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의 이보Igbo 사람들

나이지리아는 인구나 경제면에서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를 이끄는 대국이다. 나이지리아의 인구는 2013년 기준으로 1억 7,400만 명에 달한다.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아프리카인 5명 중 1명은 나이지리아 국민이라는 얘기이다. 나이지리아는 인구만 많은것이 아니라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소 250여개 이상의 민족 집단이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이보Igbo족은 북부의 하우사-풀라니(Hausa-Fulani, 29%)족과 남서부의 요루바(Yoruba, 21%)족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남동부 지역에 주로 거주하고 있고 전체 인구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세 민족 집단은 각각의 지역적 연고를 바탕으로 나이지리아의 정치·경제·문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보족은 다른 민족에 비해 중앙집권적 정치체계를 형성하지 않았다. 주로 농업에 종사했지만 영국의 식민통치를 거치면서 기독교와 서구식 교육을 수용하고 일찍부터 상업적 재능을 발휘했다. 이보족은 나이지리아의 다른 대도시로 이주하여 지역마다 상당한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보족은 1967년 연방정부로부터 연이은 차별정책에 불만을 품고 나이지리아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시도한 바있다. 3년간 지속된 비아프라Biafra 전쟁 과정에서 연방군에 의해 고립된 이보족은 수백만 명이 굶어 죽는 비극을 경험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의 가면과 가면축제

아프리카의 대부분 민족들은 다양한 가면을 발전시켜 왔다. 아프리카의 가면은 축제나 의례의 중심이 되는 요소이며 조상이나 신의 속성을 표현하는 상징이다. 아프리카의 가면 형태는 크기와 형태가 다양하다. 작게는 얼굴을 가리는 수준의 크기에서부터 성인 남성의 키만 한 것, 가장 큰 것으로는 높이가 수 미터에 이르는 것도 있다. 아프리카의 가면은 대부분 조상이나 신성을 표현한다. 초자연적 신성을 표현하는 가면 중 일부는 동물의 두개골이나 주술적 상징들을 포함하여 공포와 신비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반면에 콩고강 유역의 가면들은 하트 모양을 형상화한 미학적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실제 피카소는 콩고강 유역의 팡드Pende족 가면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형식의 인물상을 <아비뇽의 여인들>에서 표현한 바 있다.

아프리카인들은 일상생활에서는 가면을 착용하지 않는다. 조상의 귀환이나 신성을 표현하기 위한 특별한 의례나 축제에서 사용한다. 이때 가면은 단순히 얼굴을 가리는데 그치지 않고 가면을 쓴사람의 온 몸을 마른 풀이나 다양한 종류의 천으로 감싸고 장식한다. 가면을 쓰는 사람은 가면을 쓰고 있는 동안에는 자연인이 아니라 가면이 상징하는 조상이나 신성의 체현이기에 까다로운 금기를 지켜야 한다. 나이지리아의 요루바 족은 가면을 쓸 때 특별한 주술적 부적을 착용하기도 한다.

가면이 등장하는 의례나 축제에는 일련의 가면들이 함께 등장한다. 이들은 해당 의례나 축제를 구성하는 중요한 주체들이다. 가면마다 고유한 음악과 악기가 뒤를 따르고 춤과 노래가 함께한다. 가면의 행렬이 사람들과 어우러져 함께 만들어 가는 축제가 아프리카의 가면축제 혹은 가면 의례들이다.

이보족과 이젤레Ijele 가면극 축제

이보족 출신의 세계적 문호인 치누아 아체베Chinua Achebe가 1958년 발표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Things Fall Apart)』는 식민지배 체제에서 급격한 변동을 겪고 있는 이보족 사회와 문화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조상의 환생을 상징하는 가면 축제를 통해 전통과 질서를 유지해 온 기성세대에 근대적 기독교 교육을 받은 마을의 젊은이들이 저항하는 내용이 매우 인상적이다. 아체베의 소설은 이보족 문화에서 가면과 가면극 축제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젤레 가면 축제는 나이지리아 남동부의 이보족이 보존하고 있는 다양한 가면극 축제의 하나이다. 전통적인 이보족 거주 지역은 현대 나이지리아의 행정체계에서 여러개의 주로 나뉘어 있는데, 이젤레 가면극은 그 중 아남브라Anambra주에 속한 12개의 지역사회 주민들이 연행하고 있다. 이젤레 가면극을 보존하는 지역에는 축제를 맡아 수행하는 친족집단이 존재한다. 지역마다 6개의 친족집단이 이젤레 가면을 맡을 건장한 후보를 추천하면 이들 중 한명을 선정하고 선정된 사람은 3개월 간 격리생활을 하면서 체력을 키우고 부정을 타지 않도록 조심 한다.

