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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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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선율 타고 날아든 한 마리 학의 날갯짓을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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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v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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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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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듯 울리는 가야금의 매력에 빠지다
“어젯밤 늦게까지 선생님과 연습을 했더니 이래요. 그간 바빠서 연습이 게을렀거든요.”
그동안 수도 없이 벗겨지고 피가 흘렀을 그녀의 손끝에는 여전히 터질 듯 커다란 물집이 잡혀 있었다. 아직도 공부할 게 너무 많다는 쉼 없는 열정의 흔적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전통문화를 배우거나 즐기는 외국인들이 언론의 조명을 받는 일이 종종 있어 왔지만, 단순한 취미 차원을 넘어 전문 연주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그녀는 분명 다르다 할 수 있다.
본명은 조슬린 클라크(Jocelyn Clark). 알래스카 태생인 그녀는 3살 무렵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해 피아노와 클라리넷, 오보에 등의 악기를 두루 섭렵했다. 고등학생 때 일본 현악기 ‘고토’를 배우면서 동양문화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고, 일본 요코하마와 홋카이도에서 정식으로 고토를 배우던 중 중국의 현악기 ‘쟁’과 ‘칠현금’의 세계에 눈을 돌려 중국으로 향했다. 그때만 해도 자신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가야금을 배우며 청춘을 보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1992년 우연히 보게 된 가야금 연주가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일본과 중국 등 동양문화에 익숙했기 때문에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가야금을 접해보니 또 다른 세상이 존재했다.
“중국과 일본은 손이 아닌 피크(Pick)를 사용해 연주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소리도 전혀 달라요. 중국이 하프처럼 음이 섞이며 퍼지는 소리라면, 가야금은 음과 음이 제각각 독립적이죠. 마치 사람이 노래를 부르는 듯 음정 하나하나를 짚어 내는 게 특징입니다. 농현법➊에서도 한국 가야금이 자유로운 형식을 갖는 것과는 달리 일본은 한층 정립된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내면의 감정을 노래하듯 연주하는 가야금의 매력에 빠진 그녀가 한국행을 결정하게 된 이유의 전부다.
무모했기에 더욱 용감했던 도전
20대의 열정이란 무모해 보일 만큼 뜨겁고 강렬한 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공부하고 정착하는 일이 만만하지 않았다. 기거할 곳은 물론 장학금도 필요했다. 언어도 서툰 상황이라 제대로 공부할 방법을 찾는 데까지 꽤 많은 스트레스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처음에는 스승의 말을 정확히 알아듣지 못해 답답한 시절도 있었고, 가야금의 깊이에 빨리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25년을 꾸준히 노력한 결과, 그녀는 지금도 새로운 깨달음과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자기만의 세계를 펼쳐 가고 있다. 연주뿐 아니라 동아시아 문화에 대한 그녀의 학문적 탐구도 멈추지 않았다. 2005년에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가야금병창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음으로써 자신만의 독보적인 가치를 구축해 가고 있다.
전통을 전통답게 이어가는 일의 가치
처음에는 문화적 충돌로 웃지 못할 일들도 많았다. 특히 위계와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국악인들의 세계였으니, 활달한 성격의 조세린 교수는 다소 버릇없다거나 무례한 모습으로 비춰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저 혼나가면서 배우는 수밖에.
자기 속에서 찾아내는 새로운 소리로부터 삶의 지극한 아름다움을 배운다는 그녀. 한국의 전통문화이지만 정작 한국인들에게는 외면받는 현실이 그녀는 누구보다 안타깝다.
“돈이 안 되는 일은 교육에서도 가치를 잃는 현실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당장 돈이 안 되더라도 한 나라의 고귀한 문화적 뿌리로서 존중받을 필요가 있을 텐데요.”
애정이 깊은 만큼 쓴소리도 거침없다. 경험상 어린 학생들이 국악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접해볼 기회가 너무 없었던 게 문제라는 지적은 한국적인 것의 세계화를 생각하는 이 시점에서 새겨들어야 할 충고다.
“하면 할수록 재밌는 게 가야금이에요. 제가 낼 수 있는 소리의 세계가 깊어지고 넓어지는 걸 느낀다는 게 정말로 즐겁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가야금을 공부하고 연주할 겁니다.”
학자로서 음악인으로서 그녀가 내다보는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다채롭고 역동적이다. 전통의 맥을 이어가는 한편, 한·중·일을 아우르는 연주그룹 ‘Asian zither ensemble IIIZ+’를 결성하는 등 세계와 함께 호흡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전통, 퓨전, 현대음악의 독립적인 성장과 조화로운 발전을 동시에 꿈꾸는 그녀의 의욕은 끝이 없어 보인다.
➊ 농현법 : 기악곡의 어느 음을 흔들거나 떨어서 장식하는 연주기법
출처:월간 문화재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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