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보리피리'로 잘 알려진 한하운 시인의 40주기 특별기획전이 인천에서 열린다. 인천시 부평구 부평역사박물관은 18일부터 8월 말까지 '한하운의 삶과 문학'이라는 주제로 상반기 특별기획전시를 연다. 한국근대문학관이 소장 중인 한하운 시인의 친필 유고와 생전 행적을 담은 영상, 문헌, 사진 등 다양한 자료를 볼 수 있다.
나병환자라는 처참함 속에서도 詩로 삶을 노래
한하운 시인은 함경남도 함주군 동천면에서 한종규(韓鍾奎)의 2남3녀 중 장남으로 출생했다. 시인은 젊은 시절 남부럽지 않은 집안에 전형적인 엘리트교육을 받고 자란 지식인이었다. 본래 수의축산학을 전공하여 도청 공무원 생활까지 했지만 17세가 되던 해에 진단받았던 지병인 한센병(나병, 문둥병)의 재발(1944년)로 부모에게 받은 이름마저도 스스로 버린 채, 살아있어도 죽은 거나 다름이 없는 비참한 투병생활을 이어간다. 까닭 모를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던 무서운 질병과 사회로부터의 냉대에서도 시인이 모진 목숨을 이어갈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문학이었다. 시인은 나병 환자라는 처참한 생활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삶에 대한 애착’을 아름다운 시를 통해 노래하였다. 문둥이 시인이라는 독특한 유명세는 당대 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1949년 시인 이병철(李秉哲)의 소개로『新天地』4월호에 13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비로소 문학계에 입성한다. 이후, 그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생에 대한 찬가’는 활자화되어 우리에게 전해지게 되었다.
투병과 냉대 녹인 '한의 문학' 그리고 부평
평생토록 시인을 괴롭혔던 나병은 그의 문학을 이루는 힘의 원천이 되었다.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해야 했던 시인의 절망은 생의 욕망으로 이어졌다. 살기 위해 나섰던 투병생활의 고난과 사회로부터의 냉대는 ‘한의 문학’으로 표현되어 민족적인 감수성을 자아냈다.
‘癩詩人’이라는 독특한 유명세로 말미암아 자의반 타의반으로 수원 세류동 하천 변에 형성된 나환자 집단거주지에서 생활하던 무렵, 그의 일생에 큰 전환을 가져오는 사건에 직면한다. 바로, 정부의 나환자 수용소 통합 이주 방침이었다.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를 이룰 요량으로 정부의 교섭안을 받아들인 시인과 나환자 70여명은 1949년 12월 30일 경기도 부평의 후미진 골짜기로 터전을 옮긴다. 이때부터 한하운 시인의 부평 생활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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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평역사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한하운선생 문집류 | |
시인은 부평 만월산 골짜기에 나환자들의 자활을 이어갈 수 있는 농장을 설립하고, 그들의 인권과 복지를 위하여 죽는 날까지 펜을 잡았다. 성계원이라고 불렸던 나환자 수용소를 대표하면서도 시인은 나병 환자들의 미감아 자식들을 돌보기 위한 보육원을 부평 등지에 설립하였다. 부평에 남아있는 그의 흔적은 1952년에 설립하여 현재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십정동의 신명보육원이 유일하다. 1960년 자신은 한센병이 음성으로 판정되어 사회 복귀를 허락(?)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부평을 떠나지 않는다. 결국, 죽어서 파랑새가 되고 싶다던 시인은 1975년 2월 28일 57세의 나이로 지금은 아파트가 세워져 흔적조차 사라진 옛 십정동 자택에서 한센병이 아닌 간경화증으로 한 많은 생을 마감한다. 그는 부평에서 살았던 25년간 '전라도길', '파랑새' 등 한센인의 아픔을 담은 시들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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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하운 선생의 타계 소식을 특집으로 다룬 '새빛'(1975년 3월호) | |
41년만에 돌아온 한센인의 파랑새
그 파랑새가 41년만에 다시 부평으로 돌아온다. 모멸과 냉대의 땅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생의 가치를 아름답게 노래하였던 시인 한하운. 부평역사박물관에서의 그의 생과 문학 그리고, 그의 도전적인 반생을 보냈던 부평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평역사박물관은 (재)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소장해오던 한하운 시인의 친필 유고와 다양한 자료들을 해당 전시에서 공개하고, 그 동안 세간에서 잊혀져왔던 시인의 행적을 영상, 신문, 문헌, 사진 등의 자료로 선보인다. 전시는 5월 18일 수요일, 부평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첫 선을 보이며 8월말까지 이어진다. 문의 032-515-6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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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하운 선생이 살았던 십정동 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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