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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Tip] 강남,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조선비즈 문화부
이동근 인턴기자
고층 빌딩 속 강남의 숨겨진 강남 야사((野史)
1980년대, 한강의 기적으로 전세계가 깜짝 놀랐다. 기적의 중심에는 강남의 발전이 있었다. 한남대교, 경부고속도로를 시작으로 강남에 대형아파트 단지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수순처럼 경기고, 휘문고 등 명문 고교들이 캠퍼스를 이전하고, 코엑스, 예술의 전당 등 문화 생활 공간까지 생겨나면서 강남 신화는 가속 폐달을 밟았다.
서울법원종합청사, 검찰청사, 국정원의 남하로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강남공화국 시대를 열었다. ‘대한민국 심장 도시는 어떻게 태어났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된 신간 ‘강남의 탄생’은 도시 계획의 역사를 넘어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새로운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수십 년 간 이어진 ‘강남 이민의 역사’ 이면의 흥미로운 야사(野史) 5가지를 추렸다.
 - ▲ 외부인에게 극도로 폐쇄적인 탓에 사생활 노출은 꺼리는 타워팰리스 입주자들은 ‘강남특별시’라고 불리는 강남구 내에서도 다시 한번 분리되길 원했다.(출처 https://www.flickr.com/)
① 아파트가 캐슬?… 한국 유학생 현지서 장학금 신청했다 거부 당해
한남대교를 건너 강남에 들어서면 오른편에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잠원동 롯데 캐슬’이다. 언제부턴가 아파트 이름이 ‘성(城)’이 됐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이 장학금을 신청했는데, 학교 측이 주소지의 ‘캐슬’을 보고 귀족으로 오해해 장학금 지급을 거부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아파트를 지칭하는 용어는 과거부터 수없이 변해왔다. 사실 아파트 이름의 시초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 ‘맨션(대저택)’이었다. 대형아파트의 시초인 동부이촌동의 ‘한강맨션’으로 시작해 렉스, 리바뷰, 점보 등 외래어가 붙은 아파트가 경쟁적으로 등장했다.
이런 이름이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았는지 서울시는 1976년 아파트 이름에 외래어 사용을 금지했다. 이렇게 압구정동의 현대아파트가 탄생했다. 회사명을 붙인 대한민국 최초의 아파트다. 이후 개나리, 진달래, 진주, 등 아파트 이름에 고유어를 쓰기 시작했다. 2000년 이후에는 시공사가 드러나는 이름이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서 삼성의 래미안, LG의 ‘자이’, 두산의 ‘위브’ 등 지금의 아파트 이름들이 지어졌다.
② ‘부모님 날 낳으시고, 원장님 날 만드셨네!’ 강남스타일 대량 생산하는 성형외과들
유튜브 25억뷰를 돌파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한국 특유의 과시주의가 담겨있다. “오빤 강남스타일”이란 말 자체는 충분히 “난 이렇게 잘 나가고 멋진 사람이니 의심 없이 넘어와도 좋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강남’은 ‘잘 나가는 사람이 사는 곳’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강남은 잘난 사람보다 잘나고 싶은 사람이 더 많이 찾는다. 이런 세태는 성형외과의 집결지라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압구정역 4번 출구에서 나와 200m 정도 걷다보면 좌우로 성형외과만 눈에띈다. 병원 건물에는 ‘부모님 날 낳으시고, 원장님 날 만드셨네!’ 라는 황당한 문구의 플랭카드가 걸려있다.
