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발표된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 상고사 및 고대사 부문을 강화해 고구려를 자국 역사로 왜곡하려는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대응하겠다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핵심이라고 본다. 이는 단군조선을 역사로 편입해 기술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러지 않고 단기 4348년, 반만년 역사 운운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 된다.
일제 식민 사관과 중화 패권주의 사관은 한 세기 가까운 시차를 두고 있지만 공통된 공격 대상은 고조선이다. 두 사관은 단군조선에 침묵하거나 부인한다. 두 사관의 고조선사 공격의 핵심은 고조선 역사에 대한 시간과 공간의 축소라고 볼 수 있다. 시간 축소의 핵심은 단군조선의 실재를 부인하는 것이며, 공간 축소의 핵심은 고조선의 광대한 영역을 모두 삭제해버리고 고조선이 단지 한반도 북부에 있었다고 강변하는 것이다. 그래야 한국사를 공격하는 목적, 즉 한국에 대한 자기들의 영토적 야욕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고조선사(단군조선사)는 과거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현대사'다.
일제 식민 사관이 단군조선을 부인하고 고조선의 강역을 평안남도 일대라고 축소하는 것은 한강 이북이 중국사 영역이었다고 주장하는 중국 동북공정의 논리와 완전히 일치한다. 이런 점에서 두 사관은 일란성쌍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쌍둥이 사관의 목적은 앞서 쓴 대로 한국의 영토를 빼앗는 데 있다. 일제 식민 사관은 한국의 영토를 영구히 차지하기 위한 것이었고, 현재진행형의 동북공정은 한강 이북(북한)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고조선사에서 한시도 눈을 떼서는 안 되는 소이(所以)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우리 내부에 크게 자리 잡고 있는 역사의 아류 집단이다. 우리 사회는 역사 침략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모든 문제는 밖에 있다는 듯이 대응해왔지만 사실은 안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우리 사회 내부에 아직까지 살아있는 식민 사관이 바로 그것이다. 일제하 조선사편수회에서 잉태한 식민 사관은 일제 패망 이후에도 굳건히 살아남아 우리 국민의 현재 역사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제 식민 사학의 적자들은 실증사학이란 외피를 입고 살아남아 현재의 한국사를 식민 사학의 아류로 만들었다.
일제 식민 사관은 단군조선은 없었고, 위만조선만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사는 식민지 상태로 출발한 것이 된다. 중국 동북공정 역시 단군조선 은 없었고, 기자·위만조선만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고조선사는 한국사가 아니라 중국사가 된다. 고조선사가 중국사라면 고구려사가 한국사라는 주장은 뿌리 없는 부평초에 지나지 않게 된다. 고조선사가 중국사라고 주장하는 동북공정에 맞서 고구려사는 한국사라고 대응해왔던 것은 그간 단군조선을 부인해왔던 한국 내 식민 사학의 말 못 할 속사정이 반영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