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이 근처에 이승만 대통령이 보내줘서 심은 나무, 그거 심은 데 아세요?” “나무? 아, 이 박사가 보내 준 나무? 저 위로 올라가면 보일거야. 나무가 커” 아직도 연세 드신 분들은 이승만 대통령을 ‘이 박사’라고 부른다. 당시 ‘박사(博士)’는 일반인들에게 그 어떤 직위보다도 더 크게 다가 왔던 모양이다. 아무튼 할머니가 알려 주신 대로 언덕길을 걸으니 커다란 모양의 나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잎이 무성한 나무 한그루가 송림동 샛골 동네 아래쪽에 자리 잡고 있는 인천동구지역자활센터의 앞마당을 그림자로 다 덮고 있다.
느티나무
‘이 느티나무는 1959년 4월 5일 이승만 대통령께서 하사하여 이 자리에 식재된 나무입니다’ 나무 밑둥에 작은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표지석 상태를 보니 나무를 심었을 당시에 세운 것은 아니고 나중에 박은 것으로 보인다. 나무의 수령은 56년 이상 된 것으로 이제 아름드리로 성장했다. 이 박사는 갔지만 여전히 그가 ‘하사’한 나무는 잎이 무성한 채 우리들에게 ‘그늘’을 주고 있다. “글쎄요, 그냥 이곳에 옛날부터 있었는데, 동네 사람들은 그냥 ‘이 박사 나무’라고 불렀어요.” 지나던 김성춘(63) 씨에게 나무에 대해 몇 가지 물어봤지만 시원한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나름 추측을 해본다. 우선, 대통령방문 기념식수는 아닌 듯하다. 이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인천을 자주 찾았다. 한국유리주식회사 창설 등 인천의 큰 공장이 개설할 때마다 인천을 방문했다. 흔히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하면 기념식수 행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표지석에 ‘기념’이란 말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것과는 관련이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1959년 당시 이 느티나무를 이 대통령(정부)는 특별히 인천에만 주었을까. 인천에만 줬다면 몇 그루를 ‘하사’했을까. 그 몇 그루 중에 이 나무만 생존한 것일까. 왜 이 동네에 심어졌을까 등등. 4월 5일은 식목일. 아마 당시 정부는 전국의 녹화사업을 위해 식목일을 맞아 지방에 나무를 공급했는데 그 때 이 나무가 인천에 온 것으로 보인다. 이 나무와 관련된 이야기는 당시 인천을 조명하는데 작은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좌대만 남은 이승만 동상
8월 15일, 우리는 ‘광복절’로만 기억하기 쉽지만 1948년 8월 15일은 우리나라 정부가 수립된 날이기도 하다. 이승만은 그 해 7월 20일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함께 대통령직에 취임하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인천과 연관이 많다. 1979년 2월 24일 인하대 교정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 사이에 이 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모습도 보였다. 잠시 후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모습이 6m높이 동상으로 돌아왔다. 4.19 혁명 후 각지에 있던 그의 동상이 철거된 후 처음으로 이곳에 건립된 것이다. 동상 좌대에는 ‘하와이 이민의 한 많은 눈물을 받아 본교 창립에 크게 이바지한 초대 대통령’이라고 쓰였다. 인하대는 인천의 ‘인’과 하와이의 ‘하’자로 교명을 지은 것이다. 그러나 그 동상은 오래 가지 못했다. 1983년 학생들에 의해 동상은 밧줄에 묶여 땅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샛골
그의 동상은 사라졌지만 그의 이름으로 하사된 인천 골목의 느티나무는 무럭무럭 자라 이제 회갑을 바라보고 있다. 이렇듯 인천의 이야기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첫줄을 장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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