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서원 답사기] [1] 무성서원(武城書院)

무성서원은 고종 5년(1868)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서 제외된 47개 서원 중 하나이며, 특히 전라도에서 살아남은 3개의 서원 중 전라북도에서는 유일하게 존치된 서원이기도 하다. 또한, 정부는 최근에 2015년도 세계문화유산 등재신청서 제출대상으로 '한국의 서원'을 선정했다.

여기에는 현존하는 600여 개 서원 중에서 한국 서원의 특징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무성서원(정읍)과 도동서원(달성), 돈암서원(논산), 필암서원(장성), 옥산서원(경주), 병산서원(안동), 도산서원(안동), 소수서원(영주), 남계서원(함양) 등 총 9개의 서원을 선정하였는데 여기에도 포함된 유서 깊고 자랑스러운 서원이다.

신라말 대문호이며 정치가였던 고운 최치원이 신라 정강왕 1년에 태산(泰山: 지금의 泰仁) 군수로 와 있는 동안 치적이 뛰어나서 군민의 칭송을 받다가 합천군수로 떠나게 되니 그를 흠모하는 나머지 선생의 생전에 월연대( 月延臺: 칠보면 무성리 성황산의 서쪽 능선)에 생사당(生祠堂 : 생존하고 있는 사람을 모시는 사당)을 세우고 태산사(泰山祠)라 부른 것이 시초였다.

이 사당은 고려말에 훼파(毁破)되었다가 조선 성종 14년(1483. 정극인 선생 사후 2년)에 유림의 발의로 월연대에서 지금의 자리로 옮겼으며 그 자리에는 불우헌(不憂軒) 정극인(丁克仁)이 창설한 향학당(鄕學堂)이 있었다는 설(說)도 있다. 그 뒤 중종 39년(1544)에 태인 현감이던 영천(靈川)  신잠(申潛)이 부임하여 7년 동안 선정을 베풀다가 동서남북 학당(學堂)을 세우는 등 많은 치적을 남기고 명종 4년(1549)에 강원도 간성 군수로 이임하니 역시 주민들이 그를 사모하여 생사당(生祠堂)을 세우게 되었다.

숙종 22년(1696)에 무성(武城)이라는 사액(賜額)을 받아 이 두 사당을 병합하여 무성서원(武城書院)이라 했으며, 이 두분외에 삼현(三賢)을 더 모시다가 뒤에 두 분을 더 모셔서 모두 칠현(七賢)을 배향하게 되었으니 그 일곱 분은 고운 최치원 (孤雲 崔致遠), 영천 신잠(靈川 申潛), 불우헌 정극인(不憂軒 丁克仁), 눌암 송세림(訥菴 宋世琳), 묵재 정언충(默齋 鄭彦忠), 성재 김약묵(誠齋 金若默), 명천 김관(鳴川 金灌) 등이다. 그 뒤 정조 8년(1784)에 쌍계사로부터 최치원의 영정을 모시었다.

현존하는 건물은 문루(門樓)인 현가루(絃歌樓)와 강당 (講堂), 그리고 뒷편으로 사우(祠宇)가 남아있어 전학후묘(前學後廟)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동서재(東西齎)중 동재(東齋)인 강수재(講修齋)만이 남아 있다. 그밖에 여러개의 비각과 1992년에 세웠다는 병오창의기적비(丙午倡義紀蹟碑)가 큼직하게 세워져 있고, 최근 복원하여 사무실등으로 사용하는 고직사 건물이 평지지형에 놓여 있다. 이 서원에는 성종17년 (1486) 이후의 봉심안(奉審案), 강안(講案), 심원록(尋院錄), 원규(院規) 등의 서원연구 자료가 보존되어 있다.

