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저승의 돈 벌어 이승의 자식 먹여 살린다.” 제주도의 속담이다. 이 속에는 제주 해녀들이 바다 물질을 통해 가족을 부양하고 올곧게 키우려는 어머니의 정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고려 문종때 기록을 살펴보면, ‘문종 33년(1079년) 겨울 11월 탐라 구당사(句當使) 윤응균(尹應均)이 큰 진주 두 개를 바쳤는데, 별처럼 빛났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이것을 야명주(夜明珠)라고 하였다’(고려사(高麗史)기록 발췌)고 나타나 있다. 이 자료가 해녀라고 확신 할 수 없지만 제주도의 잠수 문화가 과거 오래전부터 만들어 지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하지만 유구한 해녀 문화를 이어온 제주 해녀들은 해마다 수가 줄어들어 명맥이 끊어질 위기다. 문화재청이 해녀문화를 무형문화재로 보존하려고 추진하는 이유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이 제12회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고 22일 발표했다. 이번 제정안은 오는 28일 시행되는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무형문화재 관리 체계를 더 선진화 시키고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제주 해녀 4377명, 70세 이상 53.5%
길게는 1000여년 이상 함께 해 온 제주 해녀는 1965년 2만3081명으로 제주 전체 여성 인구의 21.2%를 차지했다. 50년이 지난 2015년 기준 발표된 자료를 살펴보면, 현직 해녀 총 4,377명으로 이 중 60세 이상 70 미만이 32.2%, 70세 이상이 53.5%를 차지했다. 현직 해녀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66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다가 해녀 문화가 실종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하지만 이번 법률 개정을 통해 이러한 우려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녀’가 무형문화재로 등록되면, 현행의 도제식 교육 방식이 대학교육과 연계해 전승자 유입 경로를 다양화시킬 예정이기 때문이다.
무형문화재과 장구연 사무관은 “3년제 대학에서 총 21학점을 수료해야, 이수심사 자격을 부여해 우수 인력 전승자를 양성하는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해녀 이외 남해 ‘죽방렴’도 빼놓을 수 없다. 죽방렴은 대나무발 그물을 세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인데 이는 원시적인 어업 방법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빠른 물살에 물고기가 정신을 놓게 만드는 것이 특징인데 물길이 센 지역에서 이뤄질 수 있는 어법이기 때문에 남해의 오래된 무형 문화재로 봐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남해 죽방렴은 최근 2012년 명승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명승의 의미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예술적 면이나 관상적 면에서 기념물이 될 만한 국가 지정문화재’인데 그 의의가 잘 맞지 않아 아쉬운 점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무형문화재 법률안 제정이 남해 입장에서는 반갑기도 하다.
제주 해녀, 유네스코 문화재 등록 추진되나
일본도 일본 해녀 ‘아마’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등록하겠다고 약 10년 전부터 발표해왔다. 한국에선 매번 선거 때마다 서귀포시 선거구 출마 후보들이 ‘제주 해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단골 공약으로 내세웠다. 말로만 이뤄온 이야기인데, 개정된 법안을 살펴볼 때, 한국 해녀가 국가 문화재 차원에서 등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녀의 무형문화재 등록 가능성에 대해 무형문화재과 변지현 사무관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잡히지 않았지만 ‘제주 해녀 물질 방법’, ‘제주 해녀 채집 도구’ 등이 이번 개정안 ‘어로’부문에 들어갈 수 있다”며 “줄어드는 지역 관습 및 전통 지식을 보존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된 법안인 만큼 그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전승 이수자 확대
갑작스러운 제정으로 ‘분야별 전승 이수자가 너무 쉽게 불어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에 대해 장 사무관은 “이번 법률 제정은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해 하는 것으로, 침체돼 소멸 위기에 처한 문화도 있다. 이를 위해선 이수자 양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대신, 대학 수업 이수 후에는 전승자 심사에 응할 수 있는 자격만 부여될 뿐이다”고 심사 과정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덧붙였다.
또한, 이수자 양성을 위해 그동안 보유자, 보유단체가 주관하던 이수 심사와 이수증 발급 업무를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이 직접 관리할 예정이다. 이로써 이수자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이수 심사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여 이수증 공신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이수 심사와 이수증 발급은 보유자‧보유단체의 수요조사를 토대로 연초에 심사대상 종목을 확정하고, 해당 종목 전수자가 직접 신청‧심사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관련 행정 규칙 등을 제정해 오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