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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뉴스에서 광주광역시 광산구 복룡동 도로공사구간에 위치한 토광묘에서 중국 신나라(8~23)의 화폐인 ‘화천(貨泉)’이 우리나라 최초로 출토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와 함께 ‘토기 짧은 목 항아리’ 1점과 ‘청색 유리옥’ 78점이 발굴되어 이를 통해 이 지역이 삼국시대 이전부터 중국과의 교류가 있었음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을 ‘부장품(副葬品)’ 또는 ‘껴묻거리’라고 하는데 이들은 당시 사회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은 것들이다.

글·사진 배성수 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장

시신과 함께 묻었던 껴묻거리
껴묻거리는 무덤에 시신을 안치할 때 함께 매장하는 물품을 말한다. 인류가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하던 무렵 가족 중 누군가가 죽으면 죽은 이가 생전에 사용하던 물건을 시신과 함께 매장하여 무덤을 신성시 한 것으로부터 유래하였다. 사후 세계를 인정하게 되면서 부장품은 죽은 후에도 생전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도구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청동기시대의 무덤에서부터 부장품이 확인되는데 돌칼, 가락바퀴 등의 석기와 토기, 그리고 동검, 청동거울 등의 금속기가 출토되고 있다.

심곡동에서 출토된 숙의문씨 묘지명

껴묻거리는 대개 무덤 내부에 안치되었다가 출토되는 것이기 때문에 완전한 모습으로 발굴되는 경우가 많다. 깨지기 쉬운 토기나 도자기의 경우 완형으로 남아있는 것들은 대부분 고분에서 출토되거나 도굴된 껴묻거리이다. 집터나 가마터에서 출토되는 유물은 모두 부서지거나 깨진 조각뿐이어서 미적 가치보다 학술적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무덤의 규모가 큰 삼국시대~고려시대의 고분은 시신을 안치하는 별도의 방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부장품은 매장당시의 모습 그대로 출토된다. 규모가 큰 고분의 경우 일찍부터 도굴꾼들에게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곳에 매장된 껴묻거리 대부분이 이미 도굴되어 버렸다. 조성된 이래 한 번도 도굴된 적이 없는 고분을 처녀분이라 부르는데 처녀분에서는 완전한 형태의 부장품이 출토될 가능성이 높다. 해방 이후 대표적인 처녀분 발굴은 1971년 7월에 실시된 공주 송산리의 ‘무녕왕릉’ 과 1973년 4월에 실시된 경주 황남동의 ‘천마총’ 발굴조사이다. 무녕왕릉에서는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묘지석과 금제관식, 금제뒤꽂이 등 국보로 지정된 껴묻거리만 17점이 출토되었고, 천마총에서는 일명 천마도라 불리는 장니(障泥;말 안장 양쪽에 달아 늘어뜨리는 장식)를 비롯하여 1만여 점의 껴묻거리가 출토되었다.

신령스러운 그릇, 명기(明器)
무덤 안에 시신과 함께 매장하는 것들을 통칭하여 껴묻거리 또는 부장품이라 한다면, 그 중에서도 망자가 저승에서의 생활에 필요한 기물을 새롭게 만들어 묻은 것을 명기라 한다. 명기는 ‘천지신명(天地神明)의 기물(器物)’이라는 뜻으로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에 걸쳐 만들어졌다. 조선전기 간행된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에 따르면 명기는 “살아있을 때와 같이 만들되, 나무나 흙으로 거칠고 작게 만든다”고 하였다.
삼국시대에는 굽다리 접시나 목항아리 등의 생활용 그릇을 비롯하여 인형이나 토우(土偶)등 다양한 형태의 명기가 만들어져 부장되었다. 고려시대에는 도자기로 명기를 만들었으며, 조선시대의 명기는 대부분 작은 그릇의 형태로 만들어져 마치 아이들 장난감같은 느낌을 준다. 저승에서의 생활을 위한 것이므로 순백자의 소박한 형태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으나, 청화백자나 철화백자로 화려하게 장식된 것들도 있다. 전반적으로 작은 규모의 검소한 형태로 제작된 조선시대 명기는 사후세계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소박한 느낌을 나타낸다.

토우

죽은 이의 인생을 기록한 묘지명
껴묻거리에는 죽은 이의 일생을 돌판에 적거나 새겨서 묻은 지석(誌石)도 포함된다. 지석은 묘지명(墓誌銘)이라고도 부르며 죽은 이의 인적사항과 일생, 묘의 위치를 기록하여 무덤 앞이나 옆에 묻은 판석, 도판(陶板) 등을 말한다. 무덤의 석물 중 묘주를 알려주는 것으로 묘표, 묘비, 신도비 등이 있지만, 시간이 흐르고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유실될 우려가 크다. 그에 비해 지석은 땅 속에 매장하기 때문에 파손되거나 유실될 염려가 없고, 설령 묘비 등이 없어지더라도 이를 통해 묘주가 누구이며, 그의 행적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다. 중국에서 유래한 묘지명이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삼국시대부터이며, 고려시대에 들어 보편화되었다. 고려시대의 묘지명은 돌로 만들어진 것이 대다수여서 묘지석이라고도 부른다. 조선시대에는 도자기에 글을 쓰거나 새기는 형태의 묘지명도 등장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원통형, 그릇형, 벼루형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었다.

오석 벼루형 묘지석

서구 심곡동 심곡초등학교 동쪽으로 전주이씨 묘역이 있고, 그 한 켠으로 조선 제5대 문종임금의 후궁이었던 숙의 문씨(1426~1508)의 묘가 위치한다. 1947년 향토사가 유희진씨에 의해 발견된 이 무덤에서는 1953년 묘역의 주변을 정리하던 중 백자판에 철분안료로 글을 적어 넣은 묘지석이 출토되었다. 현재 인천시립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숙의 문씨 묘지석은 모두 2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8행 105자가 적혀있다. 마지막 부분에 정덕 3년(1508) 9월이라 하여 지석을 조성했던 시기를 기록하고 있는데 무덤 앞의 묘표의 후면에도 같은 날짜로 새겨져 있어 무덤을 조성하던 때 묘표와 지석을 함께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백자철사원통형묘지명

예나 지금이나 주변의 누군가가 죽으면 다양한 방법으로 망자를 애도한다. 이러한 애도 방법 중 하나가 시신의 주변에 껴묻거리를 묻어 저승에 가서도 이승과 같은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게 기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죽은 이가 생전에 어떠한 부와 명예를 누렸느냐에 따라 껴묻거리의 종류와 양도 달라지기 때문에 무덤 안에서 출토되는 부장품은 망자의 신분을 반영하고 있으며, 당시 사회와 문화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출처:인천시I-View
http://enews.incheon.go.kr/publish/php/articleview.php?idx=11088&section=11&diaryDate=2016-01-21&chapter=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