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둑, 꼬둑, 꼬둑, 꼬둑, 꼬둑, 꼬둑이 내 새끼야.” 인천 수봉공원 입구 은율탈춤 전수관 1층에선 연습이 한창이다. 제 4과장 양반춤 중 ‘꼬둑이 타령’이란 노래다. 꼬둑이는 양반의 첩 새맥시와 원숭이 사이의 아이지만, 최팔이가 자신의 아들이라고 외치며 뛰어 들어와 아이를 데리고 가 어른다. 최팔이가 꼬둑이 인형을 손 위에 세우는 시늉을 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진다. 차부회씨(은율탈춤보존회 부이사장, 주요 무형문화재 재 61호 은율탈춤 보유자)도 함께 장단을 맞추며 이 순간을 함께한다. 다음 달, 이전하는 은율 탈춤 전수관 교육 현장에는 이날도 흥과 신명이 가득하다.
은율탈춤의 제 2의 고향, 인천
은율탈춤은 황해도 은율이 고향이다. 한국 전쟁 후 장용수, 김춘신 등은 인천을 제 2의 고향으로 삼고, 은율탈춤 재현과 후학양성에 온 힘을 바쳤다. 그 노력 끝에 1978년 은율탈춤은 국가 주요무형문화재 제 61호로 지정됐다. 1882년 인천광역시가 은율탈춤의 전승지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의 은율탈춤 전수관은 1984년 4월 4일부터 입주하여 다양한 연령의 제자들에게 은율탈춤의 흥과 멋을 전수하고 있다.
두 가지의 기원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약 2~3백 년 전 반란을 피해 섬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나올 때 부끄러워 탈로 얼굴을 가렸다는 설이다. 또 하나는 은율지방의 지리와 관련이 있다. 서남쪽 묘래산은 고양이 형상이고, 서쪽의 무오산은 솔개의 기운을 지녔다. 이에 쥐의 형세를 가진 은율이 마을 어귀에 마숲(인조림)을 만들어 그들의 접근을 막고 탈춤을 추면 탈(병, 재앙)을 방지할 수 있다 하여, 탈춤을 추었다는 것이다.
은율탈춤은 마숲의 탈고사로 신들에게, 놀이판까지 길놀이로 사람들에게 행사를 알리며 시작한다. 은율탈춤의 내용은 벽사의 의식무(제 1과장 사자춤과 제 2과장 상좌춤), 불교의 타락성 풍자(제 3과장 팔목중춤과 제 5과장 노승춤), 무능한 양반에 대한 조롱과 풍자(제 5과장 양반춤), 일부처첩의 갈등관계 및 서민생활의 애환 풍자(제 6과장 미얄할미영감춤)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차 부이사장은 “미얄할매와 미얄영감은 마을신(서낭신)이에요. 젊은 첩인 뚱딴지집이 미얄할미를 죽이는 것은 생산성이 없는 늙은 여신 대신 뚱딴지집이라는 젊은 신을 다시 모신 것을 의미하죠. 미얄할매는 극락세계로 보내드리고. 이 과장에는 풍요로운 삶을 살고자 한 서민의 애환이 녹아있어요.”라며 덧붙여 설명한다. 다음 장면은 뒤풀이로 탈춤에서 올랐던 신명(끼)을 관객과 배우가 함께 춤으로 해소하는 장이 이어진다.
팔목중 춤에선 은율탈춤의 화려하고 거친 춤사위가 가장 잘 드러나며, 양반춤에선 다른 탈춤과는 달리 원숭이가 등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원숭이와 양반의 첩인 새맥시 사이에서 꼬뚝이가 태어나는데, 이는 양반이 원숭이만도 못한 존재임을 암시하며 구태에 머물고 있는 양반사회를 비판한다.
