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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은 조선 시대 성인 남성들이 외출할 때 반드시 갖추어 써야 했던 관모(冠帽) 중 하나다. 영국 귀족들의 중산모처럼 양반들의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필수 아이템이었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손으로 직접 엮어 만들었기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면서도 멋스러운 실루엣을 품고 있어 선비들의 청렴한 인품을 상징하기도 했다.
갓의 외형은 단조롭지만 세련되고 날렵한 인상을 주기도 하는데, 시대의 흐름이나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했다. 어떤 시대에는 차양이 넓은 갓이 유행해 한 방에 선비 세 사람이 다 앉지 못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만큼 갓은 자신의 지위와 개성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여 제작했으며, 그 과정 또한 매우 복잡했다. 단계별로 사용하는 재료는 물론 필요한 기술까지 달라 여러 장인들의 협업을 통해서만 만들 수 있었다.
우선 컵 모양의 모자 집에 해당하는 ‘총모자’는 주로 말총이나 쇠꼬리 털을 한 올 한 올 엮어 만들었다. 차양 부분에 해당하는 ‘양태’는 대나무를 실낱처럼 떠서 얽어매는 방식을 택했으며, 총모자와 양태를 조립하는 ‘입자’ 단계에서는 갓의 종류에 따라 마감재를 덧붙이고 인두질, 먹칠, 아교칠, 옻칠 등을 반복해 완성했다.
이처럼 갓은 장인들의 정성과 철저한 분업을 통해 완성된 인내와 조화의 예술이라는 점에서 다른 공예품과 달리 그 작업과정의 '조직미'(組織美)가 으뜸이다. 까다롭게 재료를 고르는 일부터 한 점 흐트러짐 없이 결을 만드는 일까지 매 과정마다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추구해 놀라운 조형미를 이끌어 냈다.
갓을 만드는 과정 전체를 뜻하는 ‘갓일’이 전통공예 분야에서는 최초로 국가무형문화재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서도식)이 갓이 지닌 멋과 미학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전시를 마련한다.
한국문화재재단은 오는 21일부터 10월18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2층 전시관 '결'에서 '갓, 자연의 결로 멋을 내다'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선 국가무형문화재인 갓, 망건, 탕건 작품 총 60여점을 선보인다.
또 갓의 제작 단계별로 쓰이는 재료와 실제 장인들이 사용하는 도구를 전시하고 각 공정에 따른 세부적인 제작과정을 사진 자료로 소개한다. 관람객들은 자연의 소재가 지닌 빛깔에 인간이 창조한 무늬가 더해진 전통공예의 정수를 엿볼 수 있으며, 오랜 세월 손끝에서 손끝으로 전해진 갓일 장인들의 섬세한 기예를 관찰할 수 있다.
아울러 제주지방에서 갓을 만들 때 불렀던 노동요 '양태 소리'와 안분지족하는 조선시대 선비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설치미술 작품까지 선보인다. 전시 관련 문의나 자세한 내용은 한국문화재재단 누리집(www.chf.or.kr)을 참고하면 된다. 무료. 문의 (02)3011-2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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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뉴스 1
http://news1.kr/articles/?27769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