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 공식 이민의 출발지였던 인천, 그 땅 위에 대한민국 최초의 이민사 박물관인 <한국이민사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민의 목적도, 이민을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변한 지금이지만, 정든 땅을 뒤로 하고 머나먼 타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애달픈 심정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이는 저마다의 이유로 고국을 떠나 인천 땅에 머물고 있는 수많은 외국인들의 마음과도 같을지 모른다.
월미도에서 만나는 한국 이민의 역사
한국이민사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은 인천 사람들에겐 매우 익숙한 풍경이다. 인천의 대표 명소 중 하나인 월미도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자칫 월미도의 그늘에 가려 외면을 받진 않을까 싶지만, 다행스럽게도 월미도와 인근 월미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발품을 팔아 한 번씩은 찾아보곤 한다는 방문 코스다.
소담한 월미산을 등 뒤로 두른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지난 2003년 미주 이민 100주년을 맞아 선조들의 개척자적인 삶을 기리고, 그 발자취를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해 인천 시민들과 해외 동포들이 뜻을 모아 건립했다. 이러한 좋은 취지에 부응하듯, 평일에는 인천을 비롯한 인근 지역 학생들의 단체 관람도 잦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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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이민자들을 싣고 하와이로 출항한 선박 ‘갤릭호’
‘이민사’라는 조금은 낯선 주제를 풀어내고 있지만, 사실을 기반으로 시간 순서에 따라 스토리가 전개되어,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감상하듯 흥미롭게 관람을 이어갈 수 있다. 또한 외국인 관람객 편의를 위한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무료 통역 음성 안내기가 비치되어 있고, 필요에 따라 미리 예약만 하면 문화해설사의 친절한 설명도 곁들일 수 있다.
개척과 정착 그리고 새로운 삶의 시작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은 이민의 출발지였던 개항 당시 인천이다. 2층에 마련된 제1전시실에서는 새로운 문물, 새로운 사람, 새로운 사상의 유입으로 변화와 혼란을 겪었던 국내 정세와 드넓은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할 값싼 노동력이 필요했던 하와이의 상황 등 대한민국 첫 번째 공식 이민의 배경에 대한 스토리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금의 외무부 역할을 했던 대한제국 <유민원>에 대한 정보와 최초의 여권 등 역사적인 볼거리도 가득하다.
또한 최초의 이민자들을 싣고 하와이로 출항한 선박 ‘갤릭호’의 모양을 그대로 본떠 만든 모형 속에서는 당시 이민자들의 길고 험난했던 여정을 사진과 육성 등으로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같은 층에 자리한 제2전시실. 이곳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하와이란 낯선 땅에 도착한 한인들의 애환과 개척자로서 미국 전역에 뿌리내린 발자취를 사진 자료와 유물 등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사탕수수 농장에서의 고된 노동 생활을 담은 영상과 하와이 한인 학교를 연출해 놓은 교실에는 당시 사용했던 실재 집기들이 전시되어 있어 생생함을 더한다.
세상 모든 이민자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
2층 계단을 따라 내려와 1층에 닿으면 지구 반대편 중남미로 떠난 한인들의 또 다른 삶과 조국 광복을 위해 머나먼 타향에서 온몸을 바쳤던 선열들의 활약상, 그리고 멕시코 에네켄 농장으로 보내졌던 이민자들의 가혹한 노동 환경 등 녹록지 않았던 선조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층과 2층, 모두 4곳으로 꾸며진 전시실을 천천히 둘러보는 동안 두려움과 설렘, 고난과 행복이 공존했던 당시 한인들의 지난했던 삶과 애환이 가슴 깊이 파고든다. 그리고 그 모습들을 통해 오늘날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는 한인들의 긍지와 자부심이 과연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에 대한 물음에도 자연스레 답을 얻게 된다.
100년을 조금 넘긴 대한민국의 이민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한국이민사박물관>. 세계 속에 뿌리내린 700만 동포들의 어제와 오늘의 삶이 생생히 살아 숨 쉬는 장소이자, 지금 이 순간도 세계 곳곳에서 저마다의 목표를 품고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이민자들과 거주자들의 땀과 노력을 응원하는 곳이다.
한국이민사박물관
주소 : 인천광역시 중구 월미로 329(북성동)
전화 : 032-440-4710~1
홈페이지 : http://mkeh.incheon.go.kr
찾아가는 길
- 자가용 : 경인고속도로 종점→인천항 정문(지하차도)→수인사거리→중부경찰서→인천항8부두 →
월미공원
- 대중교통 : 수도권지하철 인천역 하차→45번 버스 승차→해사고등학교 앞 하차
글. 사진 이유나 인천시 영문소식지 ‘incheon Now’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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