무성서원의 강당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이며 중앙에 3칸 대청과 좌우로는 각각 단칸방의 협실(夾室)이 있는 구조이며 1825년에 불에 타 없어졌던 것을 1828년에 다시 지은 건물이다. 강학 장소인 중앙 대청이 앞 뒤로 모두 뚫려있는것이 특이하다. 여늬 서원의 강당이 그렇듯이 건물내 천장에는 여기저기 많은 현판들이 걸려있었지만 역사적인 인물이나 사건이 연유된 현판이 있는지 설명이 없어 아쉬웠다.

또한 대부분 강당 앞마당 좌우로는 학생들이 머무는 동서재(東西齋)가 있기 마련인데 이곳 무성서원은 앞마당이 아닌 담장밖으로 좌우에 동서재인 강수재(講修齋)와 흥학재(興學齋)가 있었으나 현재는 동재인 강수재만 남아 있다.

무성서원의 핵심건물은 이처럼 문루인 현가루를 들어서서 아담한 마당이 있으며 5칸짜리 강당과 그 뒤편으로 다시 삼문을 들어서서 사우가 자리 잡은 전학후묘(前學後廟) 형태의 매우 단순한 구조이다. 그밖에 동, 서 좌우로 나누어진 동재 서재는 담장 밖에 위치한 구조인데 그나마 서재는 남아있지 않고 동재만 남아 있다. 특이한 것은 불망비(不忘碑) 위주로 세워진 비각과 비석들이 제법 많은 숫자가 남아 있는 것이다.

그 옆에 비석 없이 홀로 선  병오창의기적비(丙午倡義紀蹟碑)는 병오년(1896)에 있었던 최익현 등의 창의와 의병전쟁을 기념하여 1992년 정읍군수가 세운 비이다. 당시 조선말 국운이 기울자 최익현은 을사늑약의 파기를 상소했으나 대세를 돌이킬 수 없음을 알고 통분하던 중 문인 고석진, 최제학의 정론을 받아들여 호남으로 내려와 정읍군 산내면 성황리에서 거사를 준비 중인 임병찬과 창의하기로 합의하였다.

각지에서 의병들이 모여들자 대오를 정비한 후 왜군과 격전 끝에 많은 성과를 올렸으나 왜적이 조선의 진위대를 선봉으로 하여 반격해오자 동족상잔은 불가하다 하여 그들에게 퇴거하라 하고 의병도 자진해산할 것을 명하였다. 그러나 의병 100명은 차마 해산하지 못하고 최후까지 싸우다 체포되고 최익현은 대마도에서 형옥을 치르게 되어 그곳에서 순절하였는데 이를 기리기 위하여 세운 비석이다.

그밖에 서원 주변에 많은 비석들. 서원의 역사나 전통, 관계되는 이들의 많은 행적과 관심이 지대하였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무성서원에 배향된 일곱 분의 칠현(七賢)중에는 최초의 가사문학 '상춘곡'을 쓴 불우헌 정극인이 있다. 그의 묘소가 서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잠깐 둘러보았는데 성묘 철은 아니라고 하나 웃자란 풀들과 상수리나무들이 멋대로 자라고 있어서 관리소홀에 가슴이 아팠다. 관리인이 있어 잘 가꾸어드리면 좋으련만... 멋진 글을 쓰시고 무성서원에 배향된 정극인 선생의 묘소에 술 한잔 부어 올리고 답사를 마쳤다.

대원군의 서원철폐에도 살아남은 전라북도 유일의 서원, 전라남북도를 합쳐서 3개의 서원이 살아남았다. 또한, 오늘날 21세기 대한민국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리려는 9개의 서원에 포함된 전북 정읍의 무성서원은 그동안 돌아본 서원들에 비하여 다소 작고 좁고 소박 검소하였다.

최치원을 포함 이 고장 유현들을 모신 유서 깊은 서원을 돌아보니 흐뭇하면서도 내심 아쉬움이 남는다. 기울어진 유교 국가의 흔적이 왜소해 보여서일까? 부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고 자긍심을 높여서 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 되기 바란다.

출처:시니어조선
http://senior.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6/09/20140609012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