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가 지자체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언론사에 5000만원 상당의 홍보 예산을 사용했다.
지난 7월20일 발행된 동아일보의 별지 섹션인 ‘경북정신’에는 경상북도 내의 여러 유적을 소개하고 경상북도의 여러 사업에 대한 소개기사가 실렸다.
이 기획기사에는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인터뷰와 함께 경북도청 신청사, 경상북도 내에 위치한 한국국학진흥원, 삼국유사 목판도감소,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등을 소개하는 글이 실렸다. 삼국유사에 얽힌 이야기와 일연국사가 삼국유사를 완성했던 곳인 군위의 인각사 등 다양한 경북 내의 문화 유산에 대한 정보도 포함됐다.
이 외에도 기획 지면에는 경상북도가 진행하는 사업을 설명하는 기사가 포함돼있다. 스마트 융복합산업 육성 전략이나 경상북도 가속기클러스터협의회 출범, 청년의 취업창업 지원 등 경상북도가 어떤 부분들을 역점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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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20일자 동아일보 기획섹션 '경북정신'의 1면과 2면 지면 갈무리. |
해당 기획을 추진하게 된 ‘경북 정체성 기획홍보(광고) 계획’안에 따르면 해당 기사는 ‘경북정체성’에 대해 역사적·사상적 뿌리를 고찰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이를 전국적으로 알리겠다는 ‘홍보’ 목적을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 계획안에서는 △경북정체성 사업을 바탕으로 주요정책이 실질적으로 추진되는 과정과 성과 공개 △경북정체성 사업 추진 6년, 공공청사의 새모델 신청사, 삼국유사 판각대업, 창조경제산업, 할매할배의 날, 청년취업창업활성화 등 경북정신의 실천적 모습 등 홍보 내용이 명시됐다. 이 내용은 대부분 기획기사에 포함됐다.
경상북도 미래전략기획단 측은 “동아일보에만 진행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며 "이전에 나왔던 경북정체성 사업과 이에 대한 후속 사업의 일환으로 (이번 기획 홍보를) 진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동아일보 대구경북본부 측도 이에 대해 “기획부터 취재, 제작까지 우리 측에서 한 기사이며, 사진 바이라인에도 경상북도 측으로부터 사진 촬영 지원을 받았다는 사항이 표시돼 있다”며 “기사 내용 역시 문화재 등 사회적 가치가 있는 내용을 담았고 나름의 책임감을 가지고 제작한 지면”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사는 정식 홍보 예산을 절차에 맞게 집행해 제작된 것이며, 반드시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있었다는 점을 표기해야 한다는 법적 규정은 없다. 실제로 많은 언론사들이 이미 정부 및 지자체로부터 홍보 예산을 지원받아 기사와 뉴스를 생산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다만 언론사가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공정하고 독립적인 정보를 생산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는 만큼, 언론사와 지자체 모두 정책 홍보성 기사에 대한 좀 더 엄격한 잣대를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성해 대구대 교수는 ‘임베디드 저널리즘(embedded journalism)’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이러한 문제를 지적했다. 임베디드 저널리즘은 2000년대 초반 미 정부가 기자가 전쟁터에서 군대의 보호를 받으며 현장취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했던 프로그램에서 나온 용어다.
생생한 전쟁 현장을 기자가 직접 보고 자세히 취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좀 더 객관적인 보도가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취재 대상인 미군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취재편의를 제공 받으며 취재한 언론인들이 객관적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가능했겠냐는 지적이 제기되며, 결국 정부가 미디어를 이용하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김성해 교수는 “사회가 언론에 요구하는 것은 단순 정책 관련 정보 이상으로 가장 독립적이고 공정한 관점에서 생산한 지식이다. 정부는 정책 홍보를 할 수 있지만, 언론은 그와 별도로 언론이 해야 할 그 이상의 역할을 갖는다”며 “다른 그 어떤 조직보다도 언론사는 스스로 자율성과 전문성을 훼손할 수 있는 부분을 삼가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출처:미디어오늘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14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