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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르고 비탈지기는 지금도 매한가지. 제법 도시적인 모양새를 갖췄지만, 여전히 송현동의 하늘은 너르고 달과 가깝다. 그래서 달동네라 불렸던 고달프고도 소박했던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하기 위해 지난 2005년 건립된 곳이 바로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이다.

변화된 것들에 대한 추억과 향수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으로 가는, 아니 오르는 길. 차로도 조금은 버겁다 느껴지는 이 길을 수없이 오르내렸을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들을 추억하는 이들, 또 어쩌면 그들 중 하나였을지도 모를 이들이 오늘도 박물관을 찾아 그 시절의 흔적을 보고 듣고 매만진다.
박물관 안은 볼거리 투성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 볼거리를 즐기는 이들조차 볼거리가 된다. 달동네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40~50대 중년들이 지어 보이는 ‘그래 맞아, 그땐 그랬지’란 표정…. 그래 맞다. 그들이 변했듯 도시도 변했고, 우리네 삶도 몰라보게 변했다. 그 변화된 것들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수도국산박물관의 가장 큰 매력이다.

본격적인 관람이 시작되는 2층 전시실에는 그 시절 달동네 초입에 자리 잡고 있던 사진관과 문방구, 양장점 등을 재현해 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흥미로운 구경거리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데, 이유는 이곳들이 실제 동구 송현동과 송림동 달동네에 존재했었고, 그 공간에서 살아가던 이들이 기증한 물건들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세월의 때가 덕지덕지 묻은 보물 같은 삶의 유산들이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안에 생생히 살아 숨 쉰다.

나눔을 통한 공유, 공유를 통한 공감
달동네 초입을 한 바퀴 휘돌아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달동네 사람들의 삶을 좀 더 깊숙이 느낄 수 있는 생활 터전을 만날 수 있다. 달동네는 비좁은 공간에 여러 가구가 모여 살아가는 ‘함께 사는 동네’였다. 우리 집 담이 곧 이웃의 담이었고, 그 담들이 모여 다시 동네 사람 모두가 오가는 골목이 됐다. 계획 없이 지어진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상하수도시설이 제대로 들어올 수 없었고, 그런 탓에 물이 부족해 화장실도 함께 사용했다.
그렇기에 달동네의 문은 늘 열려 있었다. 이웃집을 오가며 함께 식사를 하고, 작은 것 하나부터 기쁨과 슬픔 모두를 나누며 부대껴 살아간 곳이 바로 달동네였다. 고단했지만 정겨웠던 삶,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에는 이러한 달동네의 기억과 추억이 고스란히 스며있다.

감성 돋는 다채로운 전시와 체험 시설뿐만 아니라, 달동네의 추억을 아이와 공유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는 것 또한 수도국산박물관의 매력 중 하나다. ‘달동네 놀이 체험관’은 1970년도 수도국산달동네의 삶과 아이들의 놀이 문화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뻥튀기와 달고나 등 그 시절 먹거리 체험은 물론, 연탄 나르기와 비석치기, 사방놀이, 고무줄놀이 등 지금 아이들에겐 생소하면서도 신선한 아날로그식 놀이들을 함께 체험하며 세대 간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위치 : 인천광역시 동구 솔빛로 51
관람 시간 : 09:00~18:00(매표 마감 17:30)
휴관일 : 매주 월요일(1월 1일, 설날과 추석 당일)
관람료 : 성인(1,000원)/청소년·군경(700원)/어린이(500원)
홈페이지 : www.icdonggu.go.kr
문의 : 032-770-6130

글· 사진 이준하 <인천시 영문잡지 인천나우>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