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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내동은 감리서를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감리서가 자리 잡고 있는 동네라는 의미에서 내리라는 명칭을 얻었다. 내리의 범위는 현재의 내동과는 차이가 있다. 내리교회가 용동교회라고 불렸기 때문이다. 용동마루터기를 중심으로 남쪽으로는 탁포가 북쪽으로는 섭도포가 자리 잡아 물보라는 용동마루터기에서 부딪쳐 서로 넘지를 못하고 인천 앞바다에서 바닷물로 합쳐졌다.

▲ 김기범 목사님의 기도문

김구, 감리서에서 새로운 세계 접하고 기독문물 수용
감리서를 기억할 때는 바람 앞의 등불같은 나라의 운명에 울분을 터뜨리며 국모보수(國母報讐)라는 명분으로 치하포에서 일본인을 살해하고 인천 감리서 감옥에서 사형을 기다리던 백범 김구 선생과 나라를 팔아먹는데 앞장 선 공로로 인천부윤이 되어 일제 강점기 치하에서 부귀영화를 누렸던 김윤정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다.
청년우국지사 김창수가 민족의 지도자 백범 김구 선생으로 성장하여 큰 뜻을 품게 된 계기는 인천 감리서 감옥이었다. 동학의 애기접장으로 탐관오리로부터 백성들을 구하고자 동학혁명에 몸담았던 우국지사는 감리서의 감옥에서 보다 넓은 세계를 접할 수 있었고, 이미 이 지역에 들어와 있던 내리교회를 통해 서구 기독교 문물을 받아들였다.
내리교회는 지금도 해방 이후 이 교회를 방문했던 사진을 걸어놓고, 김구 선생의 모친이신 곽낙원 여사가 김구 선생의 옥바라지를 하던 곳이라 자랑을 한다. 하지만 옥바라지를 하던 객주집은 몇 년 전 헐어 새로운 건물 아펜젤러비전센터를 지었다.
이곳이 그대로 김구 선생과 곽낙원 여사의 기념관으로 재활용되었다면 인천이 기른 민족의 지도자 김구 선생과 인천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의 정신을 인천정신으로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 곽낙원 여사가 김구 선생님 옥바라지를 위해 삯일을 하던 객주집이 이 건물에 포함되었다.

내동 객주들 김구 구명운동에 한마음 한뜻
내동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객주 골목이다. 지사 김창수를 돕기 위해 인천의 객주들이 한 마음이 되었다. 재산을 털어 구명운동에 힘을 기울였지만 끝내 관철되지 못하자 탈옥할 것을 권한다. 백범 선생님은 어느 길로 탈출을 하였을까? 인천을 벗어나기 위한 길은 그 당시는 세 갈래 길이 있었다. 관도와 경성가도 기상대 길이 그것이다.

▲ 1909년 감옥의 확장. 1912년 재판소는 신흥동으로 이전했다.

밤새 길을 헤매다가 새벽이 밝아 왔을 때 본 것은 해변가였고 멀리 프랑스 교회의 종탑이 보였고 화가동 마루턱을 넘었다는 것으로 보아, 섭도포구 근처를 헤매다가 경성가도길을 지나 관도길을 통과했던 것 같다.
여기 또 한사람이 그 시대를 대표하는 친일파로 출세 가도를 달리며 부귀영화를 누린 김윤정이다. 그는 1897년 관비 유학생으로 도미하여 1903년 대학을 졸업하고 주미 공사관 서기생으로 외교관 생활을 하다가 1905년 주미 대리공사를 맡을 때 ‘을사조약’에 의해 각지의 한국 공사관의 공관을 폐쇄하고 귀국하라는 훈령을 받자마자 단돈 5달러에 공사관을 일본에 팔아버리고 귀국하여 당시 조선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지위인 도지사까지 지내고 중추원 참의로 참으로 평안한 생활을 보냈다. 또 미군정이 되자 자신의 영어실력을 과신하며 자신을 정부에 기용해 달라고 김구 선생과 하지중장을 졸랐고 지나친 면접 청탁으로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 객주골목. 기와집에는 붉은 벽돌로 바닥과 사면 벽을 쌓은 방공호가 특이하다.

윤치호의 일기에서 보이는 태평천국을 누리는 김윤경의 모습이다. 1932년 5월 27일 금요일, 맑음. 서울 집. 이케다 경무국장은 저녁 7시에 연회를 주최했다. 연회 참석자들은 화월루에 모였다. 쉴 새 없는 술, 게이샤의 춤, 맛보다 외양에 더 신경을 쓴 요리들. (중략) 11시쯤 집으로 돌아왔다. 김윤정, 장헌식, 이항구 등은 누구보다도 이 저녁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들은 노래하고 춤추며 호탕하게 웃었다. 김윤정은 찬송가까지 부르며 이런 연회야말로 정말로 ‘진정한 천국’(원문은 ‘veritable Kingdom of Heaven’)이라고 말했다. (장헌식도 식민지시기 도지사를 역임한 관리 출신이며, 이항구는 이완용의 차남이다.-필자)(윤치호 일기에서)

