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토마토저축은행 파산재단에선 긴급 보물 운송작전이 펼쳐졌다. 직원들이 건물 수장고에서 각종 예술품·골동품이 담긴 상자를 무진동(無振動) 특수차량에 옮겨 실었다. 차량은 한 시간가량 달려 경매 처분 장소인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인사가나아트센터 앞에 멈춰 섰다. 직원들이 옮긴 상자에는 고려시대 정병(淨甁)과 분청사기철화당초문호(粉靑沙器鐵畵唐草文壺), 백자청화철화쌍어문호(白磁靑畵鐵畵雙魚文壺) 등 총 394점의 도자기 및 토기가 들어 있었다. 작업을 지휘한 예금보험공사 한창남 팀장은 "귀한 예술품이 손상될까봐 운송하는 내내 조금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청자상감모란당초문주자, 백자청화철화쌍어문호.
이날 옮겨진 골동품 등은 예금보험공사가 부실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린 부실 채무자가 숨겨 놓은 자산을 찾는 과정에서 회수한 것이다. 예보는 2012년 파산한 토마토저축은행에서 약 50억원의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부실 채무자의 연대보증인인 권모(75)씨의 재산을 추적하다 2014년 9월 서울 종로구의 박물관과 절, 경기도 성남의 한 수장고에서 권씨 소유 예술품 6309점을 찾아냈다. 예보는 권씨가 개인 대출한도 등을 피하기 위해 개인을 내세워 돈을 빌린 뒤, 실제로는 그 돈을 권씨 본인이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예보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6309점 중 3500여점은 불교 조각이고 불교 경전과 불화, 불상, 옛 글씨, 회화, 토기 등이 주를 이룬다. 현재 예보와 매각 주관사인 서울옥션은 예술품의 정확한 가치를 산정하고 있다. 고려청자 같은 경우는 진짜일 경우 10억원이 넘기 때문에 정밀한 감정이 요구된다.
예보는 오는 24일부터 1차로 도자기 및 토기를 중심으로 394점을 온라인 경매에 부칠 예정 이다. 이번 경매에 나올 예술품은 인사가나아트센터에서 30일까지 볼 수 있다. 6000점이 넘는 방대한 물량이라 한 번에 다 경매에 부칠 수는 없고, 24일 1차 경매에 이어, 오는 7월에는 서화와 현판을 위주로 2차 경매에 나서고, 9월엔 불교 미술품 등으로 3차 경매를 할 예정이다. 매각 금액은 파산재단으로 들어가 채권자들을 위한 배당 재원으로 쓰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