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응천 교수 日16점 정밀 조사 "당·송나라 것으로 규정돼왔으나 문양 돌출되고 빽빽한 中과 달리 고려는 음각해 간략히 표현"
"일본에 있는 금강령(金剛鈴) 중 기존에 중국 것으로 분류돼 있던 9점은 고려 시대 유물로 봐야 한다."
최응천 동국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지난해 연구년을 맞아 일본 내 박물관·미술관이 소장한 금강령 16점을 정밀 조사했다. 금강령은 방울이 달린 종 모양의 불교 의식 도구로 손잡이 끝부분이 짐승 발톱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다. 그는 "일본에선 남아있는 금강령 중 양식적으로 뛰어난 작품을 특별한 이유 없이 당 혹은 송나라 제작으로 규정해왔는데 9점은 고려 시대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일본 나라국립박물관에 있는 '금동 오대명왕오고령(왼쪽)'. 오른쪽은 2014년 도봉서원 터에서 출토된 고려 전기의 금강령. /최응천 교수 제공·이태경 기자
최 교수에 따르면 중국제 금강령은 대부분 높이 27~30㎝로 한·중·일 중 가장 크다. 손잡이가 굵고 손잡이와 몸체가 거의 1:1로 동일한 비례다. 문양이 돌출돼 있고, 손잡이와 몸체를 연결하는 부위에는 연잎 무늬, 꽃무늬 등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당나라 금속공예품에서 여백을 촘촘하게 어자문(魚子文)으로 채운 형식이 금강령에도 그대로 채용된 것. 반면 한국의 금강령은 대부분 높이 22~23㎝로 손잡이가 굵지 않으며 문양의 돌출이 심하지 않고 아예 음각해 간략히 표현했다. 손잡이와 몸체를 연결하는 부분은 연판문(蓮瓣文·연꽃잎을 펼쳐 놓은 모양을 연속으로 표현한 무늬)을 둘렀다.
특히 나라국립박물관이 소장한 '금동 오대명왕오고령(五大明王五�鈴)'은 도록에 당·송대에 제작된 중국 금강령으로 소개돼 있으나 손잡이에 음각으로 연판문을 표현하고 몸체 어깨에도 두껍게 연판문이 중첩돼 있는 등 고려시대 금강령의 특징이 뚜렷하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이 금강령은 일제강점기 찍힌 유리 원판 사진을 통해 원래 소장처가 해남 대흥사였음을 알 수 있다"며 "이후 나라박물관에 소장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11일 한국미술사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다. 논문에 따르면 제석(帝釋)과 범천(梵天), 사천왕상을 함께 새긴 범석사천왕령(梵釋四天王鈴) 형식은 중국과 일본 금강령에선 볼 수 없는 한국적 양식.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청동 범석사천왕오고령' 등 일본에 있는 범석사천왕령은 모두 고려시대 것으로 확인됐다고 최 교수는 덧붙였다. 그는 "2014년 서울 도봉서원 터에서 출토된 금강령은 몸체 윗부분에 오대명왕, 아랫부분에 범천과 제석천, 사천왕상을 결합한 동아시아 최초의 도상이자 중국 오대명왕령을 수용하면서 한국적인 금강령으로 변용되는 최초의 예다. 동아시아에서 한국 금강령이 중국 못지않게 다양한 유형을 지니고 있었음을 일본 내 금강령 조사를 통해 새롭게 규명할 수 있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