▲ 랜디스 박사와 학생들

▲ 영국병원

대한제국 주미 공사관은 주미전권공사 박정양 일행이 1888년 1월 19일 피서옥(피셔 하우스)을 임대해 공사관 업무를 보다가 이듬해 이하영 서리전권공사 체제에서 2만5천달러에 매입하여 1905년 을사늑약으로 김윤정이 5달러에 일본 쪽에 넘기기 까지 11년 동안 대미외교를 펼쳤던 공간이다. 공사관에서는 이하영의 초청으로 미국 대통령 부인인 프랜시스 클리블랜드를 비롯한 저명인사들이 참여한 연회가 개최되기도 했는데 당시 대통령 부인의 외국공사관 방문은 처음 있는 일로 현지 외교가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사관 건물은 2012년 문화재청에서 350만 달러에 재구입하였다.
공사관 건물을 구입한 이하영이나 팔아먹은 김윤정이나 인천과 연관이 있는 인물들이다.

아름다운 의사 랜디스 ‘한국 어린이들의 노래’ 저서 남겨
내동에서는 또 한 분 잊을 수 없는 사람은 조선을 사랑해서 조선인을 위해 자신의 모든 정열을 기울인 랜디스 박사다. 영국병원을 운영하며 약대인(藥大人)으로 존경 받았으며 조선인 고아를 입양하여 돌봤고 교육에도 힘썼다. 그는 전염병에 걸려 송림동에서 요양하다가 돌아가셨다. 그는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1895년 무렵부터 1898년 영면할 때까지 약 3년간 한국의 민속과 문학에 관해 여러 편의 글을 작성하여 발표했다. ‘한국 어린이들의 노래’는 한국의 민속과 문학을 다룬 랜디스의 저술 가운데 거의 마지막에 나온 것으로 이 무렵 고아원 운영을 시작하면서 한국 아동들과 자주 대면하였고 자연스레 유년기의 구비전승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짐작된다.

‘황장’흔적, 중국 묘지의 한국인 소유변화 보여줘
내동에는 또 하나의 역사적 사실이 숨어있다. 중국인 묘지인 황장(皇庄)이다. 내동 6,7번지 일대가 중국인 묘지터라고 되어 있지만 증거가 남아 있지 않았다. 2013년 동인천동에서 행복상담원 일을 하면서 골목골목을 다녔는데 골목 끝에 비석이 누워있는 것이 보였고, 그 앞에는 나무 전신주의 잘라진 흔적이 보여 확인을 하니 황장 61호라는 글자가 보였다.
마음속으로는 확신을 하지만 혹시 다른 곳에서 옮겨와 주춧돌로 쓰는 경우도 흔한 경우라 그 옆집에 사는 이 동네 통장님에게 이 비석이 어디서 나왔는지의 유래를 물었더니 도시 가스 공사를 하고자 골목길을 파려고 허가를 신청했더니 길이 아니라 개인의 소유여서 허가를 해 줄 수가 없다는 답변이 왔다는 것이다.
골목 땅 주인을 찾아보니 그 일대가 한 개인이 소유한 한 필지로 해방 후 필지를 잘라 집을 지어 팔았다는 것이다. 땅 주인은 우씨로 경동 큰 기와집으로 이사해서 살고 있기에 양해를 얻어 골목을 팠는데 비석이 땅속에 묻혀 있었던 것을 발견하고 밖으로 끄집어내어 대문 옆에 놓아두었다는 것이다.
원래의 소유주인 우씨 일가는 이미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언제 어떤 인연으로 이 땅을 소유하게 되었는지 알 길은 없었지만 중국인 묘지가 나중에 한국인 손으로 한 필지 그대로 넘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사적인 증거는 그 장소에 남아 있어야 하기에 2년여를 고민을 하다가 김식만 선생님의 블로그를 빌려 발표를 하였다. 한 달 전 서울 답사 팀과 그곳을 방문을 하니 통장님이 화를 불같이 내시며 소리를 치신다. 어떤 촬영 팀에서 나와 동네 분들이 심기를 많이 상하게 했던 모양이다. 비석에 시멘트를 부어 버린다고 하는데 무어라고 대답할 말이 없다.

현재는 문화계나 역사학계에서 지역 유적을 지킬 수는 없다. 그 지역의 주민들이 지켜 주어야만 제자리를 지킬 수 있는데 지역 주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절조차도 없이 정복자처럼 탐방을 다니는 것이 문제다. 그 자리에서 없어져 버려도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남아 있어야 그 다음도 있는 것이다.
이제 내동에서는 개항 초기 감리서 감옥의 죄수들이 자신들의 하루하루의 먹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낸 물건을 팔아주던 저자거리의 시끌벅적함도, 해방이후의 혼란함도 적막속에 사라졌고 한겨울 크리스마스 송을 부르며 밤을 세워 내동 주변을 돌던 새벽송도 이미 사라져 추억만이 비석처럼 남았다.

글· 사진 장회숙 ‘도시자원연구소’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