실제로 강남구에 위치한 성형외과 및 피부과는 1000곳이 넘는다고 한다. 강남에서 성형 수술을 받기 위해 입국하는 외국인은 지난 2009년 2851명에서 2013년 2만 4075명으로 4년 만에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 ▲ 유튜브 25억뷰를 돌파한 싸이의 ‘강남스타일’, 한국 특유의 민족주의, 과시주의가 담겨있다. (출처 https://www.flickr.com/)
③ 도곡동 타워팰리스 주민은 비밀선거 아닌 공개선거를 한다
강남에는 공개 선거가 만연하다. 비밀선거가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강남 주민들이 투표 결과를 만 천하에 밝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현상은 도곡동 최고급 주상복합 타워팰리스에서 시작됐다. 외부인에게 극도로 폐쇄적인 탓에 사생활 노출은 꺼리는 타워팰리스 입주자들은 ‘강남특별시’라고 불리는 강남구 내에서도 다시 한번 분리되길 원했다. 그들은 주상복합 거주지에 별도의 투표소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때문에 타워팰리스 입주민의 투표 결과가 고스란히 공개됐다. 2011년 서울 시장 보궐선거 때는 나경원 후보가 89퍼센트의 표를 받았고, 2012년 대통령 선거 때는 박근혜 후보가 85퍼센트를 득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각에서는 ‘사생활을 보호받고 싶다면서 막상 자신들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강남 부자들의 역설적인 퍼포먼스라고 비판했다.
④ 민주화 운동가 유시민의 속을 쓰리게 한 압구정의 커피 한 잔
강남이 점점 발전하면서, 과거 배밭이었던 압구정동에 고급 레스토랑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1988년 우리나라 최초의 원두커피 체인점인 쟈뎅과 맥도날드 1호점이 압구정동에 개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 복지부 장관 유시민과 노동 운동가 이옥순은 압구정동의 고급 커피숍에서 접선했다.
80년대 후반 정권은 불안했고, 대학과 공장 인근에서는 민주화 시위가 빈번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정보기관을 동원해 대학과 공단 지역의 다방, 식당, 술집을 수시로 감시했다고 한다. 그래서 두 사람은 대학도 공장도 없어 정보기관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는 강남의 첫 부촌 압구정동에서 만났던 것이다.
금천구 독산동 ‘벌집 동네’에 살던 가난한 자취생 유시민은 가리봉동 국밥 한 그릇보다 비싼 압구정동의 커피를 마시며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속이 쓰렸다고 한다.
⑤ 호색으로 손꼽히는 성종이 묻힌 선정릉… 11명 부인과 30명 자식 거느려
선릉 일대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유흥업소가 모여 있는 곳이다. 이를 두고 선정릉에 묻힌 성종의 기운 때문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가 나온다.
‘폐비 윤씨의 남편’이자 ‘인수대비의 아들’, ‘연산군의 아버지’인 성종은 세 왕비와 여덟 명의 후궁으로부터 19명의 왕자, 11명의 공주와 옹주를 두었다. 이렇게 그의 호색은 조선 왕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이다.
이밖에도 선정릉은 많은 사진 작가에게 사랑 받는 곳이다. 강남에서 드물게도 흙을 밝을 수 있는 선정릉의 산책로를 걸으며, 빌딩숲을 바라보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왜 이곳이 ‘강남의 허파’로 불리는지 알게 된다. 삭막한 회색의 도시의 모습만 있을 것 같은 강남에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Book&Tip] 강남,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606/07/2016060701932_2.jpg)
강남의 탄생
한종수, 계용준, 강희용 지음 ｜미지북스｜332쪽｜1만5000원
“남편이나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고 할 정도로 강남은 대대적인 수방 대책 없이 도시의 기능을 할 수 없는 땅이었다. 이런 강남이 어떻게 지금 서울을 대표하는 도심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은 강남이 도심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역사를 소개한다. 아직 ‘영동’이라 불리던 시절, 장차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고 장벽 같던 한강을 건널 수 있게 해준 제3한강교가 완공되던 시점 등을 시대 순으로 설명한다. 또한 이 책은 개발 시기를 거치며 사라져버린 옛 기억의 장소 옛 한강변의 풍경, 밤섬 이야기, 송파강 등을 차근차근 돌아본다.
출처:조선일보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6/07/20160607020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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