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제 목 |
 |
유희적 색채가 강한 당악정재 포구락(抛毬樂) |
|
| 글쓴이 |
|
tntv |
등록일 |
|
[2016.10.17] |
|
|
궁중무용으로서 포구락의 형태
한국의 궁중무용은 궁중 잔치와 의식에서 행해졌던 무용으로 정재(呈才)라고도 한다. 국가기관에 예속되어 보호를 받으며 오랜세월 이어져 온 궁중무용은 나라의 경사, 궁중의 향연, 외국 국빈을 위한 연회와 왕후장상(王侯將相)들의 즐길 거리로 쓰였고, 지방 관아에까지 전파되기도 하였다.
궁중무용 정재는 죽간자(竹竿子)의 유무에 따라 크게 당악정재와 향악정재로 구별된다. 즉, 당악정재에서는 향악정재에서 볼 수 없는 죽간자가 사용된다. 죽간자는 길이가 7척(약 210㎝)이 넘는 붉은색의 대나무 장대 위에 목두(木頭: 나무토막)를 달고, 목두에 세죽(細竹: 가는 대) 100개를 꽂아 만든 의물(儀物)이다. 세죽 끝에는 수정 구슬을 달아 화려하게 장식했다.
궁중에서 즐기고 행해졌던 정재는 민간 대중과는 관계가 없었다. 그런데 민간에게 사랑받던 놀이가 궁중무용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있으니, 바로 포구락(抛毬樂)이다. 포구락은 죽간자가 사용되는 당악정재의 하나이다. 죽간자를 든 정재여령(呈才女伶)은 다른 의물을 든 여기(女妓)와 무원(舞員)들의 선두에 서서 무대를 들어오고 나갈 때 대열을 인도하는 역할을 하여 춤의 지휘자라 할 수 있다. 포구락 공연에서는 죽간자와 함께 인인장(引人仗)·용선(龍扇)·봉선(鳳扇)·정절(旌節)·작선(雀扇)·미선(尾扇)·개(盖) 등의 화려한 의물도 함께 볼 수 있다.
대중친화적인 공연, 놀이에서 정재로
포구락은 야구와 농구와 같은 경기 형태를 띠고 있어 흥미진진하며 상벌의 개념이 있어 긴장감을 더하는 놀이 춤이다. 무대 중앙에는 나무로 만든 포구문(抛毬門)이 놓여 있고, 문에는 풍류안(風流眼)이라는 구멍이 뚫려 있다. 춤이 시작되면 포구문을 사이에 두고 무원이 좌우편으로 갈라서서 공을 풍류안 사이에 넣는다. 공을 넣은 사람에게는 상으로 꽃을 주고, 넣지 못한 사람에게는 벌의 의미로 얼굴에 검게 먹점을 찍는다. 꽃을 받은 무희의 나비 같은 발 디딤과 뺨에 먹칠을 당한 무희들의 표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민간에서 사랑받던 놀이가 궁중정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포구락은 본래 대중친화적 공연양식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포구락이 대중 속에서 함께할 수 있는 이유는 화려한 무대와 쉬운 의미 전달 방식에 있다.
무대에서는 각종 무구(舞具)들과 포구문이 관중의 시선을 끈다. 붉은 칠을 한 나무로 만들어 용과 봉황을 그리고 무늬가 있는 비단으로 장식했으며 문에 구멍을 내어 풍류안을 만든 포구문. 이를 무대 중앙에 세우고 무대(舞隊: 춤추는 여자 무용수)가 악공과 기녀와 함께 무대의 남쪽에 정렬한다. 무용수들이 들고 있는 큰 비단 양산, 화려한 부채, 깃발 등의 장식품들이 시각적으로 무대를 다채롭게 장식한다. 드디어 악공이 연주를 시작하면, 죽간자가 등장하고 공연 시작을 알리는 구호(口號: 임금에게 바치는 노래)를 올린다. 이어 여자 무용수들과 기녀들이 등장해 차례로 6곡 내외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데 그 내용은 임금의 덕을 칭송하고, 건강과 장수를 빌며, 나라와 백성의 평안을 기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몸짓만으로는 내용을 전달하는데 어려움과 지루함이 따르기 때문에 노래를 곁들임으로써 전달력을 높였다는 점이 뮤지컬 형식의 원류라고 볼 수 있다.
왕가의 사랑을 받아온 포구락
민간에게 사랑받던 포구놀이가 궁중무용 포구락으로 만들어진때는 송(宋)대였다. 송대의 화려한 무용이 고려 문화의 황금기를 이룬 문종 27년(1073년) 11월, 초영(楚英) 등 13명의 기녀에 의해서 팔관회 때 처음으로 공연됐다. 이후 조선 초기 세종 때 포구락을 포구락정재라고 칭하며 국왕이 사신 또는 종친을 위해서 베푸는 잔치 때 아박정재(牙拍呈才)·무고정재(舞鼓呈才)·오양 선정재(五羊仙呈才) 등과 함께 펼쳐졌다. 악공의 삼현육각 반주에 맞추어 포구락을 공연했음을
<부벽루연회도(浮碧樓宴會圖)>에서도 알 수 있다. 그림을 보면 무대 한가운데에 포구문이 놓여 있으며, 곱게 차려 입은 무용수가 허리를 뒤로 젖히고 풍류안으로 붉은색 공을 넣으려는 모습이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 다른 이들은 양쪽으로 나뉘어 춤과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19세기 후반 고종 4년(1867년)때도 진주교방에서 이 춤이 연행됐다고 『교방가요(敎坊歌謠)』에 전하고 있으며, 1901년 고종황제의 탄신 50주년 기념 만수성절(萬壽聖節)의 진연 때도 포구락을 공연했다.
이처럼 포구락의 구성 인원과 춤의 순서, 춤사위와 반주 음악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변천되어왔고 『악학궤범』
<시용당악정재도의(時用唐樂呈才圖儀)>에는 춤의 진행절차가 자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여러 의물이 등장하고 무인(舞人)의 수도 16명으로 증가해, 고려시대보다 크게 발전하고 형태가 다양하며 정리된 상태이다.
국립국악원의 현행 포구락은 일제강점기 이왕직아악부(李王職雅樂部)에서 전승한 것으로, 지금도 국립국악원을 비롯한 지방의 여러 무용 단체에서 활발히 공연하고 있는 인기 종목이다.
송나라로부터 전래된 포구락은 당악정재에 속하는 춤이자, 현재까지도 전해지는 궁중무용이다. 창사를 부르고 춤을 추다가 공을 풍류안으로 넣는 포구락은 놀이에서 비롯한 독특한 형식을 갖고 있으며 뮤지컬 형태를 취하고 있어 주제 전달 능력도 탁월하다. 이러한 점이 포구락이 지금까지 활발히 시연되고 있는 이유이다.
글‧박희태(우석대학교 실용무용지도학과 교수)
출처:월간 문화재사랑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