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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장인의 숨결이 닿아있다

배다리 공예지하상가

캘리그라피, 가죽공예, 자수, 망수, 염색, 천연비누. 모두 정성스러운 수공예품이다. 만든 이들은 작품 하나에도 땀 한 방울, 숨 하나를 담아낸다. 우리가 공예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작품의 가치는 누가, 어떤 마음으로 만드느냐에 달렸다.

배다리에는 헌책방 골목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헌책방 골목에서 중앙시장으로 가는 배다리 삼거리 방면. 공예인들의 숨결이 깊숙한 곳에서부터 내뿜어지고 있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간 그곳은 깔끔하고 쾌적한 지하상가였다. 아직 불이 켜지지 않은 곳도 있었지만, 문을 활짝 열어둔 곳에서는 부단히 움직이는 손놀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35년 된 상가에요. 지하상가로 활성화 하기 위해 지어진 거라는데, 공예인들이 들어와 공예거리를 조성하게 됐죠. 지금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상인은 12년차들이에요.” 12년째 자리를 지킨 상인 전 아무개(가명)씨의 설명이다.
35년 된 건물이라기엔 믿기지 않을 만큼 깨끗하고 쾌적하다. 무엇보다 인천지역 출신의 공예인들이 한데 모여 있다는 사실에 눈이 번뜩 뜨인다. 하지만 아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휑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 씨는 “공예인들이 먹고 살려면 강의라도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문을 닫고 나가는 거지. 그래도 꾸준히 여는 사람들이 있어서 유지가 되요. 상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근거가 있으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라며 고민하는 전 씨는 하루 스무 명 남짓의 손님을 상대하고 있다.

작업중인 장보심 씨

상가에서도 최근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제보를 받고 찾아간 ‘뽀시미네 가죽공방’. 젊은 여사장 장보심 씨가 운영하는 공방이다. 그곳에서는 다양한 가죽공예품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흔히 볼 수 없는 가죽 조각무늬가 눈에 띤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이며 작업 중인 장씨는 4년 전 처음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이젠 맞은편에 작업실을 따로 두고 작업할 만큼 꽤나 단단하게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공예거리 내 가죽공방과 힘을 합쳐 ‘왁자지껄 가죽공예 놀이터’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셨어요. 공예거리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모두가 하고 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벤트를 열어보니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어요. 지금만 해도 4년 전이랑은 많이 달라졌거든요.” 거리 활성화를 위해 개최한 이벤트는 성공적이었다. 짧은 기간 진행된 행사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여기 계신 공예인 분들 실력이 다 쟁쟁하시거든요. 하나의 구심점만 있다면 금방 모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동구청에서 그런 부분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게 바람이죠.”

노희옥 장인

장 씨의 말대로 이곳의 공예인들은 정말 쟁쟁해 보였다. 수상경력도 다양했다. 인천시 관광 상품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이 상시 전시되고 있었고, 수상플랜카드도 함께 붙어있었다.
전통공예를 하는 이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망수기능 계승자인 노희옥 장인이 운영하는 ‘자련공방’도 그 중 하나다. 노 씨는 “전통공예를 하는 사람들은 이제 4명이 남았어요. 하지만 공예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작업실은 운영하고 있습니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공예인들이 모인 곳이 많이 않은데, 특히 자수나 천연 염색 등을 하는 전통예술인이 있는 곳은 더욱 드물죠.”
혼자서도 갈 수 있는 길이다. 둘이 걸으면 즐거워 질 것이고, 더 많은 이들이 함께 한다면 평탄해 질 것이다. 홀로 작업하는 예술인이라도 마찬가지일 터다.

현재 배다리 지하공예상가에서는 매주 토요일 무료 공예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동구청의 지원으로 공예인들과 시민이 만날 수 있는 자리다. 매달 일정 수의 공방이 돌아가면서 강좌를 연다. 신청은 별도의 양식 없이 휴대폰 문자접수(☎010-5309-3411)로 가능하다.

차지은 I-View 기자 minsabl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