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상자에 삼베를 감싸고 여러 겹 옻칠을 해 말린 뒤 자개를 붙여 멋을 내는 나전칠기. 자연에서 시작돼 사람의 손으로 완성하는 우리 고유의 공예다. 26가지의 복잡한 공정과 까다로운 건조작업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자신의 가치를 어김없이 드러낸다. 대한민국 칠기명장(2004-9호) 임충휴 명장이 인천에서 나전칠기의 멋을 전파하겠다며 나섰다.
나전칠기의 보편화, 세계화 목표로 인천상륙
“작품 하나에 최소 3, 4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리기도 해요. 켜켜이 칠을 쌓아 자개작업을 하고, 마감까지 정성이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지요.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에요. 어릴 적 아버님께서 제게 주신 ‘인내’라는 두 글자를 항상 새기려고 작업실과 집 등에 항상 걸어두지요.”
임충휴 명장은 완도에서 자랐다. 어려서 보고자란 전복껍데기의 변신을 눈으로 확인한 뒤, 나전칠기의 매력에 빠졌다. 63년도 인천의 라이터공장 ‘777’에서 밥벌이를 시작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시 택한 길이었다. 당시 그의 나이가 열다섯. 어느덧 50년의 세월이 흘러 그는 다시 인천을 찾았다.
“인천에서 나전칠기를 꽃피워 보자. 그렇게 마음먹고 왔어요. 처음 객지생활을 시작한 곳이 인천이거든요. 어려서 라이터공장에서 일하면서 맺은 인연도 있고, 여기서 많은 분들에게 나전칠기를 전수하고 싶습니다.”
서울의 남부기술교육원 나전칠기학과 학과장을 지내는 임 명장이 이렇듯 다시 인천을 찾은 것은 생활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전칠기를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웰빙에 관심들 많잖아요. 나전칠기는 재료부터 공정과정 모두 자연적이거든요. 나쁜 것 하나 없이 정성으로 만들어 내는 공예품이에요. 나무를 잘라 상자모양으로 만들면, 삼베를 싸 재료를 단단하게 해요. 그 뒤에 옻칠을 하는데, 얇게 켜켜이 쌓아올려야 해요. 건조할 땐 습도 70도를 유지할 수 있는 건조장이 필요하죠.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공정이 26가지나 됩니다. 하지만 2천년을 내려온 우리의 전통이잖아요. 어렵게만 생각할게 아니라, 현대에 맞게 개발하면 충분히 세계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나전칠기 교육 재능기부
그의 바람으로, 얼마 전부터 교육생들과 함께 나전칠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주 1회, 그의 작업실로 모이는 인원은 열 명 안팎. 임 명장이 재료비만 받고 재능기부로 가르치는 교육생들이다. 그 중에는 나전칠기의 가치를 알아보고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기 교육시간 외에도 틈나는 대로 작업실을 찾는 열혈 교육생, 조현정 씨다. 8개월 전 나전칠기를 처음 접하고 얼마 전 ‘나전칠기 기능사자격증’시험을 치렀다.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우연히 명장님을 알게 돼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자개장식만 생각했는데, 나무에 삼베를 싸서 단단하게 만들고, 하는 과정을 직접 보니 그 가치에 빠지게 됐죠. 포크아트 공방을 운영 중인데, 숙련의 기간을 거쳐서 저희 공방에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관심가지고 보편화되면 우리 전통공예품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되실 거예요. 색감 자체도 너무 다양하고 예쁘잖아요. 젊은 느낌을 충분히 낼 수 있거든요. 많은 분들에게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나전칠기는, 사람에게 가치를 두는 작업인 것 같아요.
”임충휴 명장의 작업실엔 그의 손때가 가득한 공예 기구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세세한 작업을 필요로 할 때 사용되는 공구, 알록달록 염료, 칠할 때 쓰일 붓 하나까지 그의 세월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에 납품할 보석함 작업이 한창이다. 작업하랴, 강의하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요즘이지만 나전칠기를 전파하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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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가르치고 싶어요. 다른 전통공예도 마찬가지지만, 나전칠기를 배우려는 사람은 많이 부족해요. 인천에 뿌리내릴 각오로 자리를 잡았으니, 이곳에서 우리의 문화가 대를 이어갔으면 합니다.” (교육문의. 임충휴 명장 010-8758-5757)
차지은 I-view 기자 minsable@hanmail.net
출처:인천시 I-view
http://enews.incheon.go.kr/publish/php/articleview.php?idx=11327§ion=8&diaryDate=2016-04-28&chapte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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