3월 26일 터줏대감에게 풍악으로 인사
차부회 부이사장은 “무형문화재 제17호 봉산탈춤 보유자였던 어머니(양소운 선생)의 춤사위를 보고 탈춤의 매력에 빠졌다. 제가 탈춤을 배우는 것을 처음엔 원치 않으셨죠. 그러나 재수하던 중 은율탈춤을 보고 시원하게 춤추는 것이 좋아서 197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은율탈춤의 흥엔 ‘마약’같은 중독성이 있거든요. 한국 사람이라면 어디 가서 흥이 날 때, 탈춤 하나 정도는 춰야지요. 우리 다음 세대들도.”라며 현재 은율탈춤 이수자인 아들과 딸, 조카의 사진을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
|
| 차부회씨(은율탈춤보존회 부이사장, 주요 무형문화재 재 61호 은율탈춤 보유자) | |
차 부이사장은 어릴 때부터 우리 것을 접해보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그래서 청소년 무형문화유산 방문교육으로 ‘은율탈춤 우리 얼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또 초등학교부터는 은율탈춤 전수학교를 지정하여 은율탈춤 교육 및 공연을 펼친다. 백민서(신흥초 5학년) 군은 “4학년 때 학교에서 탈춤을 배우다가 사촌 형이 여기에 있어서 함께 하게 되었어요. 은율탈춤은 재미있어요. 배워서 상도 타고, 학교나 예술제에서 공연도 하니 좋아요.”라고 답한다. 3월 26일, 마당에서 마지막 공연을 열어볼까 해요. 최소 8개월에서 1년 정도 이별이니까 터줏대감들에게 인사드리고 풍악 한번 울리려고요. 탈사랑(은율탈춤보존회 청소년 반)도 함께합니다.”라며 웃는다.
.jpg)
▲은율탈춤보존회 건물
현재의 은율탈춤 전수관은 새 모습으로 다시 지어진다. 공연은 토요일로 정해져 국악회관 2층 연습실에서 진행한다. 정기공연은 가장 큰 공연으로 석가탄신일 오후 2시에 자유공원에서 벌어질 예정이다. 전공 배역을 살려 고사와 길놀이부터 뒤풀이까지 원형 그대로 연기한다. 4월 23일에는 자유문화관광축제, 4월 29일에는 종합문화회관 야외공연장에서의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기획공연은 시나리오를 공모하여 전통에 새로움을 더해 11월에 공연될 예정이다. 올해의 경우 전승공연은 11월 5일 문학동 인천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야외공연장에서 펼쳐진다.
차 부이사장은 “이 공연은 배역을 흩뜨려서 할 거에요. 전공 배역을 고집하지 말고 멀티플레이어가 돼야죠. 혼자 춤추는 건 상좌춤 뿐, 나머지는 어우러져 춰야 하니까. 상대 배역도 알아야 훌륭한 연회가 되는 겁니다.”라며 제자들이 개인보다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서로 배려하고 도와 기특하다고 칭찬했다. “커 봐요. 저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에요, 탈사랑이요.”
.jpg)
대대손손 이어질 무형문화재로
차부회 부이사장은 새 전수관 안에 우리 13개 탈 박물관을 두고 싶다고 밝혔다. 탈도 춤, 노래와 연주와 함께 은율탈춤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색깔 배합과, 탈 붙이기 등 탈 제작도 전수교육 안에 포함된다. 그는 “우리 탈과 탈춤을 보고 느끼는 체험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우리 것, 우리가 사랑해야지요. 관객이 한 명만 있어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되죠. 은율탈춤을 비롯한 한국 문형문화재는 그것만으로 가치가 충분하니까요.”라며 전통문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더불어 많은 은율탈춤 전수자들이 현실적인 이유로 직장을 가진 것에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앞으로 은율탈춤이 더 보급되고 전승되어서 ‘은율탈춤만으로 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는 그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은율탈춤보존회>
* 홈페이지 : www.eunyul.com
* 주소 : 인천 남구 수봉안길78(숭의동 7-6)
* 문의전화 : 032-868-0113
<인천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 문의전화 : 032-440-8083
이정민 I-View 기자 aplodete@hanmail.net
출처:인천시 I-View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