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한국은 궁금한 ‘호기심의 세계’

영남대 국제학부에서 한국학을 강의하는 토마스 듀버네이 교수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역사관은 ‘섣부르게 결론 내리지 말것’이다. 역사가로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중립’을 지킬 것을 채찍질하는 그다운 교육 철학이다. 특정 사실에 관련한 모든 측면의 관점을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결정이나 생각에 대해 종결짓기를 권장하는 것이다. 이는 역사를 넘어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과정에도 필요한 삶의 자세라고 한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했던 1980년대의 경주를 기억하고, 모던한 모습으로 급변한 지금의 한국을 살아가며, 국궁과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아는 그야말로 한국에 대한 어제·오늘·내일을 제대로 수집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토마스 듀버네이 교수의 행보는 확고하고 뚜렷하다.

“32년 전 한국에 와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경주, 포항, 경산 순으로 터를 두고 살았습니다. 미국은 제가 태어난 나라이고, 한국은 선택한 ‘집’입니다. 미국에서부터 배운 궁도의 매력은 한국에서 ‘국궁’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마련했고, 토속적이고 전통적인 국궁의 매력은 ‘정신적인 것’에서 더욱 크게 발현됐습니다. 중심을 잡고 집중해야 하는 국궁은 자신과의 싸움이었고, 이로써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즐기는 것을 넘어 세계에 국궁을 알리고자 영문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책을 저술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모든 것은 진정으로 마음이 동(動)해야만 실천할 수 있고 완벽히 매료될 수 있는 것입니다.”

20여 년 전 그가 미국의 해병대 박물관에 전시된 ‘어재연 수자기’를 봤을 때도 머리가 아닌 마음이 먼저 움직였다. 돌돌 말려 전시되어 있는 수자기의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곳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생각은 곧 행동으로 옮겨졌다. 당시 현직에 있던 빌 클린턴 대통령과 후임인 조지 부시 대통령, 퇴임한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까지 수자기 반환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내며 문화재 반환 운동에 앞장섰다. 강화박물관에 크게 펼쳐져 있는 ‘어재연 수자기’의 모습을 보며 그는 뭉클함을 주체할 수 없었다. 문화유산은 진정으로 가치를 이해하고 애정을 품을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 보호되고 계승되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사라진다고 안타까워만 할 것인가

자연스레 그가 관심을 갖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연구를 시작한 ‘신미양요’. 미국인이지만 신미양요의 전쟁사적 측면을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으로 접근했다. 현재 병인양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연구를 계획하고 있는 토마스 듀버네이 교수는 수시로 강화도를 찾는다. 역사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강화도에서 무분별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개발에 그는 마음이 급하다. “개발을 피할 수는 없어요.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한번 개발이 되고 나면 그 전으로의 복구는 힘들어져요. 개발을 진행하기에 앞서 신중할 필요가 있으며, 한시라도 빨리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장소의 경우 발굴하고 현장을 기록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문화재 보존은 물론 문화유산을 지키고 기록하는 일에 일조할 수 있는 활동이라면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토마스 듀버네이 교수. 그는 자신의 아들과도 국궁이란 한국 토속적인 소재로 소통하고 있다. 가치를 알려야 하는 것에는 집 안팎의 구분이 없는 것이다.

글‧강은영 사진‧안지섭

출처:월간 문화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