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사(法華寺)는 윈난(雲南)성의 제2대 석굴 군에 속하며 각각 동, 서 양쪽 암벽에 위치해 있다. 동쪽 암벽에는 18나한, 관음보살, 지장보살이 그려져 있으며 서쪽 암벽에는 4.3m의 와불(臥佛)이 있다. (위키백과)

중국 관광객들이 ‘여기 다녀감(到此一遊)’이라는 낙서를 문화 유적에 남긴다는 뉴스가 자주 보도되고 있다. 여행 도중 의도적으로 고적을 훼손하는 일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무엇이 중국 관광객들을 문화재 파괴범으로 손가락질 받게 만들었는가. 역사적으로 무수한 전통문화를 파괴한 적 있는 중국공산당은 이러한 도덕의 부재와 문화의 결핍으로부터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중국에는 진귀한 문화유적이 많지만 악명 높은 관광객들로 인해 인위적인 훼손 위협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얼마 전 끝난 장기 연휴 이후, 이들의 행태는 다시 한 번 주목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시행하는 관광객 블랙리스트 정책이 그저 시늉에 그칠 뿐 별다른 효과가 없다며 비판했다.

법화사 석국의 부처 조각상은 부서졌고 벽에는 관광객들의 낙서로 가득 차 있었다. (웨이보)

법화사 석굴에 빼곡한 낙서들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시 다리궈(大理國)에 있는 법화사(法華寺) 석굴은 이미 인위적으로 훼손당했다. 석굴 내부에 위치한 18나한 불상(羅漢佛像)의 불두(佛頭)는 부서졌으며 또 악의적인 그림들로 흉측하게 덧칠됐다. 뛰어난 필체를 자랑하는 ‘만조(晚照)’ 마애석각(摩崖石刻)은 낙서로 지저분하며 쿤밍 유일의 석각와불(石刻臥佛)에는 낙서가 셀 수 없을 정도여서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문화재가 자연적인 풍화가 아닌 사람에 의해 빠른 속도로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뛰어난 필체를 자랑하는 ‘만조(晚照)’ 마애석각(摩崖石刻)은 낙서로 뒤덮여 있다. (웨이보)

석각와불(石刻臥佛)은 대량의 낙서로 인해 자연 풍화로 인한 파괴보다 더 심각하게 훼손됐다. (웨이보)

법화사 석굴은 안닝(安寧)시 동쪽으로부터 5km 떨어진 뤄양산(洛陽山) 기슭에 있다. 원래 명칭은 수불사(睡佛寺)로 당나라 천보(天寶, 현종의 연호) 1년에 처음 건립되어 송나라 대리국(大理國) 시기에 증축됐다. 산기슭 깊은 곳에 위치해 초목이 무성하여 그윽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곳이다. 석벽에는 오래된 동굴들이 뚫려 있으며 그 내부의 석불은 각각 신비함과 생동감을 드러낸다. 이곳은 소수민족 지역에서 보기 드문 석굴 중 하나이며 윈난 불교문화를 연구하는 데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석굴은 폐허로 변했으며 완전한 불상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곳곳에 낙서들만 가득한데 이 상황을 두고 시나(新浪)닷컴 블로거는 윈난성 당국에 “석굴의 모든 것이 자연의 힘보다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결국 이 곳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하루아침에 파괴되는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며 한탄했다. 다른 누리꾼들 역시 “부처님의 몸에 상처를 내면 이에 따른 인과응보는 무간지옥(無間地獄)이다”, “윈난성에서 지진이 날 만했다”며 격한 반응을 드러냈다.

관리가 상대적으로 엄격한 선양 고궁 역시 관광객들의 낙서는 막을 수 없었다. (웨이보)

선양 고궁 담장에 새겨진 글자들

이전에 한 블로거에 의해, ‘궁궐은 높고, 전각은 낮은’ 선양(瀋陽) 고궁의 봉황루(鳳凰樓)에 새겨진 낙서들이 공개된 바 있다. 봉황루 북문 밖 담장에도 지면과 1.5미터 정도 떨어진 높이부터 수많은 글자들이 새겨졌던 것이다. 실제로 봉황루뿐만 아니라 4미터 높이의 대(臺) 위에 위치한 청녕궁(清寧宮), 관저궁(關雎宮), 영복궁(永福宮), 인지궁(麟趾宮), 연경궁(衍慶宮) 담에서도 낙서를 찾아볼 수 있다. 동, 서배궁(配宮) 및 대(臺) 남쪽에 있는 상봉각(翔鳳閣)과 비룡각(飛龍閣) 역시 마찬가지다. 궁궐 중심축과 가까운 건축물일수록 ‘여기 다녀감’이라는 표시가 곳곳에 나타난다. 글을 새긴 날짜까지 적힌 것도 있다.

