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미지 출처 / 조선DB |
 |
그런데 ‘3월의 독립운동가’는 달랐다. 자꾸만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주인공이 낯선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프랭크 스코필드(1889~1970). 포스터에는 이런 문구가 보였다.
‘한국인의 마음을 발견한 ‘34번째’ 푸른 눈의 민족대표. 한국을 조국처럼, 한국인을 동포처럼 사랑한 캐나다인. 일제 식민지배의 참상과 한민족의 투쟁을 세계에 알린 F. W. 스코필드(석호필) 박사’.
한국독립운동사를 공부한 사람은 스코필드 박사를 안다. 또 캐나다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스코필드 박사를 들어보았다. 스코필드는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되어 있다. 최근 ‘스코필드 박사 내한 100주년 기념사업회’가 발족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인 대다수는 스코필드 박사를 모른다. 이 지점에서 호기심이 발동한다. 스코필드 박사가 누구길래?
스코필드는 1889년 영국에서 태어난 캐나다인이다. 1910년 온타리오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토론토에서 수의사로 활동한다. 그가 동양의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과 인연을 맺은 것은 100년 전인 1916년이다. 스코필드는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 교수 에비슨의 초청으로 가련한 조선 땅을 밟는다. 스코필드는 세브란스의전에서 수의사 겸 선교사로 활동하며 ‘석호필’로 불리게 된다.
1919년 초 석호필은 미국 친구로부터 이승만 등이 민족자결주의에 영향을 받아 독립운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석호필은 이 사실을 친분 있는 민족지도자 이갑성에게 전한다. 3·1독립만세운동은 이렇게 태동하기 시작했다. 독립만세운동을 비밀리에 준비하던 이갑성은 석호필에게 부탁한다. 독립만세운동의 현장을 카메라로 찍어달라.
3·1독립만세운동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일본은 평화적인 시위를 탄압했고 참가자들을 감옥에 가두었다. 석호필은 이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얼마 후 석호필은 수원의 제암리에서 끔찍한 학살사건이 일어났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현장으로 내려간다. 제암리 학살 현장의 참혹함을 사진으로 찍었다. 석호필은 이를 보고서로 작성해 미국 선교본부에 우송했고, 이로 인해 한반도에서 자행된 일본의 만행이 처음 서방세계에 알려지게 된다. 석호필은 또 유관순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되어 있는 서대문형무소를 찾아갔다. 석호필은 독립운동가들을 면회했고 이들이 받은 인권탄압의 실상을 미국 신문에 전했다. 당연한 결과지만 석호필은 일본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되었고 살해 위협까지 받게 된다. 석호필은 견디다 못해 1920년 4월 조선을 떠난다. 사실상 추방이었다.
석호필이 다시 한국 땅을 밟은 것은 1958년 이승만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서였다. 이후 석호필은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로 봉직했고, 1968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는다.
“고마워요, 석호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