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방송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넬슨 만델라(1918~2013)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7년간 수감됐던 로빈 아일랜드 감옥은 1997년 박물관으로 바뀌었는데요. 실제 만델라의 수감 동료(?)가 해설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다녀온 한 지인은 ‘나(I)’로 시작하는 문장들이 큰 울림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 자체로 세계 역사에 대한 ‘증언’이기 때문이죠. 인종차별정책에 저항하고, 30여 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대통령이 되었고,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감동적이지만, 만델라의 삶이 현대사를 공유해 온 관람객의 역사라는 데 더욱 감화를 받았겠지요.

‘1인칭 박물관’의 시대입니다. 실제 내 얘기 혹은 나와 이웃이 그랬을 법한, 그리 멀지 않은 시절의 ‘옛이야기’가 박물관 전시의 새로운 형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시 주제와 소재의 트렌드인 셈이지요. 물론 수천~수백 년 전 보물들이 가득한 유명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은 시간의 무게만큼이나 언제나 인기가 높습니다. 하지만 3인칭만 가득한 고고학(考古學)은 때론 아득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내’가 주인공이 되는 박물관에서는 오래된 유물과 인물, 그리고 왕과 국가 중심의 역사 서술을 벗어나기 때문에, 세계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이 생겨납니다.

“한 사람이 죽으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처럼, 개개인은 모두 엄청난 데이터를 담고 있는 박물관입니다. 최근 구술과 일기, 앨범 등을 통해 지역의 역사를 확인하는 작업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1인칭 박물관’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의 ‘가리봉 오거리’ ‘남산의 힘’ ‘신림동 청춘’ 전시나 국립민속박물관의 지역 순회 전시인 ‘소금꽃이 핀다’(전남), ‘경기엇더하니잇고’(경기), ‘강원별곡’(강원) 등이 좋은 사례. 이러한 전시는 개인의 기억과 추억을 환원시킵니다. 그때 그 음식, 그 옷, 그 책, 그 집…. 최근 종영한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역시 판타지를 넣어 재구성된 ‘1인칭 전시’일지도 모릅니다.

‘대발견! 모든 김치 국물에 ○○○○○를 치면 맛이 천하일품이 됩니다.’ 1930년대 한 광고 문구입니다. 답은 아지노모토(味の素). 이 일본산 조미료의 이름을 기억하는 분이 많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밥상지교’는 한·일 두 나라의 밥상을 펼쳐놓았는데요. 조미료와 양조간장, 라면 혼분식 정책, 돈가스, 기무치찌개와 라멘 등 20세기 양국의 음식문화를 소환해 와 ‘밥상’의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1980년대 경양식당의 식기, 전기밥솥, 녹슨 양념 통, 그리고 1970년대 가계부…. 매주 수·일요일에는 셰프와 함께하는 이벤트도 있는데요. ‘1인칭 박물관’을 맛보기에 딱 좋은 장소입니다.

pdm@munhwa.com

출처: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012001033712056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