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생활에 익숙한 아이에게 한겨울 뜨끈한 온돌방의 편안함을 나눠주고 싶어 서울 속 작은 한옥 마을 ‘북촌’으로 떠났다. 단정한 기와지붕을 얹은 한옥 툇마루에 앉아 오후 햇살도 즐기고 온돌방에 배를 깔고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추억 속 외갓집으로 놀러 온 기분이다.

옛날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서울교육박물관

아이에게 옛 학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정독도서관 옆에 자리한 서울교육박물관부터 들렀다. 우리나라 교육의 역사를 시대별로 살펴볼 수 있는 이곳은 단순한 기록 자료 대신 옛 모습 그대로 재현된 교실, 실제 학생들이 사용했던 교과서와 교복 등 체험해볼 수 있는 자료로 채워져 아이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쉽다. 특히 교복은 직접 입고 기념사진도 찍어볼 수 있어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시절 사용했던 교과서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이거 엄마가 어릴 때 공부했던 책이야” 하고 알려줬더니 아이는 대뜸 “그때 난 어디 있었어?” 질문을 던진다.

위치 |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5길 48 이용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료 | 무료

문의 | 02-736-2859

옛 사람들이 살았던 모습, 북촌생활사박물관

서울교육박물관이 옛 학교의 모습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북촌 언덕배기에 자리한 생활사박물관은 옛 사람들의 생활을 상상해볼 수 있는 곳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생활용품은 모두 서울 북촌지역에서 수집한 것들로 불과 몇 십 년 전까지 대를 이어 사용했던 물건이다. 산업화의 물결 속에 촌스럽고 불편한 것들로 치부되며 하나 둘씩 버려지고 사라져 아이는 물론 엄마들에게도 낯선 물건이 되어버렸다. 이 때문에 아이에게 무언가 가르치기보다는 함께 그 쓰임을 상상해보며 구경할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는 공간이다. 박물관이지만 가정집처럼 칸막이 없이 생활용품을 늘어놓아 실제 옛 집을 구경하는 기분이 든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니 미리 예약하면 색다른 즐길 거리를 만날 수 있을 듯.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4길 21

이용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하절기에는 오후 7시까지)

입장료 | 성인 5000원, 어린이 4000원(부모 동반 4세 이하 무료)

문의 | 02-736-3957

한옥에서 즐기는 든든한 점심, 북촌마님

소담한 한옥에서 비빔밥 등 다양한 종류의 한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으로 북촌의 정취를 느끼기 좋다. 상차림도 깔끔하고 밑반찬도 정갈해 외국인들도 자주 찾아오는 식당. 아이와 함께 갔을 때도 살갑게 챙겨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고기 메뉴의 경우 주방에서 구워 내오기 때문에 점심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위치 |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65

영업시간 | 오전 9시~오후 10시

메뉴 | 백반정식 9000원, 떡갈비정식 2만원

문의 | 02-743-2468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달콤 솜사탕 레모네이드, 티아폴

북촌마님에서 내려오는 길에 자리한 작은 카페로 달콤한 솜사탕을 가득 올린 커피로 유명하다. 아이들은 레모네이드 등 음료만 바꿔서 주문할 수 있는데, 보송보송한 구름을 올린 듯 색다른 모양 덕분인지 아이가 무척 즐거워했다. 결국 솜사탕만 따로 추가해 먹기도 했는데 적당한 크기에 색소를 사용하지 않아 한 번쯤 아이에게 달콤한 일탈을 허락해도 괜찮을 듯하다.

위치 |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33-1

영업시간 | 오전 10시~오후 8시

문의 | 02-766-8533

옛 그림으로 놀아볼까? 가회민화박물관

북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회동 언덕길에 자리한 박물관으로 오래된 옛 한옥에 전시공간을 마련했다. 선비들의 고상한 산수화 대신 감정에 솔직하고 익살맞은 풍자를 덧입힌 민화를 전시해놓았는데, 그 꾸밈없는 표현 때문인지 아이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살펴본다. 전시실 한편의 민화공방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민화를 그려보거나 도깨비 얼굴 모양의 기와를 탁본해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위치 |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12길 17

이용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 | 성인 2000원, 청소년 1000원

문의 | 02-741-0466

따뜻한 외할머니네, 연우하우스

가회동 깊은 골목길에 위치한 연우하우스는 이곳에서 반평생을 지낸 북촌 토박이 어르신 내외가 운영하는 한옥 게스트하우스. 실제 살림집 한편을 여행자들에게 내놓아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살가운 정이 넘친다. 손녀딸의 이름을 따서 ‘연우하우스’라는 간판을 걸었을 만큼 아이들을 좋아해 아이 데리고 대문을 들어서자 푸근한 웃음으로 반겨준다. 안채와 사랑채 사이엔 작은 정원을 꾸몄는데 멋스럽게 돌도 놓고 서로 다른 계절에 꽃을 피우는 다양한 식물도 심어두었다. 특히 안마당과 좁은 계단으로 연결된 옥상에서 바라보는 북촌의 기와지붕은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다. 아침엔 주인 내외와 함께 식사를 하는데, 가족들 먹는 밥에 숟가락 하나 더 얹었을 뿐이라지만 밑반찬 하나도 대충 만든 것이 없다. 추억 속의 외갓집에서 느꼈던 살가움이 고스란히 묻어나 아이도 하룻밤 더 머물고 싶다며 투정을 부렸다.

위치 |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12길 5-13

객실요금 | 1박 2인 기준 7만원(개별 욕실, 조식 포함, 입실 오후 2시, 퇴실 오전 11시)

문의 | 010-8437-6111

권다현 씨는요…　5세 아이를 둔 엄마이자 여행작가. 쓴 책으로는 <엄마도 아기도 행복한 태교여행>, <내일로 기차로>, <체크인 서울, 테이크아웃 1박2일> 등이 있다. 아이와 함께 길을 나서면 혼자일 때보다 좀 더 따스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을 느낀다.

※ ‘엄마와 떠나는 하루짜리 감성 여행’ 칼럼은 이번 달로 연재를 마칩니다. 수고해주신 권다현 작가와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기획: 한보미 기자 | 글·사진: 권다현(여행작가, <엄마도 아기도 행복한 태교여행>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