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귀한 유산인 석조전을 살아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석조전 외벽에 형형색색 빛을 쏘고, 건물 입구에서는 무용수들이 탱고를 추게 됩니다. 미디어 파사드 작품에 공연을 연결한 일종의 '라이브 쇼'라고 보시면 돼요."
대한제국 시대 서양식 궁전이었던 덕수궁 석조전에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달부터 10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화~목요일 두 차례(오후 8시 15분, 35분) 석조전 외벽을 캔버스 삼아 '미디어 파사드' 작품인 '석조전, 낭만을 상상하다'가 펼쳐진다.'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란 건축물 외벽을 디스플레이 공간으로 삼는 영상 예술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연출가 김효진(46)씨 작품이다. 김씨는 영상·조명 등 디지털 예술을 배경 삼아 무용·연극 등 공연을 선보이는 융·복합 예술을 해왔다. 흔적, 기억, 낭만, 꿈 등 모두 4장(章)으로 구성된 이번 작품은 1910년 준공된 석조전이 오랜 시간을 거치며 역사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품 후반부엔 석조전을 거닐며 춤을 추고, 다방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온다. 김씨는 "디지털 시대에 인간의 감정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어 1980~1990년대 모습을 작품에 담았다"고 했다. 예술감독은 남편인 김형수(57) 연세대 미디어아트 전공교수가 맡았다.
덕수궁 석조전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 ‘석조전, 낭만을 상상하다’. 다방에서 차를 마시거나 춤추는 사람들이 영상으로 등장한다. 한국무용을 전공한 연출가 김효진씨는 “여러 예술 장르를 융합하면서 콘텐츠와 감성의 표현력을 확장했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두 사람은 2006년 미디어아트와 무용을 접목한 작품 '물질을 상상하다'를 시작으로 공연과 디지털 아트가 융합된 미디어 퍼포먼스를 개척했다. 대표작으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1), 영국 에든버러 축제에 초청받은 '마담 프리덤'(2013) 등이 있다. 2007년 서울 광화문 KT빌딩을 시작으로 꾸준히 파사 드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덕수궁 석조전에서 선보인 미디어 파사드와 지난달 29일부터 5월 8일까지 열린 경복궁 흥례문의 미디어 파사드도 이들의 합작품이다.
김씨는 "한국 문화가 해외에 알려졌지만 우리 궁궐은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며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우리 문화재를 랜드마크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