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에 확립된 일광삼존불(一光三尊佛) 양식은 일본뿐 아니라 6~7세기 중국 산둥 지역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흔히 불교의 전파 과정을 설명할 때, 인도에서 처음 태동한 불교가 중국을 거쳐 한반도를 지나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게 통설이다. 하지만 불교 조각 전공인 곽동석(59·사진) 동양대 교수(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에 따르면, 이 말은 절반만 맞다. "불교문화의 교류는 단순히 어느 한쪽으로의 일방적 이동이 아니라 쌍방향 이동이었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최근 펴낸 '한국의 금동불Ⅰ'(다른세상)에서 불교의 교류 양상을 살펴보는 도구로 높이 30㎝ 미만의 소형 금동불에 주목했다. 그는 "소형 금동불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작은 크기 때문에 새로운 도상이나 조각 양식을 전파하는 데 핵심 매개체 역할을 했다"며 "당시 동아시아는 금동불을 매개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고, 중국→한반도→일본의 일방적 방향으로 전파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국보 85호 ‘금동 신묘명 삼존불 입상’(왼쪽·삼성미술관 리움 소장)과 중국 산둥성 주청시에서 출토된 ‘금동여래삼존불입상’. 제작 기법과 양식이 매우 유사하다. /곽동석 교수 제공
대표적인 예가 일광삼존불이다. 일광삼존불은 하나의 커다란 광배(光背·몸 뒤에 빛이 발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를 배경으로 가운데 본존불과 양옆에 보살을 배치한 불상. 금동제 일광삼존불은 중국 남조에서 기원했지만 한반도에서 발전해 정형화됐고 이것이 일본 고대 불상 성립에 기초가 됐다. 그런데 중국 산둥 지역에서 출토된 일부 삼존불은 삼국시대 것과 매우 유사한 양식이라는 것. 그는 "만약 한반도 내에서 출토됐다면 누구나 삼국 불상으로 분류할 정도로 동질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중국 산둥성 주청(諸城)시에서 출토된 높이 17.2㎝의 '금동여래삼존불입상'은 ▷연판형의 큰 광배 ▷본존불 밑에 배치한 연꽃무늬 대좌가 삼존불 전체를 받치는 형식 ▷광배의 화염무늬 등이 전형적인 6세기 삼국의 일광삼존불 양식이다. 그는 "높고 둥근 육계(부처의 정수리에 있는 뼈가 솟아 저절로 상투 모양이 된 것)와 풍만한 얼굴, 가슴 부분의 두툼한 U자형 옷깃 등이 특히 국보 85호 '금동 신묘명(辛卯銘)삼존불 입상'과 흡사하다"며 "이는 당시 중국에서 유행하던 삼존불 양식과는 뚜렷하게 다른 '한반도 스타일'이다. 넓은 중국 대륙 내에서도 유독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산둥 지방에서 이런 불상이 출토됐다는 건 삼국의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라 고 했다.
그는 지난달 32년간의 박물관 생활을 마치고 퇴임했다. 이달부터 동양대 문화재발굴보존학과 교수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그는 "1990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우리나라 첫 삼국시대 불상 특별전인 '삼국시대 불교 조각'전 담당 큐레이터로 전시 대상 유물을 선정하고 연구했다"면서 "미술사 연구에서 실물 조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