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원왕후(1789~1857)는 시집보낸 막내딸 덕온공주를 늘 걱정했다. 조선 23대 왕 순조와 사이에서 낳은 덕온공주는 혼례를 치른 이후 병치례가 잦았다. 순원왕후는 막내사위 윤의선에게 자주 편지를 보내 딸의 안부를 챙겼다.
걱정하는 마음이 컸던 건 단순히 막내딸이 몸이 약했던 이유만은 아니었다. 이미 셋이나 되는 자식을 앞세워 보냈기에 안타까움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1802년 왕비로 책봉된 순원왕후는 효명세자, 명온공주(1810~1832), 복온공주(1818~1832), 덕온공주를 차례로 낳았다.
이 중 효명세자는 인기 사극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박보검이 주연을 맡은 주인공 이영의 실재했던 모델이다. 1827년(순조 27) 효명세자는 대리청정을 시작했지만, 1830년 2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으며, 2년 뒤인 1832년에는 한 달 간격으로 둘째 딸 복온공주(당시 15세)와 첫째 딸 명온공주(당시 23세)가 사망했다.
연이은 자녀들의 죽음 뒤 1834년 지아비인 순조마저 세상을 떠났을 때 순원왕후의 나이는 46세, 막내딸 덕온공주는 13세였다. 덕온공주는 왕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조선의 마지막 공주였으나, 몸이 약해 결국 1844년 23살의 나이로 요절하고 말았다.
현재 보낸 이와 받는 이가 명확히 밝혀진 궁중 발기 가운데 공주가 받은 혼수 발기로는 덕온공주의 것이 유일하다. 길이가 5미터를 넘는 덕온공주 한글 혼수 발기에는 노리개, 비녀, 댕기 등의 장신구부터 사발, 대접 등의 그릇과 가위, 인두 등의 바느질 도구까지 살림에 쓰이는 온갖 물건이 갖추어져 있다.
아무리 사랑을 받았던 공주라도 당시 법도에선 시집을 가면 궁에 함부로 드나들 수 없었다. 공식적인 왕실 행사와 같은 특별한 경우에만 출입이 허락되었다. 이에 어머니 순원왕후는 사위 앞으로 한글 편지를 보내 딸의 안부를 물었다. 이 편지 내용에 따르면 덕온공주는 병 치료를 위해 궁으로 들어가 지내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립한글박물관은 180년 전 음력 8월13일, 양력으로는 9월13일 덕온공주의 혼례일에 맞춰 2016년 기획특별전 ‘1837년 가을 어느 혼례날-덕온공주 한글 자료’를 연다. 오는 12월 1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특별전은 1부 ‘1837년 덕온공주의 혼례’, 2부 ‘덕온공주의 혼인 생활’로 구성되어 있다.
덕온공주의 혼례 과정과 혼수 발기, 덕온공주의 혼인 생활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책과 한글 편지 등 29건 41점의 자료를 소개한다. 1부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덕온공주 혼수 발기에 남은 한글을 통해 19세기 당시 혼수품으로 가져갔던 ‘단쵸(단추)’, ‘쳔니경(천리경)’ 등의 우리말 어휘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이 소장한 1837년 덕온공주 혼례 당시 쓰였던 노리개, 비녀 상자, 화각 모필 등 실제 물건도 일부 전시된다. 2부 ‘덕온공주의 혼인 생활’은 덕온공주의 살림집인 저동에서의 생활을 보여 준다.
덕온공주는 어머니 순원왕후의 영향으로 책을 읽거나 글씨 쓰는 것을 즐겼다. 혼례 후 저동궁으로 들어가면서 가져간 국문·한문 책의 수가 4000권을 넘을 정도였다. 이 책들 가운데는 '일촬금'(一撮禁) '춘련'(春聯)과 같이 공주가 직접 베껴 쓴 것으로 전해지는 것이나 '제갈무후마상점'(諸葛武侯馬上占)과 같이 당시의 문화와 풍속을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 포함돼 있다.
그는 또 "19세기 옛날 한글을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현대의 한글로 해석해 읽을 수 있도로 했다"며 "19세기의 한글을 21세기 기술로 읽어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도도 했다.
(서울=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