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여름방학과 함께 본격적인 휴가철이 돌아왔습니다! 

여러분, 혹시 여행, 그중에서도  '답사'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건축물과 같은 유형의 문화재를 감상하는 것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데요. 그런데 지난 5월부터 6월 사이 '나무'를 주제로 한 아주 특별한 답사가 창덕궁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그 현장 속으로, 지금 떠나보시죠.

동궐도와 함께 하는 창덕궁 나무 답사

동궐도 ⓒ 문화재청

 이번 답사의 이름은 바로 '동궐도와 함께 하는 창덕궁 나무 답사'입니다. 

동궐도(국보 제249호)는 조선 후기 동궐(창덕궁, 창경궁)의 전경을 16첩 병풍에 그린 그림을 말하는데, 전각 옆에 심어진 나무까지도 자세하게 묘사했을 정도로 최고의 정밀도를 자랑한답니다. 해설사 분들의 설명과 함께 동궐도에 그려진 창덕궁의 나무들을 찾아 떠나는 특별한 답사! 설렘을 가득 안고 지난 6월 12일 금요일 창덕궁으로 향했습니다.

박상진 교수님 ⓒ 이병현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9시 30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약속장소인 돈화문에 집결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길 한 켠에 단정한 차림의 노신사 분이 기다리고 계셨는데요. 바로 이번 답사의 해설자이신 경북대학교 박상진 교수님이셨습니다. 교수님은 <궁궐의 우리 나무> 등 다양한 서적을 집필하시며 전국의 보존해야할 나무들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계신데, 다른 해설자 분과 격주로 답사를 인솔하게 되셨습니다. 본인도 해설사라고 밝히며 교수님이 쓰신 책을 가져와 싸인을 받는 관람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시가 되자, 교수님이 느리지만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안내를 시작하셨습니다. 먼저 이번 답사의 테마인 동궐도에 대해 '200년의 타임머신'이라며 간략하게 설명하신 다음,  식물학보다는 나무에 얽힌 설화 중심으로 답사를 진행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팸플릿 속 창덕궁 돈화문의 회화나무(1번)과 복숭아나무(2번)

교수님은 이번 답사를 위해 특별제작된 팸플릿 속 세분화 된 동궐도의 부분과 현재의 나무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설명을 이끌어가셨습니다. 맨 처음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 주변에 있는 회화나무와 복숭아나무를 해설해주셨는데요. 중국 고사에 따라 각각 학자와 신선세계를 상징한다는 두 나무에 숨은 뜻을 들으니 금새 답사에 몰입이 되었습니다.  특별히 허락을 받아 익지 않은 복숭아를 딴 교수님이 창덕궁의 복숭아는 먹을 수 없는 개복숭아라는 설명을 해주시니 학창 시절 그렇게 어려웠던 생물 수업이 쉽게 느껴졌습니다.

돈화문 옆 회화나무 ⓒ 이병현

복숭아를 따고 계신 박상진 교수님 ⓒ 이병현

이어서 궁궐과 세속 영역 간의 경계를 의미하는 금천교 주변의 능수버들과 느티나무를 본 다음, 궁궐 내부로 들어갔습니다. 사실 '동궐도와 함께하는 나무답사'라기에 식물 위주의 답사가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다음 목적지는 부근에 식물이 눈에 띄지 않는 인정전 앞이었습니다. 교수님은 일행들에게 인정전 용마루의 장식을 유심히 살펴보라고 하셨는데요. 그곳에는 다섯 겹의 꽃무늬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 꽃은 다름이 아니라 대한제국의 황실 문양이었던 오얏꽃(조선 왕들의 성 씨가 '오얏 리'였기 때문)이었는데요. 대한제국의 마지막 임금 순종이 창덕궁에 기거한 이후 장식되었다고 합니다. 건물 속의 꽃 장식 하나에도 작지 않은 의미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세계문화유산 창덕궁의 자랑인 후원으로 향했습니다.

용마루에 오얏꽃 무늬가 새겨진 창덕궁의 정전, 인정전 ⓒ 이병현

조선을 대표하는 왕실 정원답게 후원에는 정말 다양한 나무들이 있었는데요. 교수님은 그중에서도  관람지 주변의 나무들을 중점적으로 설명하셨습니다.

동궐도에 그려진 관람지 주변의 나무들: 뽕나무(8번), 밤나무(9번), 은행나무(10번) ⓒ 이병현

먼저 뽕나무는 농사와 더불어 양잠을 장려한 조선의 왕비가 친히 누에를 치고 고치를 거두는 친잠례를 행한 증거라고 하는데, 세종 때 창덕궁에는 천 여 그루의 뽕나무가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교수님은 밤나무의 경우 밤송이 하나에 3개의 열매가 나는 것을 보고 3정승을 의미하였으며, 특히 제사와 깊은 관련을 맺어 제사상이나 제기를 만드는 데 쓰였고 밤 열매를 제사에 올려 후손들 중에 3정승이 나오기를 바랐다는 옛날 사람들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이어서 공자가 그 나무가 있는 단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은행나무를 보고 후원을 빠져나왔는데, 나오는 길에도 교수님은 북한의 국화인 산목련과 마로니에 나무로도 불리우는 칠엽수 등 팸플릿에 수록되지 않은 유익한 정보들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후원의 밤나무 ⓒ 이병현

 마지막 장소인 규장각에 다다랐을 때 시간은 예정을 훌쩍 넘은 12시에 가까워져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교수님의 재미있는 설명과 창덕궁의 아름다운 자연 덕분에, 일행들은 시종일관 두 눈을 초롱거리며 교수님의 뒤를 따랐습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규장각 앞 향나무는 무려 7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데요. 추모행사나 제사 때 사용되는 향의 재료가 그 나무라고 하니 개인적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여러개의 받침목에 의지한 채 세월의 무게를 견디고 있었지만, 교수님의 표현처럼 창덕궁의 '터줏대감' 다운 기풍이 가득 느껴졌습니다. 향나무의 설명을 끝으로, 답사가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규장각 앞 향나무 ⓒ 이병현

답사 중간 휴식시간에 교수님과 잠깐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교수님께  나무의 가치에 대해 묻자, '나무는 그 자체로 생명체로서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과 호흡한 살아있는 문화재'라고 하셨습니다. 특히 궁궐과 궁궐 속 나무의 역사는 일맥상통하며 나무를 통해 조상들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답사의 의의를 찾을 수 있지 않겠냐고 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또 이번 답사에 참가한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봐도 대부분 정말 만족했다는 소감을 밝혔는데요. 부디 이와 같은 그램이 더욱 많이 만들어져 다양한 시각으로 문화재와 친숙해지는 기회가 늘어나길 바라봅니다.

교수님의 설명에 집중하는 참가자들 ⓒ이병현

▲제7기 문화재청 대학생 기자단 이병현 기자(korea7v@naver.com)

출처:문화재청
http://blog.daum.net/munhwajaecheong/17919670