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영국 케임브리지의 피츠윌리엄 박물관엔 지난 6월부터 전시 중인 한 장의 그림이 있다.

바로 이탈리아 화가 세바스티아노 델 피옴보(Sebastiano del Piombo·1485~1547)가 1501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목자들의 경배'(Adoration of the Shepherds)다.

이 그림은 훼손 정도가 심해 한때 '잃어버린 작품'으로까지 불렸던 것이다.

그러나 피츠윌리엄 박물관은 장장 10년간의 복원 작업을 거쳐 이 작품을 성공적으로 복원해냈고, 올해 개관 200주년을 맞아 일반에도 공개했다.

이런 가운데 '목자들의 경배' 복원 과정엔 한국인 회화 복원 전문가 노유진씨(37·여)의 공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피츠윌리엄 박물관 산하 회화 복원 연구소인 '해밀턴 커 연구소'에서 회화 복원가로 활동하고 있는 노씨는 이화여대에서 동양학을 전공하고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회화 복원, 영국 런던대에서 종이 복원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인물이다.

노씨는 해밀턴 커 연구소의 선임 복원가였던 레나타 우드하우젠 박사의 추천으로 2008년부터 '목자들의 경배' 복원에 참여했다고 한다.

'목자들의 경배'는 원래 목판 위에 그려졌던 그림이다.

그러나 프랑스 파리의 오를레앙 공작이 이 그림을 소유했던 18세기 무렵 질산을 이용해 목판 위의 그림층만을 분리해 캔버스로 옮기는 작업이 이뤄졌다.

당시 프랑스에선 그림을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해 이처럼 목판의 그림을 캔버스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림이 상당 부분 손상되는 경우가 많았다.

'목자들의 경배' 역시 이 같은 이유에서 원화의 50% 이상이 떨어져 나가거나 지워졌었다고 한다.

때문에 박물관 측은 그림의 추가 훼손 가능성 등을 우려해 그 복원을 결정하는 데만도 35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노씨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30여년 만에 이 그림이 박물관에 걸린 것을 봤을 때 우드하우젠 박사가 가장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목자들의 경배'와 노씨를 맺어준 우드하우젠 박사는 암으로 투병해오다 복원된 그림을 보지 못한 채 지난 2012년 숨을 거뒀다.

노씨는 우드하우젠 박사가 생전에 큰 수술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자신에게 건넨 첫 마디도 "이 그림의 복원을 꼭 끝내 달라"였다고 전했다.

노씨가 미술복원을 시작한 계기는 한국화, 더 깊이는 동양화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동기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아주 어릴 때부터 한국의 전통예술에 관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고를 다니던 시절 시작한 한국화를 대학 전공으로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는 노씨. 그는 당시 사회 분위기가 '우리 것'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오히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한국화의 본질에 대해 고심할 수 있었고, 나아가 서양화와 한국화를 구분해주는 '재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노씨는 소르본대학에서 미술품 보존·복원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으며 그림 하나하나를 구성하는 재료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게 됐다고 한다.

노씨는 "'목자들의 경배' 복원은 나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라 수많은 연구와 현대기술을 이용한 분석, 또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소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 타임스 등은 복원을 마친 이 작품에 대해 "10년에 걸친 헌신 끝에 걸작에 새 생명이 불어넣어졌다"고 평가했다.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소유인 피츠윌리엄 박물관은 피츠윌리엄 자작이 기증한 미술품을 보관하기 위해 1816년 세워졌다.

'목자들의 경배' 역시 피츠윌리엄 자작의 개인 소장품이었으며 그 전엔 프랑스 왕실 소유였던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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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뉴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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