 11월 23일부터 내년 2월까지 열린다.

▲ ‘부평 삼릉 마을’ 전경을 촬영한 항공 사진 (홍승훈 촬영)

큰 변화를 목전에 둔 ‘부평 삼릉 마을’의 오늘을 기록
부평역사박물관이 주목한 ‘삼릉 마을’의 ‘삼릉(三菱)’이라는 이름은 일본의 대표적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사를 일컫는 말이다. 1938년 히로나카상공(弘中商工)이라는 이름의 일본계 기계제작회사가 사업 확장을 위하여 선택한 공장지대가 당시 부천군(인천부의 부세확장 이전) 관내 부평역 인근 철도변 지역이었다. 철로를 사이에 둔 공장 인근에는 노동자들이 주거할 사택들이 대거 들어섰고, 이는 ‘홍중상공사택(弘中商工社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이후 경영난에 시달리던 히로나카상공은 일본 굴지의 중공업 회사인 미쓰비시社에 부평 공장을 비롯한 인근 사택 부지 및 건물을 매각하였고, 이때부터 해당 사택 지역에서는 미쓰비시의 한자 발음인 ‘삼릉(三菱)’이 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회자되며 마을 이름이 되었다.

▲ 1950년대 삼릉사택 모습

일본 제국주의의 전시 총동원체제 하에서 어쩔 수없이 고향을 등지고 전쟁에 필요한 무기와 기계를 만드는 군수 공장에 강제적으로 동원된 조선인들은 상당 수 ‘부평 삼릉 마을’로 모여들었다. 해방 이후에 미쓰비시 부평 공장 징용 노동자들은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삼릉’이라는 마을 이름은 사택 건물들과 함께 그대로 남아 지금까지 전해진다. 많은 시간이 지나 해당 지역의 낙후된 건물과 마을을 도시재생 사업으로 바꾸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 ‘부평 삼릉 마을’ 관내 줄사택 지역 전경 (‘부평 새뜰마을 사업’ 연구용역팀 촬영)

부평역사박물관은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 ‘부평 삼릉 마을’을 역사, 건축, 사진 분과별로 외부 전문위원들을 위촉하여 2016년 1월부터 조사하였다. 올해 8월까지 현장 조사를 포함한 1차 조사를 마무리하고, 10월에 박물관 내부 인력의 민속 분야 연구 성과를 종합하여 이번에 세 번째 부평역사박물관 학술총서를 간행했다.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 사례 및 해당 마을의 다양한 역사·문화적 흐름에 주목한 역사 분과 조사를 비롯하여, 사택을 포함한 현존하는 주거 건축물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건축 분과 조사, 생업 현황과 지역주민들의 구술을 기록하기 위한 민속 및 사진 분과 조사가 종합적으로 이루어졌다.

11월 23일 전시회와 학술회의 열어
부평역사박물관은 올해 약 10개월간 진행하였던 ‘부평 삼릉 마을’의 학술조사 성과를 관련 학술회의와 특별기획전시를 열고 11월 23일, 일반에 공개한다. ‘부평 삼릉 마을의 역사와 생활문화’라는 주제로 열리는 ‘인천광역시 부평역사박물관 제3회 학술회의’에는 박물관 학술조사에 참여하였던 각 분과 전문위원들을 비롯하여, 지역사회와 유관기관의 전문가들이 주제발표와 토론을 맡았다. 특히, ‘부평 삼릉 마을’의 미래 발전적인 구상을 다루어줄 4주제 발표에는 2015년부터 해당 마을의 도시재생 사업(‘새뜰마을’ 사업) 연구 용역에 총괄 코디네이터로 참여하였던 청운대학교 장동민 교수가 발표자로 나선다.

▲히로나카상공과 미쓰비시제강 부평공장에서 근무를 하던 송백선님이 미쓰비시제강 근무
당시 평안남도 강선으로 출장을 가서 찍은 단체사진이다(사진 송백선 제공).

‘부평 삼릉 마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특별기획전시도 같은날 개막식을 연다. 부평역사박물관은 올해 학술조사 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2016년도 하반기 특별기획전 ‘삼릉, 멈춰버린 시간’展을 내년 2월까지 개최한다. 전시에서는 1930년대 말엽까지도 한적한 고촌(孤村)이었던 부평역 인근 지역이 어떠한 이유로 많은 인파들이 몰리는 마을이 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또한, 일본 제국주의의 강압적인 식민지 경영으로 인한 시련의 역사, 그리고, 이를 간직한 흔적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떠한 물음을 던지는지를 중심으로 다루었다. 문의 : 515-6472

글 이용남 'i-view'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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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enews.incheon.go.kr/publish/php/articleview.php?idx=11760&section=11&diaryDate=2016-11-17&chapter=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