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지정만 해놓고 관리는 손 놓은 울산 북구

화암해변 주상절리, 피서객들로 몸살…북구 손 없다 방관
문화재 지정으로 주민들 재산상 피해만 겪는 실정

울산 북구 산하동 화암 주상절리가 북구의 관리 소홀로 훼손되고 있다. 피서객이 문화재로 인식하지 못한 채 주상절리에 올라 낚시를 하고 있다. © News1 장은진 기자

울산광역시 기념물 제 42호인 북구 산하동 화암 주상절리가 피서객들의 무단출입과 쓰레기 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관할 관청인 북구는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

화암마을 주민들은 문화재 지정만 해놓고 관리를 하지 않는 북구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북구는 손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관리 책임을 주민들에게 떠맡겨 놓고 사실상 방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화암마을 주민 이모씨(47)는 “피서철 접어들어 외부에서 마을을 찾은 피서객들이 주상절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보트를 타고 접근해 주상절리 위에서 낚시를 하거나 심지어 취사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며 “문화재로 지정했으면 거기에 합당한 관리를 해야 하고 무지한 피서객들을 상대로 한 계도활동도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화암마을은 해수욕장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약 100m에 이르는 몽돌해변으로 울산시민은 물론 인근 도시의 피서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여기에 주상절리가 해변에 인접해 있어 풍광도 수려해 성수기에는 하루 수백명의 인파가 몰린다.

그러나 이번 여름철 피서기간동안 화암해변을 찾은 피서객들 중에는 넓게 분포된 주상절리에 올라가 라면을 끓이거나 고기를 굽는 일이 다반사였다. 해변에서 약 30m 떨어진 곳에는 보트를 타고 다가가 낚시를 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화암 주상절리는 화암마을 해변 일대에 분포하는 유적으로 신생대 제3기 중신세(약 2000만년전)에 분출된 현무암 용암이 냉각되면서 열 수축작용으로 생성된 냉각절리로 지난 2003년 4월 24일 울산시가 기념물로 지정했다.

북구는 이번 피서철에 주상절리 관리를 하지 않았다. 해당 부서의 관계자는 “문화재로 지정됐지만 관리를 위한 인원이 태부족했고 특히 야간 단속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었다”며 “문화재돌봄사업단과 화암마을 주민들에게 자율 관리를 위탁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문화재돌봄사업단이 매주 월요일 현장에 나가 정기적으로 청소를 하고 단속활동도 펼쳤으며, 평상시에는 화암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정기적 관리는 물론 평상시 관리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주민 김모씨(52)는 “북구에서 한 번도 주민들에게 관리를 부탁한 사실이 없다”며 “주민 스스로 주상절리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피서객들에게 주의를 줬지만 시비가 붙어 마을 인심이 사납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서 그만 뒀다”고 말했다. 게다가 정기적으로 주상절리를 찾아 관리하는 일도 단 한 차례 없었다고 증언했다.

주민들의 고충은 또 있다. 주상절리가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일체의 개발행위가 제한돼 재산적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다. 문화재법상 문화재 인근 500m 안의 건축물은 문화재 현상변경에 저촉돼 증축은 불가능하고 개보수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숙박업을 하는 주민 최모씨(63)씨는 “7m 고도제한이 있어 건축물을 증축해 효용성을 높이려 해도 문화재 때문에 불가능했다”며 “문화재로 인해 재산의 불이익을 받는 주민들을 생각한다면 관청이 제대로 된 보호와 관리감독을 해야 주민들이 억울하지 많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뉴스1이 이 같은 문제점들을 제보를 통해 취재에 들어가자 구청 관계자는 지난 광복절 연휴에 주변 청소는 물론 피서객 계도활동을 펼치며 그동안 방치했던 문화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관계자는 “연휴기간동안 현장 계도활동을 펼치고 주의 현수막 2개를 걸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상절리에는 주의 현수막이 보이지 않았고 주민들은 북구에서 계도활동을 펼치기 위해 나온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이 마을 서대경 통장은 “지난 연휴 직전 북구에서 처음 전화가 걸려와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관리해 달라는 부탁을 했지만 주민들은 직접 나설 형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피서객들의 무질서를 통제하는데 민간이 나서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피서객 정모씨(울산 남구·28)는 “주상절리가 문화재라는 사실을 알리는 안내판이 눈에 쉽게 띄지 않아 피서객들이 실수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며 “관리 관청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문화재를 보호하지 못한 사실이 아쉽다”고 말했다.

북구 화암 주상절리에서 북쪽으로 약 5km 인접한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 주상절리는 경주시가 집중적으로 개발해 지역의 문화관광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으며 관광객이 접근할 수 없도록 전망 데크를 설치해 보존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e9139@

출처:뉴스 1
http://news1.kr/articles/?2748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