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내 주변의 문화유산에 먼저 관심을 가져주세요”

[TONG] 입력 2015.12.04 10:48 수정 2015.12.04 11:18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인터뷰

우리 문화재가 훼손됐다는 뉴스가 나오면 댓글란에는 불이 붙는다. 키보드로 문화유산의 가치를 외치는 것으로 우리 문화유산이 지켜질 수 있을까. 문화유산국민신탁은 꾸준히 국가의 손이 닿지 않는 문화유산을 시민의 힘을 모아 보전·관리하는 단체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더 많은 시민들이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고 국민신탁 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에 앞장서 왔다. 서울 덕수궁 중명전에 있는 문화유산국민신탁 사무실에서 진행된 TONG청소년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김 이사장은 “가까운 주변의 문화유산부터 관심을 갖고, 찾아보며 아끼는 마음을 갖자”고 당부했다.
- 문화유산국민신탁이 하는 일을 소개해주세요.“혹시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운동을 아세요? 120년 전에 영국에서 시작된 건데,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시민이 힘을 모아 보호하는 활동이에요. 문화유산국민신탁은 그와 유사한 방법으로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보면 돼요. 선조들이 만든 것을 지키자는 취지로 문화재청과 함께 설립했습니다.”

- 이사장직을 맡으신 계기가 따로 있었나요.“7년 전 유홍준 당시 문화재청장이 내게 이 단체의 설립위원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어요. 그때는 초대 이사장이 계셨고, 3년 전부터 제가 맡고 있지요.”
- 문화유산에 원래 관심이 많으셨나요?

“제가 출판을 했는데(삼성출판사), 책을 만든다는 건 인문·역사·철학 등을 통합해서 엮는 작업이잖아요. 또 25년 전에는 삼성출판박물관을 만들었지요. 출판박물관 전시도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보다 100여년 앞선 고려 금속활자를 비롯해 우리의 뛰어난 인쇄술로 시작되거든요. 이미 직업적으로 문화유산과 관련된 환경을 접하며 살아 왔다고 생각해요. 출판박물관장을 맡고, 국립중앙박물관 개관준비위원장도 지냈어요.”

- 문화유산국민신탁에서 하신 일들 중 기억에 특별히 남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허허 많죠. 참 많은데, 오늘은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에 있는 보성여관을 말해주고 싶네요. 조정래 작가의 소설 『태백산맥』 알죠? 그 작품에 남도여관으로 나오는 그 현장이에요. 소설에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도 좋은 문화유산이죠. 실제로 숙박도 하면서 그 시대의 문화를 느낄 수 있어요. 『태백산맥』을 읽은 독자들은 매우 현장감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문화유산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우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들은 꼭 알았으면 좋겠어요. 인류가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유네스코가 나서서 지켜주는 제도거든요. 우리는 석굴암, 종묘 등 세계가 알아주는 세계문화유산을 가지고 있어요. 학생들은 자긍심이 느껴지지 않나요? 세계가 함께 지키자고 하는 문화유산을 가까운 곳에서 보고 현장을 느낄 수 있잖아요. 또 시골에 가면 고택이 참 많아요. 아마 어디든 사는 곳 가까운 곳에 문화유산, 민속자료 같은 것들이 있을 거예요. 가까운 곳에 있는 유적들부터 관심을 갖고 잘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해야 해요.”

답변에 이어 김 이사장은 TONG기자들에게 학교를 물어본 뒤 “대전에 있는 고택과 유적을 가 보라”면서 동춘당, 송용억 가옥, 우암사적공원, 논산 은진미륵불 등을 추천했다.
- 문화유산국민신탁에서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신다면.

“신탁운동을 알리면서 문화유산의 가치도 함께 알리는 프로그램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현재 2년 동안 7회에 걸쳐 진행하고 있는 ‘답성놀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답성놀이를 한 번 하면 한 해의 다리 질병이 없어지고, 두 번 하면 장수를 하고, 세 번 하면 극락왕생한다는 옛이야기에 의미를 두고 한양도성, 남한산성, 수원화성을 차례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세계유산인 남한산성·수원화성에 이어 한양도성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정식 등재된다면 조선시대에 건립된 세 성곽이 축조술만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것인데요. 이런 점에 의미를 두고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준비할 계획이에요.”

- 이와 같은 프로그램이나 교육에 참여하기 어려운 지역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도 있을까요.“

우리는 문화유산이 있는 현장에 찾아가기도 하지만 어려운 곳에도 찾아갑니다. 골목길 살리기, 폐교 살리기 등의 활동도 하지요. 도시보다 시골에 지켜야할 것이 많아요. 예부터 유지되던 마을들을 개발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을 자체가 문화가 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눈높이 교육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역 학생들에게 자긍심과 자부심을 부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도시 아이들이 오히려 시골로 찾아가도록 해야지요.”

-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가치를 알리는 일이 우리 사회에 더욱 확산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청소년들에게 기대하시는 바가 있으신지요.

“오늘 이곳에 온 청소년기자들처럼 어려서부터 많은 문화유산에 대한 체험과 활동을 한 학생들이 커서도 역사를 잘 지켜나가리라 생각해요. 그 활동들이 발전해서 좋은 역사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우리 문화유산국민신탁 홍보도 잘 해주세요. 하하.”
- 앞으로 진행할 문화유산국민신탁과 이사장님의 계획은.

“앞에서 말했듯이 청소년들의 참여가 중요하기 때문에 어린 나이부터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게끔 청소년과 어린이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을 기획하려고 해요. 또 고령화 사회인만큼 노인들이 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비중을 두려고 합니다.”

글=김유진·김채림(서일여고 2)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서일여고지부도움=박성조 기자 park.sungjo@joongang.co.kr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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