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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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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무대로 살아간 조선시대 역관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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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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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v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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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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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관이 되는 길
누구나 역관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역관은 대대로 그 직업을 세습하는 길을 걸었다. 그러므로 역관들의 가계를 살펴보면 한 가문 내에 수많은 역관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조선 후기 이상적(李尙迪, 1863~1865) 집안의 경우 역관을 뽑는 역과(譯科)에 합격한 자가 9대에 걸쳐 30명에 달했으며, 이상적의 직계 제자인 오경석(吳慶錫, 1831~1879)의 집안 또한 17대부터 23대까지 수십 명의 역관을 배출했다.
중국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외국어 전공
역관이라고 해서 오직 중국만을 대상으로 했던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는 중국 외에도 일본, 몽골, 안남 등 여러 국가와 교류해야 했기 때문에 다양한 전공의 역관이 필요했다. 다만, 가장 많은 교류가 있었던 지역이 중국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국어를 구사하는 역관의 숫자가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일본을 염두에 둔 역관들이었다. 정부에서는 역관을 양성하는 기관인 사역원(司譯院)을 설치하여 전문적으로 교육했다.
말이 안 통하는 경우가 있다?
역관이라고 해서 말이 다 통하는 것은 아니었다. 중국인과 말이 통하지 않아 중간에 다른 통역관이 개입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중국의 영토가 넓어 발생하는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됐다. 즉, 조선의 역관이 배운 중국어는 대체로 중국의 수도를 중심으로 한 언어였기 때문에, 방언을 사용하는 중국인과는 말이 안 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중국 사람이 이상적에게 보낸 편지 모음집인 「해린척소(海隣尺素)」에서 발견할 수 있다. 결국, 불통을 해소하기 위해 서로 간에 문자로 주고받는 필담(筆談)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국가가 파견한 정보원의 삶
통역 외에도 역관에게 특별히 주어진 임무는 바로 외국 현지사정을 탐지하는 정보원의 역할이었다. 특히 중국 측 정보에 민감했던 정부는 통역단의 책임자인 수역관(首譯官)과 기록을 담당했던 서장관(書狀官)에게 귀국 즉시 현지의 모습을 보고할 것을 명했으며, 그들의 보고는 문서화되어 있다. 바로 「동문휘고(同文彙考)」에 실려 있는 「사신별단(使臣別單)」, 「문견사건(聞見事件)」이 그 기록이다. 보고 내용에는 어떤 제한도 두지 않았다. 궁중의 일과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민간인의 사생활은 물론, 예리하게 바라본 아편의 심각성과 국제적 전쟁의 기운을 눈치챌 수 있는 기록까지 다양하게 남아 있다.
1866년 조선에서는 프랑스 신부를 처형한 일이 있었다. 이때 탈출한 프랑스 신부가 중국 천진에 머물고 있는 프랑스 함대 사령관에게 조선을 침공하자는 의견을 냈다. 이에 조선 정부는 중국에 사신을 파견해 사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후 여러 방면으로 대처 방안을 모색했다. 파견된 역관 오경석은 자신이 알고 있던 중국 측 인사들과 비밀리에 접촉해 주요 정보를 조선에 전달하면서 당시 프랑스 침략을 대처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
문물 교류의 중간자 역할
역관들은 양국 간의 문물을 교류하는 중간자이기도 했다. 청나라 정가보(丁嘉葆)는 1843년 1월 30일 연경에 머물고 있던 이상적에게 편지와 함께 「대운산방문고(大雲山房文稿)」를 보냈다. 이상적은 귀국 직후 이 책을 제주도에 귀양 가 있던 추사 김정희에게 보냈다. 그 정성에 감동한 김정희가 명작
<세한도>를 그려 이상적에게 감사를 표했다.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 중국 강소성 출신 장요손이라는 사람이 이상적에게 쓴 편지이다.
위 편지 내용 같은 경우는 수를 셀 수 없이 많다. 역관의 능력은 단순한 문물 교류뿐만 아니라 감식 수준도 상당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오경석의 아들 오세창이 근대 최고의 골동품 감식가라는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왕실 종계변무를 해결한 홍순언과 이상적
역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홍순언이다. 그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왕실의 종계변무(宗系辨誣)를 해결한 장본인이다. 종계변무란 명나라 「태조실록(太祖實錄)」과 「대명회전(大明會典)」에 조선 태조 이성계가 친부 이세민의 아들이 아니라, 당시 정치적으로 반대파였던 이인임의 아들이라고 잘못 기록된 것을 수정하려 한 일이다. 200년에 걸쳐 10여 차례 명나라에 사신을 파견했으나 해결되지 않았던 이 일을, 홍순언은 개인적인 친분을 통해 단번에 해결해냈다.
이러한 사건이 조선 후기에 또 한 번 있었다. 1863년에 발생한 일로, 「이십일사약편(二十一史畧編)」이라는 지방지(地方志)에 앞에서 언급한 종계가 수정되지 않고 있었던 문제를 당시 동치황제의 스승이었던 기준조(祁寯藻)를 통해 단 9일 만에 해결되었다. 이는 30여 년 전부터 기준조와 친분을 맺어왔던 이상적의 개인적 외교력 덕분이었다.
무역을 통한 부의 축적
역관들은 평소에 월급이 없었다. 단지 사신을 따라 외국에 다녀와야만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므로 역관들은 평생토록 사신을 따라갈 일만 목매어 기다렸다고 한다. 역관이 한 번 중국에 다녀오면 최소한 약 2~4억 정도의 수입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무역은 인삼을 주 수입원으로 했기 때문에 조선 사신단이 북경에 들어서기만 하면 임시로 인삼 시장이 들어섰다. 여기서 모든 무역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삼 가게는 단지 무역 만을 하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은 조선인과 중국인이 만나는 장소로 활용됐다. 문물 교류의 중간 우체국이자 문학과 예술을 토론하고 교류하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조선 사신이 머무르는 공관은 보안 관계상 출입이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인삼 가게를 활용했던 것이다.
*시전: 시나 편지를 쓰는 종이
**신전: 도장
글‧정후수(한성대학교 한문학 교수)
출처:월간 문화재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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