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 문화재 관계자들 사이에는 국보 83호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의 미국 박물관 전시와 관련해 심각한 논쟁을 겪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전시회에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을 내보내기로 하고 문화재청에 허가를 요구하자, 박물관의 잦은 해외반출으로 인해 파손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문화재청이 불허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미국 박물관의 전시 프로그램이 이 불상의 격에 맞지 않지 않고 과거 전시에서 우리나라 문화재를 함부로 다룬 적이 있어 문화재를 내보내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결국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은 해외 전시에 나서게 됐지만, 문화재청은 이를 계기로 앞으로 문화재의 해외반출을 더욱 엄격히 하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가장 사랑받는 문화재 '수퍼스타'
그럼 국보 83호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 뭐길래 이처럼 논쟁을 겪어야 한 것일까. 이 불상은 아름다운 조형미, 균형미, 숭고미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문화재다. 워낙 유명해 사실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국보 중의 국보라고 일컫어지기도 한다. 6~7세기 동양 불교조각 가운데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이 있으며 일본 국보1호인 교토 시 고류지(廣隆寺) 목조반가사유상과 매우 흡사해 한일 고대 불교조각 교류 연구에 있어 큰 주목을 받아 왔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이 불상은 다른 불상과 달리 홀로 전시실을 지키고 있으며, 유리관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그 전시실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이 불상을 보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보 제83호와 제78호 반가사유상을 6개월 마다 번갈아 전시하고 있다. 아름다운 미술작품을 보는 눈은 우리나라 사람이나 외국 사람이라 비슷한지라 국보 83호는 해외에서도 가장 전시하고 싶어하는 한국 문화재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수 차례 해외 전시가 이뤄졌지만 워낙 귀중한 문화재이고, 파손가능성도 높아 잦은 해외 반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항상 제기돼왔다.
이 불상은 국보 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함께 국내에서는 가장 큰 금동반가사유상으로 높이가 93.5㎝이다. 머리에 3면이 둥근 산 모양의 관(冠)을 쓰고 있어서 '삼산반가사유상(三山半跏思惟像)'으로도 불린다. 얼굴은 거의 원형에 가까울 정도로 풍만하고 눈두덩과 입가에서 미소를 풍기고 있다. 상체에는 옷을 걸치지 않았고, 목에 2줄의 목걸이가 있을 뿐 아무런 장식이 없다. 왼발은 내려서 작은 연꽃무늬 대좌(臺座)를 밟고 있고, 오른발은 왼쪽 무릎 위에 얹어 놓았다. 왼손으로는 오른 발목을 잡고 오른손은 팔꿈치를 무릎에 얹었으며, 손가락으로 턱을 살며시 괴고 있다. 하반신을 덮은 치맛자락은 매우 얇게 표현하여 신체 굴곡이 잘 드러나며, 연꽃무늬 대좌를 덮은 옷자락은 깊고 자연스럽게 조각되었다. 왼쪽으로 옥을 꿴 치마의 띠가 내려가고 있으며, 머리 뒷부분에는 긴 촉이 달려 있어 광배(光背)를 꽂았음을 알 수 있다.
단순하면서도 균형잡힌 신체 표현과 자연스러우면서도 입체적으로 처리된 옷주름, 분명하게 조각된 눈·코·입의 표현은 정교하게 다듬어진 조각품으로서의 완벽한 주조 기술을 보여준다. 잔잔한 미소에서 느껴지는 반가상의 자비로움은 우수한 종교 조각으로서의 숭고미를 더해준다. 세계적으로 많은 불상이 있지만 완벽한 조형미와 세련한 제조기술에서 이 불상을 따라갈 불상은 그리 많지 않다.
