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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고 긴 날개를 펴고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수 천 킬로미터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두루미. 두루미는 한·중·일 모두에게 친숙한 새이고 새들 중에선 으뜸으로 통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두루미가 주는 의미는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세속에 물들지 않는 학자, 선비에 종종 비유되고 있다.

문학동, 승학산, 청학동 등 ‘학’과 연관된 지명 많아
새들의 으뜸인 두루미는 인천시를 대표하는 시조(市鳥)로 지정되어 있다. 시조로 정해진 것은 1985년 전으로 추정된다. 인천시가 1981년 경기도와 분리되어 직할시로 승격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시조(市鳥), 시목(市木), 시화(市花)를 선정하면서다. 향토학자들이나 어르신들의 증언에 의하면 인천에는 옛날부터 두루미들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서구 경서동, 연희동, 청라, 강화도 등에 두루미가 많이 도래했다. 인천으로 두루미가 많이 날아오는 이유를 바닷가와 인접해 있고 논이 많아 두루미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두루미는 물고기, 조개 등을 주로 먹는다.
인천시 문화재위원을 지낸 김양수(83) 선생에 의하면 “인천시가 직할시로 된 후 다른 시도 사례를 보니 고장을 대표하는 시조, 시목, 시화를 정한 곳이 많아 인천도 그런 것을 만들자는 논의가 있었다”며 “당시 위원들과 논의해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두루미가 선정된 것은 두루미가 좋은 기운을 주는 길조이고, 인천에 두루미 학(鶴)자가 들어가는 지명이 많은 것도 한 이유였다. 선학동, 문학동, 문학산, 승학산, 송학동, 청학동 등.

1984년 천연기념물 갯벌 매립, 두루미 오지않아
인천의 대표적인 두루미 도래지는 연희동과 경서동이었다. 1977년 11월 27일 대한민국의 천연기념물 제257호로 지정되었다가 1984년 5월 22일 천연기념물 지정이 해제되었다. 1977년 지정 당시 천연기념물 제257호의 면적은 31㎢였는데 이는 여의도 면적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1984년 천연기념물 지정이 해제되고 간척사업이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식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국가 정책이었기 때문에 농지를 확대 차원이었다. 중동 건설 붐 이후 건설장비들의 활용을 위해 동아건설이 청라를 매립했고 동아매립지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천연기념물 갯벌이었던 동아매립지의 절반은 수도권쓰레기매립지로, 나머지 절반은 2003년 청라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어 개발되었다. 그후 인천에선 두루미를 더 이상 보기 힘들게 됐다.

숭의동 로터리에 설치되어 있는 두루미조형물

신포동에 설치된 두루미

월미문화공원에 디자인된 두루미 형상

숭의로터로, 신포동 등 두루미 조형물 설치
실제 날아다니는 두루미는 보기 힘들어도 인천시내 곳곳에 두루미 모형이 설치되어 있어 인천의 시조가 두루미임을 다시한번 상기시킨다. 숭의로터리에도 멋진 모습을 한 두루미 조형물을 볼 수 있다. 하얀 날개를 쭉 피고 하늘로 비상하는 듯한 모습으로 도시 경관을 장식하고 있다. 신포동에도 피아노 치고 하프를 켜는 두루미 모형이 재미있게 설치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월미문화공원 지붕은 두루미 모양을 형상해 디자인되어 있다.
집 대문에도 두루미 사랑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중구나 동구 등을 주택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두루미 문양을 하고 있는 대문들이 눈에 들어온다. 두루미 그림도 가지각색이다. 우리가 잊고 있던 두루미는 일상에서 주변에서 계속 날갯짓을 하고 있던 셈이다.

글 I-view 이용남 편집위원, 사진 관동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