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은 “지구상에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간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이상기온과 환경오염 탓으로 꿀벌바이러스 질병인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인해 꿀벌유충들이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죽어간다. 전 세계적으로 꿀벌의 개체수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이다.
이에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도심에서 벌을 키워보자는 움직임이 서서히 일어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주요도시에서도 도심 양봉이 점점 확산되어 가고 있다.
그중에는 ‘나의 작은 실천이 지구 생태계를 유지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마음으로 학교 옥상을 활용해 꿀벌 키우기 운동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교사와 학생들이 있다. 송도고등학교의 과학수리부 동아리팀들이다.

이현철 과학부장(물리담당)은 “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꿀벌의 개체수가 심각할 정도로 감소하면서 토종벌들의 개체수를 증가시키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올봄부터 시작했는데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가 뜨겁습니다. 양봉을 통해 생명의 가치도 배우고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깨달아가고 있지요. 벌통도 벌써 2배가 늘었답니다. 과학과 인성을 접목한 살아있는 융합교육이라 생각하고 교사인 저희도 열심히 공부하면서 가르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매주 목요일 7,8교시는 이들이 사랑하는 꿀벌과 학교 옥상에서 달콤한 데이트를 즐기는 날이다. 바로 ‘꿀벌 키우기 수업’이 열린다.
양봉실습에 앞서 과학실에서는 꿀벌에 대한 소중함과 가치를 배우는 이론교육이 영상과 함께 진행된다.
전문 강사의 강의에 두 귀를 쫑긋 세운 학생들의 눈빛이 진지하게 빛난다.
“처음에는 벌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수업을 듣고 관심이 생겼지요. 이제는 벌에 대한 지식과 상식이 생기면서 무섭던 벌이 친근하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조민제 군(1년)의 말이다.
“이제는 책임감이 느껴져요. 우리가 잘 키워서 환경도 살려야지요. 벌이 그 중심이라는 것을 알았어요.”박의진 군(1년)은 놓칠세라 열심히 메모를 한다.



이론 교육은 꿀벌의 가치를 배우고 영상으로 먼저 체험하면서 양봉을 통해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게 한다.
강의가 끝나자 망사로 무장한 양봉용 방충복을 갖춰 입은 학생들은 사랑스런 꿀벌을 만나러 설레는 마음으로 옥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여친 만나러 가는 것처럼 설레네요. 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아니까 한 마리  한마리가 귀하게 느껴져요.”김성진 군(1년)은 수줍게 웃으며 벌통이 있는 곳으로 바삐 향한다.

옥상에는 10개의 토종벌과 서양 벌의 벌통이 군데군데 놓여 있다. 처음 5개로 시작한 벌통은 꿀벌의 개체수가 점점 증가하면서 배로 늘었다. 동아리 팀의 관심과 사랑의 손길 덕분이다. 이 과정에서 여왕벌과 꿀벌들이 다른 벌집을 찾아 이사를 떠나는 분봉과정은 이들이 야생으로 돌아가서 생태계를 받쳐주고 지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옥상에서 벌들을 만난다. 벌통 안을 구석구석 검사하는 내검 작업을 통해 걱정과 궁금증을 하나하나 해소해 나간다.
윤필중 군(2년)은 “자주 와서 꼼꼼하게 살피게 돼요.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가족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라며 벌통의 벌집을 관찰한다.
“7~8월에는 토종벌이 말벌의 공격을 받기 때문에 말벌을 잡아 줘야 해요. 그래서 우리의 토종벌을 지키고 늘려야지요. 조금 전에 말벌을 분명히 봤는데...”김승호 군(2년)은 긴 잠자리채를 들고 옥상에 나타난 말벌을 향해 휘두른다.

학생들은 지난 일주일동안 여왕벌이 산란을 잘하고 있는지, 또 애벌레가 잘 자라고 있는지, 먹이는 충분한지, 물은 먹었는지, 벌의 숫자가 줄어들지는 않았는지 등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심정을 담아 자식 같은 꿀벌을 살피고 또 살피며 벌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선생님의 조언을 들으며 조치를 취한다.
임새라 교사(화학담당)는 “양봉 전문가에게 교육을 받으면서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벌을 보고 벌레가 나타났다고 죽이려 했는데 이제는 말벌로부터 지켜주려고 합니다. 주변에 산이 있어서 말벌이 많거든요. 그 마음이 너무 예쁘네요. 이제는 해충을 무조건 죽이지 않고 생활 속에서 참의미를 찾고 있어요. 하찮은 미물이라도 생태계에 필요한 존재로 그 역할을 먼저 생각해 봅니다. 이제 학생들에게 옥상의 벌들은 학교의 구성원이 된 것 같아요.”라며 밝게 웃는다.

10개의 벌통은 만들어진 순서대로 덮개를 열고 속을 살피는 점검이 차례차례 진행된다.
“이 벌통의 벌들이 다른 벌들에 비해서 조금 사나워요. 그래서 훈증기에 쑥을 넣고 연기를 피워내야 합니다. 이유는 연기를 맡은 벌들이 순해지기 때문이에요. 그래야 벌통을 검사하기가 수월해지거든요.” 훈증기에 말린 쑥을 넣는 손길이 바쁘게 움직인다.

벌통 안의 벌들을 살피고 나면 덮개를 이용해 안전하게 뚜껑을 올리고 벌통이 잘 보호될 수 있도록 책상으로 상하좌우를 든든하게 막아준다.
송영욱 교사(생물)는 “옥상이 너무 뜨거워서 책상을 이용해서 그 밑으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또 바람이 세게 불 때를 대비해서 이렇게 보호막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알아서 잘 관리합니다. 벌을 통해 생물들을 살피고 생물의 다양성을 모색하고 이해하면서 아이들의 생각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교사로서 뿌듯하고 기특합니다. 지구상에는 사람만이 살아갈 수는 없잖아요?”

송도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꿈이 하나 더 생겼다. 지금의 옥상에 토종벌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꿀벌정원을 만드는 것이다.
꿈을 향한 아이들의 따뜻한 손길을 받으며 꿀벌들은 오늘도 행복한 초록비행을 한다.

박영희 I-View기자 pyh6061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