고궁 내부에 있는 태묘(太廟)는 낙서가 가장 심한 곳이다. 동쪽의 푸른 벽돌담에는 여러 날짜, 다양한 색깔의 글자가 뒤덮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거대한 하트모양으로 담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실제로 선양 고궁뿐만 아니라 ‘여기 다녀감’의 피해 유적지는 수없이 많다. 중국인들이 다녀간 자연·인문 관광지, 심지어 대로나 골목길에서도 심심치 않게 이 문장을 볼 수 있다. 돈황 벽화(敦煌壁畫), 고궁의 구리 항아리(銅缸)와 솥단지, 몽고 석각(蒙古石刻), 명나라 소릉(昭陵) 및 바다 건너 타이완의 야류암(野柳岩), 이집트 룩소르신전, 심지어 항공기 창문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가장 아름다운 명소 중 하나인 명나라 장성의 월량문(月亮門)도 최근에 무너져 반쪽만 남아있다.

월량문이 무너지자 강풍을 탓하다

현존하는 장성 중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산시(山西)성 광무(廣武)장성이 최근 파괴됐다. 가장 상징적인 부분인 월량문(月亮門) 적루(敵樓)가 무너진 것이다. 현재 적루는 삼분의 일 정도만 남아있다. 한 학자는 비바람에 의한 장기간의 침식, 주민들이 집짓기 위해 벽돌을 빼는 행위, 관광객들의 잦은 방문 등에서 무너진 원인을 찾았다.

광무(廣武)장성은 명나라 홍무(洪武, 명나라 태조 연호) 7년인 서기 1374년에 축성되었으며 전체 길이는 약 10km이고 여러 개의 누대가 남아있는데, 이 중 월량문이 가장 유명하다. 산인(山陰)현의 난즈중(南志中) 현장은 공개 사과를 하면서 붕괴 원인을 보기 드문 강풍 때문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와 함께 ‘주의 부족’, ‘보호조치 태만’ 및 ‘재정 투입 부실’과 같은 사실도 인정했다.

현지 주민들이 보기에 월량문의 붕괴 이유는 단 하나다. 농가에서 오랜 기간 장성의 벽돌을 빼내어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방 정부는 강풍이 분 탓만 하고 있다며 거짓 사과라고 꼬집었다. 일부는 “회오리바람이 불었다고 하지?”, “요괴가 나타나서 하면 될 일”이라며 현장의 공개 사과를 풍자했다.

블랙리스트는 종이호랑이에 불과

최근 장기 연휴기간 동안 문화 훼손 행위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예를 들어 장성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다든지, 수백 명의 사람들이 황하 강변에서 도시락을 먹고 뒷정리를 하지 않는 일 등이 잇달아 벌어지면서 같은 중국인조차 관광 습관과 행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에 이르렀다.

또한 작년 정부에서는 블랙리스트 제도를 마련하여 훼손행위를 하는 관광객들의 명단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효과가 없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중국 국가여유국(國家旅遊局)의 홈페이지에는 명단이 없으며 <션전도시보(深圳都市報)>는 그 수도 24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SNS 웨이신에서는 블랙리스트가 이미 ‘종이호랑이’가 되었다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내 문화유적에 글자를 새기는 것 같은 훼손이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이유와 관련해 한 변호사는 이러한 위법행위의 처벌 규정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관료의 부패, 정부의 직무유기, 관광객이 ‘돈만 내면 상관없다(向錢看)’는 식으로 대처하는 당국과 중국공산당이 저지른 전통문화 파괴, 대자연에 대한 투쟁 의식 등과 같은 도덕적 하락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쉬뤄슈이(徐若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