이젤레가면

이젤레는 다른 모든 가면들의 왕으로 간주될 정도로 중요한 가면이다. 실제 가면의 크기 자체도 어떤 다른 가면보다 더 크다. 높이가 4 미터 정도에 이르며 원형으로 이루어진 틀의 크기도 상당하다. 가면은 중간 부분을 감싸는 커다란 뱀의 조각으로 위·아래 둘로 나뉜다. 윗부분을 음크푸Mkpu 이젤레 아래 부분을 악파쿠루Akpakuru 이젤레 혹은 옥바니베Ogbanibe 이젤레, 그리고 중간의 뱀 형상 부분을 에케-옥바(Eke-Ogba)라 부른다. 이젤레 전체는 색색의 천과 대나무 줄기로 장식되는데 윗부분에는 45개의 조각상이 앉혀져 있다. 이 조각상은 원래 이젤레 가면극에 등장했던 45개의 가면 모두를 재현하는 것이다.

이젤레 가면은 가면축제의 맨 마지막에 등장한다. 이보족 속담에 “ijele pụta ụmụ obele mmọnwụ alaa(이젤레가 등장하면 작은 가면들은 모두 사라진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젤레가 가면극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을 빗대어 세상 이치를 설명하는 속담이다

이젤레 가면 축제의 구성

이젤레 가면극에서 4개의 가면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째 ‘은네Nne 이젤레(이젤레의 어머니)’는 여성 가면으로 무늬를 새긴 접시에 커다란 황소꼬리를 들고 있다. 피리나 부드러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춘다. 둘째 ‘오누쿠Onuku 이젤레(이젤레의 아버지)’는 얼굴이 크며 추장의 의복을 입고 있다. 셋째, 이젤레 경찰은 6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의 역할은 군중이 은네 이젤레나 오누쿠 이젤레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넷째, 야자술(palm wine) 채취자는 이젤레를 뒤에서 따르며 이젤레가 춤을 추거나 움직일 때 커다란 가면을 들어 올리며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 외 가면을 쓰지는 않지만 ‘아쿠페(Akupe, 이젤레의 부채)’를 운반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 이젤레는 부채가 인도하는 대로 따라간다. 가면이 나갈 방향이나 멈추고 다시 움직이는 모든 행동을 부채가 이끄는 대로 한다.

이젤레는 4개의 북(오게네, 우봄, 우요, 에크웨), 피리, 목제 타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에 맞춰 익보에제Igboeze라는 왕의 춤을 춘다. 이젤레는 거울을 지니고 있는데 이 거울은 군중 속에 마력을 행하는 부적이나 무기를 몰래 지니고 있는 사람을 찾아낸다.

이젤레의 의상은 화려한 색의 벨벳 천으로 만든다. 다양한 색을 모두 지니고 있으나 검은색, 붉은색, 노란색이 두드러진다. 이젤레 가면극에는 사람들의 일생을 표현하는 다양한 나무, 동물, 사람 캐릭터들이 포함되어 있다. 백인의 모습을 한 가면도 등장한다.

이젤레 가면의례의 등재의미

이젤레 가면극 축제는 이보족의 삶과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보족의 중요한 인물의 장례식에서 돌아가신 사람의 삶의 의미를 기리기도 하고 건기에는 풍성한 수확을 위한 의례로 연행된다. 이젤레는 공동체의 정치적 질서를 강화하고 추장을 비롯한 지도자에게 충성을 표시하는 의례이기도 하다. 이보족 젊은이들은 축제기간 동안 자유롭게 춤을 추며 어울린다.

이보족의 삶과 문화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이젤레 축제는 다른 아프리카의 많은 무형문화유산처럼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경제가 악화되면서 과거에 비해 축제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지역공동체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젤레 가면을 만들고 보관하는 비용, 수백 명의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힘든 상황이다.

이젤레 축제는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등재 전후 나이지리아 연방정부 및 아남브라 주정부의 이젤레축제 지원 정책이 다양하게 추진되었다. 이젤레 가면을 담당해온 치제 오크와씨는 나이지리아 연방정부가 인간문화재로 지정했고 이젤레 축제 역시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 참고자료
·UNESCO, 2009, 「Nomination for Inscription on the Representative List in 2009, Ijele Masquerade」

글. 한건수 (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출처:월간 문화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