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교수는 “한자는 한국어 글자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다. 국어기본법은 한자를 한국어 글자에서 배제하고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9조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 등에 위배된다”며 국어기본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국어기본법이 잘못이라는 근거 중 하나로 “한자어의 문자는 한자라는 점”을 든다. 한자어는 한자로 적어야 의미가 전달되므로 한자가 문자라는 것이다. “한자어를 한글로 적는 것은 발음만 전달하는 발음기호에 불과하다. 이는 한자어 고유명사를 한글로 적으면 의미를 알 수 없는 데서 증명된다. 그래서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만든 뒤 처음 지은 ‘龍飛御天歌(용비어천가)’를 ‘한자어는 한자로, 토박이말은 정음으로’ 적었다. 곧 세종은 ‘한자어의 문자는 한자, 토박이말의 문자는 정음(한글)’이라고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이라고 설명한다.
세종 때부터 한자와 한글을 섞어 표기했고 조선이 끝나는 고종 때까지 언해서·양반 가사와 시조 등을 통해 끊임없이 국한자혼용이 이어져 내려온다는 사실도 특기한다. 19세기 말 일본인에게 배워서 쓰기 시작한 것이 국한자혼용이라는 한글전용 측의 주장은 오류라고 반박한다. “국한자혼용은 한국어 문자 표기의 전통으로서 이 전통을 법으로 파괴해서는 안 된다.”
또 한자어를 문자(한자)로는 적지 못하게 금지하고 발음기호(한글)로만 적게 강제·강요하는 것이 국어기본법이라고 비판한다. 원칙을 금지하고 편법·변칙을 국가가 국민에게 강요하는 잘못이라는 것이다. “반드시 한자로 적어야 하는 한자어 고유명사가 5000만개로서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단어 50만개의 100배에 이르는데 어떻게 한자를 적지 않고 국어생활을 할 수 있느냐.”
헌재 공개변론 당시 국한자혼용 측은 “한글과 한자는 상보적 관계로 조화롭게 어울리는 문자문화풍토가 조성돼야 하며, 국가는 초·중등학교 국어교과에서 적정수준의 한자혼용 교과용도서를 사용해 한국어의 정확한 이해에 필요한 최소한의 한자를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한글전용 측은 “사적 영역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든 개인의 자유이나 공적 영역에서는 공동체구성원을 고려해야 한다. 공문서에 한자로만 표현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한자를 읽을 수 없는 국민의 알권리와 의사소통을 할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고 판단한다.
【서울=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