미술적 조형미를 떠나 반 쯤 눈을 뜨고 사유하는 반가사유상의 모습은 2000년을 이어온 불교 수행자들의 수행 모습 그 자체다. 인생의 괴로움과 괴로움을 벗어난 방법을 모색했던 석가모니 붓다의 수행은 그 자체가 깊이 있는 사유였으며, 사유에서 출발한 그는 나와 남이 따로 없다는 연기적 세계관을 세상에 드러내고, 집착하지 않는 삶의 원형을 보여줬다. 이 불상에서는 이런 깨달음에 도달하기 전의 깊은 사유를 제대로 형상해하고 있다. 깨달음을 얻기 전 간절함과 치열함이 정중동(靜中動)의 한계치까지 형상화돼있다. 종교적 숭고미가 드러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서다. 미술적 아름다움을 떠나 수행의 숭고미를 가지고 있으니 조형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완벽한 형태가 갖췄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안타까운 역사
이 불상과 국보 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는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나라 문화재 전체 현황을 파악해 이후 약탈의 불씨를 싹틔운 세키노 타다시 교수의 '대정원년조선고적조사약보고'(조선총독부, 1914)에서 공식적으로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 입수 기록에는 "국보 83호는 1912년 당시 이왕가(李王家)박물관이 일본인 골동상으로부터 2600원(지금 돈으로 약 26억원)을 주고 구입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구입 당시에도 이 유물이 어디에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일본인 골동상 카지야마 요시히데(梶山義英)가 끝내 출처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이왕가박물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조선총독부 역시 그의 불법적인 행위를 묵인하고 출처를 추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왕가박물관에 넘겨질 당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에 두터운 호분이 칠해지고 얼굴에 먹으로 눈꼬리가 처지고 꼬불꼬불한 수염에 까만 눈동자 그리고 입술은 빨갛게 칠해져 있었다는 기록을 감안하면 이왕가박물관에 넘겨질 당시에도 신앙의 대상으로 모셔졌던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일본인 골동상이 이를 훔쳤을 것이라고 학계는 평가하고 있다.
구입 당시 출처를 알지 못하면서 금동미를보살반가사유상이 삼국시대 어느 국가에서 만들어졌는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이에 대해 세키노 타다시는 1933년 발표한 논문 '조선 삼국시대의 조각'에서 경주 남쪽 오릉 부근 폐사지에서 이 불상이 출토됐다고 주장했으나, 다른 일본인 학자 이네다 하루미즈는 1915년 발표한 논문 '조선에 있어서의 불교예술 연구'에서 1910년 충청도 벽촌에서 발굴됐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네다는 자신의 논문에서 "1910년에 충청도 벽촌에서 올라왔는데 삼국시대 말기의 대표적인 미술품이며 세키노 박사도 감탄했고, 또 독일의 박물관 기사도 와 보고는 십만 금도 아깝지 않은 진품이라고 했다"고 밝히고 있다. 출토지가 어딘지에 따라 신라의 작품인지 백제의 작품인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출토지를 알 수 없다는 점은 이 불상이 가진 가장 큰 비극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조형적 특징으로 인해 중국 동위에서 북제시대에 유행한 반가사유상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대체로 7세기 전반 경에 조성된 신라 시대의 불상으로 보고 있지만, 상 전체에 나타나는 둥근 맛이나 단순한 조형감 등 백제적인 요소로 인해 백제 무왕 재임시기(602년-641년)에 조성된 반가사유상으로 보는 경향도 만만치 않다. 일본 학자들 사이의 이견이 아직까지 매듭을 짓지 못한 셈이다. 신라인지 백제인지를 떠나 반가사유상은 고구려·백제·신라 등 삼국에서 모두 조성된 것으로 보아 6세기 후반부터 7세기에 걸쳐서 다수 제작되고 예배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라에서는 청년 귀족 집단인 화랑 제도와 연관되어 미륵 신앙이 크게 유행함에 따라 미륵의 화신으로서 반가사유상의 의미가 부각되면서 많이 조성됐다.
반가사유상은 부처가 깨달음을 얻기 이전의 태자 시절에 인생의 무상(無常)을 느끼고 중생구제라는 큰 뜻을 품고 고뇌하는 태자사유형(太子思惟形)에서 유래한 것이나 불교 교리의 발달에 따라 석가모니가 열반한 후 인간 세상에 나타나 한 사람도 빠짐없이 중생을 깨달음의 경지로 인도하겠다는 미래불(未來佛)인 미륵불의 신앙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반가사유상은 약 38구가 전해지며 금동으로 만든 것은 24구가 전해지고 있다. 그 중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것은 국보 제78호의 금동미륵 반가사유상, 국보 제83호의 금동미륵 반가사유상, 국보 제118호의 평양 천리 출토 금동반가사유상, 보물 제331호의 백제 방형 대좌 금동반가사유상 등이 있다.
참조
-위키백과
-문화재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